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김에 밤늦게 육성 한판 돌리다 보니 생각한 것이지만, 기계적으로 반복육성을 하다보니 대상경주 그것도 G1을 밥먹듯 출전해서 1등을 따오는 육성캐를 수없이 보게 된다. 이게 만약 실제였으면? 세상에 대상경주 승리가 뭐냐, 출전만 해도 기분좋을 것이다.


마주를 돈 벌려고 하는 사람은 갓 가입한 호구들 말고는 없겠지만, 아무튼 상금을 벌어서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상경주 수준의 레이스에서 1등이 가능한 말은 흔하게 손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주판알 튕겨볼 만큼 연평균 경마수익이 좋은 것도 아닌거라, 다수의 마주들에게 상금은 그냥 받으면 좋은 것이고 명마는 운 좋으면 인연 닿아 얻게 될 거라 믿으며 경마 자체의 재미 혹은 사람들 간의 사교활동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대상경주 자체에는 관심이 희미해지고 뭐가 대상경주인지도, 등급이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배 상금이 아주 많다 정도는 알겠지.


조교사가 “대상경주 출전하는데 경마장 나오실 수 있느냐” 전화해오면 그날 정장 입고 가야 한다는 신호 정도로만 받아들인다. 솔직히 나도 G1이니 2니 하는 게 뭔 등급인지는 이 게임 하고 나서 알았다. 그렇지만 경마가 기본적으로 말들의 역량을 다투는 스포츠이므로, 그리고 남과 비교하기를 즐기는 것이 인간의 성정이므로, 대상경주의 권위에는 별 생각 없으면서도 대상경주 승리마에 대해서는 선망하는 기묘한 감각을 가지게 된다. 어쨌든 내 말이 옆사람 말보다 잘 달리면 기분 나쁠 것 없지.


이 게임 하다보면 대상경주 승리는 엔딩을 보기 위해 꼭 해야 하는 것이고, 각종 육성작업을 위해 대상경주 일정을 계획적으로 다루는 것이 일상이다보니 등급도 따지게 되고, 현실에서의 감각과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게임에서는 트레이너라는 포지션의 차이도 있겠다만.) 이런 감상도 나름 게임을 통해 얻는 오묘한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