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그네스 디지털
인기가 없다고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또 인기가 좋다고는 못할 정도. 오타쿠 이미지 때문인건지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것 같은데, 아무튼 얘 성적은 좋았음. 지방 경기 포함 G1 6승마임. 지방이건 중앙이건, 마일이건 중거리건, 더트건 잔디건, 국내건 해외건 상관없이 일단 나가서 이기는 개쩌는 애였으니. 오래 뛰어서 승수가 많은 것도 있지만, 사실 디지털의 진면목은 적성이 존나 넓다는 것에 있음.

마일 챔피언십, 마일 챔피언십 남부배, 가을 천황상, 홍콩 컵, 페브러리 스테이크스, 야스다 기념 승리.



2. 시킹 더 펄
아줌마 인식 때문에 인기가 낮은데, 얘는 아예 일본마 중 기록을 갖고 있는 애임. G1 자체는 2승이지만 이건 사실 동기 타이키 셔틀에게 밀려서 많이 못 딴거. 타이키 셔틀에게 딱 두번 이긴 적이 있는데 하나는 타이키 은퇴전에서 타이키 3착 시킹 2착이었던 거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타이키보다 빠르게 어떤 G1을 딴 거임.

타이키 셔틀이 국내 단거리 ~ 마일에서 너무 세고, 비가 미친듯이 퍼붓는 불량마장에서도 무적급으로 이기니 타이키 관계자들은 타이키를 프랑스 마일 G1인 잭 드 마로와 상에 출장시키기로 함. 만약 타이키가 저걸 이기면 '일본마 최초로 해외 G1 승리' 타이틀을 얻게 됐었음. 그걸 못 두고보던 시킹 측이 먼저 선수쳐서, 프랑스 단거리 G1인 모리스 드 게스트 상에 출장시켜서 1착을 따냄.

결국 시킹은 '일본마 최초 해외 G1 승리' 타이틀을 가져갔고, 타이키는 잭 드 마로와 상에서도 압승하면서 해외에서도 강함을 보였음.

NHK 마일컵, 모리스 드 게스트상 승리.



3. 메지로 파머
맥퀸, 라이언이랑 동기. 원래 얘는 맥퀸은 커녕 라이언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실력의 말이었음. 후술할 어떤 경기 이전까지는 21전 4승, 그것도 1승은 데뷔전에 나머지는 OP급 경기였음. 애가 잔디를 너무 못뛰니까 더트도 한경기 내보내 보기도 하고, 거리도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다 뛰어보는 등 했지만 그래도 못 이김.

어쩌면 장애물 레이스가 적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마주는 조교사한테 장애물 훈련을 시킴. 장애물 레이스에 나가서 데뷔전부터 첫 승을 올렸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음.

바로 점프력이 낮아, 덤불 장애물을 넘을 때 가지에 다리가 긁혀 상처투성이가 된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장애물도 포기하고 다시 잔디 경기에 내보냈는데, 어라? 전엔 13착으로 꼴아박던 봄 천황상이 이번엔 7착이네? 그럼 G3부터 출전시켜 볼까? 어라라?? 이겨버리네?? 타카라즈카는 이길 수 있으려나? ???? 왜 이기지???

다시 잔디로 돌아온 파머는 장애물 조교 덕분에 스태미너와 각력이 한참 성장해 있었고, 그 괴물같은 스태미너로 아예 대도주를 선언, 타카라즈카와 아리마를 전부 도주로 승리함.

타카라즈카는 아무래도 올스타전인 그랑프리라서, 파머가 이길 거라 아무도 생각을 안한 나머지 경기장에조차 안 갔음. 근데 이겨버렸음. 때문에 경주 후에 보통 우승마랑 관계자랑 모여서 사진을 찍는데, 파머의 경우 관계자가 단 셋 뿐이었음.


덤으로 파머의 이전 해는 라이언이, 다음 해는 맥퀸이 타카라즈카를 제패하면서 타카라즈카 역대 우승마 목록에는 메지로-메지로-메지로라는 희대의 기록이 남아있음.

타카라즈카 기념, 아리마 기념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