"모르모트군~ 빠~알~리~"

담당 우마무스메, 아그네스 타키온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타키온에게 목욕을 하라는 부탁을 받고, 목욕을 하는 중이었다.

"기다려 타키온, 도대체 무슨 실험을 하길래 샤워도 아닌 목욕을, 게다가 때까지 빡빡 밀게 하는건데?"

"실험은 완벽한 통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네, 모르모트 군. 더러운 몸과 마음은 변인을 만든다고? 어서 씻게나"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했으니까."

원래라면 약을 마시고 빛나는 것 정도의 실험으로 끝날 것이었다. 왜 나를 이렇게나 깔끔히 씻기는 것에 집착할까?

하지만 다리에서 빛이 난다거나 한 적은 있어도 목숨의 위험을 느낀 실험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나는 타키온을 믿고, 타키온도 나를 믿는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

"아, 조수 군. 오늘의 실험은.... 그러니까.... 산소의 이동에 관한 것이라네."

산소의 이동. 배운 적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산화와 환원. 타키온 치고는 꽤나 낮은 수준의 개념이긴 하지만 나는 타키온의 설명에 집중했다. 

"아주 간단한 실험이야. 생물에서 일어나는 산화와 환원, 그것이 알고 싶네."

"간단하잖아? 포도당에 관련된 산화, 그리고 환원. 호흡이나 광합성을 실험하면 되겠네!"

"오. 꽤나 지식이 늘었는데 조수 군. 하지만 나는 우마무스메의 신체, 그리고 그것에 가까운 인간의 신체에만 관심이 있네.

인간이 하는 극소량의 광합성으로는 눈여겨볼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아. 하지만 호흡이라... 그것은 실험해볼만 하군."

타키온은 절대로 실험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실험해 볼 만 하다'? 그럼 원래 계획에 없는 실험이라는 것인데. 그럼 무슨 실험을 하려고 했던 것이지?

"무슨 실험을 할 거지?"

"간단하네. 많은 산소는 스피드, 스테미나, 파워의 증진에 영향을 주지. 내가 주목한 것은 산화 현상이야."

내가 그래서 뭘 할거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타키온은 실험 도구를 꺼내, 아니 끌고 왔다.

"부스?"

"여기에 들어가 주게나. 속옷을 제외한, 아니지, 속옷도 다 벗는다면 좋겠지만 말이야."

온도, 습도를 조절 가능한 실험용 부스. 그 안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침대. 물리치료를 받을 때 올라가는 그것과 비슷하다.

"속옷은 입혀 줘..."

"어쩔 수 없군. 변인 추가."

나는 침대에 누웠다.

온도 제어 시스템이 작동하는 소리에 이어 나는 약간 습해진 느낌을 받았다.

"자. 조수 군? 눈을 감고 편하게 눕게. 아주 오래 걸리는 실험이니 말이야."

들려오는 말 소리와 동시에 내 위로는 물이 쏟아졌다. 차갑지도 않고 따듯하지도 않아. 조금 미묘하군.

물은 계속 순환되어 나의 위로 떨어졌다. 이거 혁신적인 불면증 치료법 개발의 일환일지도. 나는 잠들었다.


일어난 후 나는 체력 체크를 받았다.


부스를 나섰을 때. 타키온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운동 능력의 증가가 확실히 있어. 하지만 너무 적단 말이지. 그리고 느려."

그냥 푹 자고 몸이 따듯해져서 더 잘 뛰게 된 것 아닌가 싶은 그 때.

"다시 부스에 들어가 주게. 다음 실험이 있으니까 말이야."

재설정된 부스. 침대와 산소 공급 라인이 연결된 마스크, 특이한 재질의 팬티, 그리고..... 크림?

"내열 기능이 있는 속옷 그리고 크림이네, 고열로 인한 피부의 손상을 막아주지. 물론 인체에 무해하고 말이야. 아마도? 아, 그 건에 대한 실험도 부탁하네. 꼼꼼히 바르는 게 좋을 거라네. 아무렴... 그래야만 하고 말고. 크크큭!"

나는 그녀의 부탁에 따라 크림을 꼼꼼히, 빠짐 없이 발랐다. 마지막에 들렸던 그 웃음. 도대체 뭐지?

마스크를 쓰고 누워 곰곰히 생각했다.

산화는 주로 부식이나 연소에 의해 발생된다고 한다.

부식은 상온에서 산소와 물로 인해 오랜 시간 진행된다.

연소는 고온에서 산소와 탈 것으로 인해 진행된다.

방금, 상온의 부스에서 오랜 시간 물에 노출되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눈을 감게나, 모르모트 군."

엄청난 불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게 뭐야 타키온!!!!!!"

"진정하게. 내열 솔루션은 충분하다고? 3시간의 생존이 보장된다네. 상상도 못할 정도의 고열을 피부와 신체 조직의 손상 없이 내부 에 전달하지. 습도를 비롯한 69가지의 조건을 컴퓨터가 완벽하게 제어해. 피부의 데미지는 제로라고 장담하지."

나는 타키온의 설명을 다 듣기도 전에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뒤의 체력 측정.



"엄청난 발견이네 조수 군! 단기간에 이렇게나 높은 성장률을 보이다니."

"이걸 버틸 우마무스메가 있을까 의문이지만. 그래도 진짜 피부가 하나도 상하지 않은 것은 대단하다고 봐. 차라리 이것을 연구하는 게..."

"내가 연구하는 것은 우마무스메의 잠재력. 그것 뿐이라네. 이제 습도와 온도를 더 높일 테니. 부스에 들어가게"

"예?"


세 달 뒤, 에어 그루브가 연구실의 가스/수도 요금에 대해 따지러 오기 전까지 타키온과 그의 트레이너는 연구실에서 계속해서 실험을 계속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