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뭔데 일본어 분석함?'이라고 할 거 같아서 일단 인증 박고 간다.
일본에는 한일공동이공계학부유학생 제2차 1기 선발로 대학 때부터 유학했다.

2015년에 학부 졸업했고(지금 다니는 곳이랑은 다른 곳이다) 한국 와서 같은 해 10월부터 공익 하다가 2017년에 끝나자마자 석사 준비 시작해서 2018년 8월에 시험 보고 다음해부터 석사 밟고 그대로 박사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번역 업계에는 꽤 오래 몸 담고 있는데 지금도 아르바이트 겸 생활비 충당 목적으로 하고 있다.(학부 때는 국비로 유학해서 생활에 문제 없었는데 대학원 오니까 존나 쪼들리더라. 솔까 이쪽 업계가 박리다매라 번역 만으로 먹고 살기 개힘듬 시팔ㅠㅠ)
2010년도부터 유학 준비할 때 다녔던 학원에서 참고서나 문제집 번역하는 아르바이트(일 → 한) 했었고, 대충 타이틀만 세어보면 10권은 되는 거 같은데, 책 이름 나열해봤자 아마 그 학원에서만 쓰는 거라 다들 모를 거고, 무엇보다도 나중에 안 건데 아마도 무단 번역이라 저작권 문제의 소지가 있을 거 같아 굳이 쓰진 않겠다.
석사하면서 웹툰 번역 쪽에도 관심이 있어서 역시 2017년부터 일 → 한 번역 말고도 한 → 일 번역도 해오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네이버 시리즈에 연재 중인 '만물의 정령'(원제 あわのことだま)
일본의 Rush!에서 연재된 탑툰의 '허니 트랩'(ハニートラップ), '바람이 분다'(サセラレ妻), '이러지마! 김서방'(エロスに溺れて), '우리, 한번 탈까요?'(再恋ライド) 등이 있다. 네이버 시리즈 작품 빼고 죄다 성인 작품이라 좀 그렇긴 한데, 아마 올해말이나 10월부터는 GT엔터테인먼트의 일반 작품들이 DMM에 서비스 될 거다.(솔직히 이 웹툰 번역계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 조만간 인터넷 방송으로 썰 풀게 될 거 같다)

학부 졸업 논문, 석사 졸업 논문도 일본어로 썼고 웹툰 번역으로 원어민한테 피드백 받아보면서 '한국인이 일본어를 작문한다면 저지르기 쉬운 실수'에 대해 누구보다 빠삭하다고 자부한다.

각설하고 이제부터 본론이다.

다들 사이게임즈가 썼다는 일본어 원문에서 반각 쉼표(,)나 반각 띄어쓰기가 들어갔고 폰트가 이상하네 한자가 이상하네 뭐 태클을 걸길래

'어, 그 정도로 기초적인 실수를 저지를 정도면 당연히 일본어 문법도 엉망진창이겠네'


해서 원문을 찬찬히 뜯어봤다. 근데 웬걸? 한국어를 원문으로 해서 일본어로 번역한 문장이라 보기도 힘들고(일본어 수준이 낮으면 대개 한국어를 직역한 일본어 표현을 쓴다.) 겸양 표현(공손체)도 매우 자연스러웠고 업계 용어도 일본 현지에서 쓰는 용어들을 썼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문장 부호를 실수할 정도로 일본어가 서투른 사람이 쓴 문장이라고 보기 힘들다


라는 것이다. 아니, 차라리 원어민이 쓴 게 맞는다고 본다 나는.

이해하기 쉽게 외국인이 한국어 작문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문제적 남자에 나온 타일러 처럼 한국인도 모르는 '부추 구'(韮)라는 한자를 알 정도로 한국어에 빠삭한 외국인이(여기선 일본인이라고 하자) 고급진 한국어 문장을 자연스럽게 쓰는데 반점(,) 대신 모점(、)을 쓰는 실수를 저지를까? 딱 봐도 티가 나는 데다 언어 변환까지 하면서 써야 하는데?(자음 → 한자 키로 입력할 수는 있지만 그게 더 부자연스러우니 패스)

자세한 내용은 이후에 설명하겠지만, 결국 이 글도 왜 반점이 섞여들어갔는지 반각 띄어쓰기가 들어갔는지는 설명하지 못 한다. 이거에 대해서는 끝에 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으니 그걸로 대신하겠다.


일단 원문 인용. 하나하나 까보자. 참고로 아래 설명에서 '한국어가 원문이라면', '일본어로 번역했다면' 같은 표현은 어디까지나 '일본어가 서툴러서 한국어를 직역했다면'이라는 맥락이라는 걸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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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語版:Cygamesからのメッセージ


韓国語版「ウマ娘 プリティーダービー」のトレーナーの皆様


いつも韓国語版「ウマ娘 プリティーダービー」を遊んでいただき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皆様にゲームをお届けするうえで、Cygames「ウマ娘 プリティーダービー」運営チーム とKakao Games様は協議を行い、ゲーム施策やプロモーションなどを行って参りました。


しかしながら、Cygamesにおいても監修体制に至らない点があり、Kakao Games様との連携不足になり,ゲームの更新情報の案内不足やお知らせ掲載の遅延などに繋がってしまいました。トレーナーの皆様に,ご迷惑をおかけしておりますことを、お詫び申し上げます。


今後は、より一層Kakao Games様との連携を強化し、トレーナーの皆様に楽しんでいた だける「ウマ娘 プリティーダービー」をお届けできるよう努めて参ります。


今後とも韓国語版「ウマ娘 プリティーダービー」をよろしくお願いいたし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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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겸양 표현이 자연스럽다.
일본어의 공손한 표현(경어체)에는 '겸양'(謙譲)과 '존경'(尊敬) 두 가지가 있다.

겸양은 나 자신을 낮춰서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 모두를 높이는 방식이고, 존경은 상대방을 직접 높이는 방식이다.

일본어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차이를 실감할 텐데, 한국어에는 특히 동사에서 '겸양어'보다는 '존경어'의 어휘가 훨씬 많다.

ex): 있다 → 계시다 / 먹다 → 잡수시다 / 자다 → 주무시다 외에 기본 동사에 -(으)시-가 들어가는 모든 어휘들.

반면에 겸양어는 당장 검색해봐도 묻다 → 여쭙다 / 주다 → 드리다 / 말하다 → (말씀을) 올리다 정도 밖에 없다.

한편 일본어는 겸양어가 무척이나 많고, 자체 겸양어가 없는 동사들은 한국어 존경어의 -(으)시- 처럼 '겸양어화'하는 문법을 따로 써서 나타내기도 한다.

ex): 行く(가다), 来る(오다) → 参る / 聞く(묻다), 訪ねる(방문하다) → 伺う / いる(있다) → おる / もらう(받다) → いただく / する(하다) → いたす / 見る(보다) → 拝見する 등등

그래서 한국인이 일본어를 작문하면, 문장에서 겸양 표현이 잘 안 나타나고 한국어에서 존경어로 쓰이는 표현들 때문에 일본인들이 보통 겸양어를 쓸 자리에 존경어를 써서 '문법적으론 틀리진 않는데 보통 일본인들은 그렇게 안 쓰죠'라는 지적을 곧잘 받는다. 그래서 이게 티가 난다.


원문에 나온 표현을 보자. (괄호는 한국어 버전)


・ 遊んでいただき(플레이해 주셔서) / 楽しんでいただける(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각각 세 번째 줄, 여섯 번째 줄에 있는 표현이다. 한국어가 원문이라면 'プレイしてくださいまして', 楽しみをお届けできる 같이 ~てくださる(~해주시다)를 활용했거나 전혀 다른 표현이 쓰였을 거다.

遊んでいただき는 遊んでもらう(놀아주다, 직역하면 '놀아 받다')에서 もらう 자리에 겸양 동사 いただく를 쓴 표현이다. 한국어에는 없는 개념인데 (동사 활용)ていただく는 직역하면 '상대방이 뭔가 하는 것을 내가 (삼가) 받았다'로 '~해주시다'라는 뜻이다. (앞서 한국인이 작문했다면 썼을 법한 ~てくださる를 활용해서) 遊んでくださいまして가 틀렸냐고 하면 딱히 그런 건 아닌데, くださる는 '주셨다', 즉 상대방에게 적극적인 의도가 있었다는 뉘앙스가 강하고 무엇보다도 이게 상대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표현이라 높이는 대상이 '독자'에게 한정된다는 맥락이 있어 보통은 '나'를 낮춰서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 전체를 높인 遊んでいただき 쪽을 쓴다. 그래서 글 끝에서도 한번 더 楽しんでいただける처럼 ~ていただく(いただける는 いただく를 가능형으로 활용한 것)가 쓰인 거다.

참고로 楽しんでいただける는, 역시 いただく 대신에 くださる를 활용한 楽しんでくだされる는 잘 안 쓰이고 '~하도록'까지 들어간 楽しんでくだされるよう는 더더욱 잘 안 쓴다.(구글 검색 결과에서도 楽しんでくだされるよう는 고작 210건, 유사한 부분이 생략된 결과로는 단 11개다! 반면 楽しんでいただけるよう는 대략 400만건이다.)


・ 行って参りました(진행해 왔습니다) / 努めて参ります(노력하겠습니다)

각각 네 번째 줄, 여섯 번째 줄에 있는 표현이다. 역시 한국어가 원문이라면 겸양 없이 行ってきました, 努めていきます가 쓰였을 거다. 参る는 行く(가다)와 来る(오다)의 겸양어다.


・ お詫び申し上げます(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섯 번째 줄에 있는 표현으로, 저 말 자체는 '사과 말씀 올립니다'라는 뜻이다. 한국어를 기준으로 일본어로 직역한다면 大変すみません이나 (어디서 사과 표현을 좀 들어봤다면)大変申し訳ございません을 썼을 거다. お詫び申し上げます도 이제는 좀 틀에 박힌 상투적인 표현이 되긴 했지만 어쨌든 言う(말하다) 자리에 겸양 동사 申し上げる가 들어간 표현이다.


・ お届けする(제공하다) / ご迷惑おかけしております(불편을 끼쳐드리다)

각각 네 번째, 다섯 번째 줄에서 쓰였다. 앞서 말한 '겸양어화'하는 문법이 쓰인 건데 'お+(동사 ます형)+する'의 꼴로 쓴다. 참고로 する(하다)의 가능형이 できる니까 '~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고 싶으면 する 대신에 できる를 넣으면 되고 실제로 여섯 번째 줄에서 お届けできるよう(제공할 수 있도록)라고 등장한다.

특히 ご迷惑おかけしております가 겸양 표현을 최대한 집어넣은 극 공손체의 표현인데 이건 '민폐를 끼치다'라는 관용구 迷惑をかける에서 시작한다. 우선 迷惑에 '경어 접두사'라고 해서 어떤 단어를 부드럽게 표현하는 ご-를 붙여 썼는데 이게 단어에 따라 ご-가 붙기도 하고 お-가 붙기도 하며 좀 더 깊게 들어가면 おん-, ぎょ-, み-까지 있어서 일본인들도 자주 헷갈려 한다.(근데 후자 세 개는 정말 볼일이 별로 없다) ご迷惑도 어느 정도 상투적인 표현이 되긴 했는데 일본어 실력이 낮다면 ご를 써야할 자리에 종종 お를 쓰는 실수를 저지른다. おかけする는 앞서 설명했으니 넘어가고 する를 '하고 있습니다'로 활용한 しています에서 います 자리에 겸양 동사인 おります를 넣었다. 한국어 문법 관점에서 보면 이중 존칭인 것처럼 보이고 일본어에서도 이중 존칭(정확히는 이중 겸양)은 문법적으로 틀린 것인데, 일본어의 이중 겸양은 '겸양 동사'에 '겸양어화 문법'을 적용한 것이고, 그게 아니면 겸양의 단계가 다를 뿐이라서 얼마든지 저렇게 써도 된다. 그러니까 앞에서 소개했던 聞く(묻다)의 겸양 동사인 伺う(여쭙다)에 겸양어화 문법을 쓴 お伺いする가 이중 겸양으로 틀린 표현이다. 근데 웃긴 건 일본인들도 이중 겸양이 구체적으로 뭔지 제대로 알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잘 틀리고, 심지어는 틀리게 썼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걍 넘어가기도 한다.


2. 현지 업계 용어가 쓰였다.


・ 韓国語版(한국어판)

한국에서는 보통 '(나라 이름) 서버'라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일본에서는 '~~어판'으로 나타낸다. 아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에 이렇게 바뀐 게 아니고 2002년에도 그래왔던 것처럼 꽤 관용적으로 쓰인 표현이란 걸 알 수 있다.

- 日本語版(일본어판)이 쓰인 사례

가디언즈 테일즈 일섭 퍼블리싱을 알리는 기사(2021년): https://ego-and-eva369.com/game/guardian-tales

데차 일섭 베타테스트를 알리는 기사(2017년): https://ginmy.net/dc_beta

리니지 일섭 서비스 개시를 알리는 기사(2002년): https://game.watch.impress.co.jp/docs/20020124/lineage.htm

- 韓国語版(한국어판)이 쓰인 사례

프리코네 한섭 개시를 알리는 기사(2019년): https://gamebiz.jp/news/235336

프로세카 한섭 사건 사고에 대한 한 개인의 블로그 글(2022년): https://note.com/chohot/n/nb6467390ae3d


・ ゲーム施策(게임의 시책)

한국어에서는 보통 '게임 정책'이라고 표현하지 '게임 시책'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건 한국어 버전에서 번역투가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 監修体制(감수 체제)

한국 게임 업계에서는 보통 '모니터링'이라고 쓴다. 구글 검색 결과에서도 '게임', '감수 체제'를 반드시 포함시키고, 이번에 간담회가 이슈가 돼서 기사로 많이 오르내렸으니 '우마무스메', '사이게임즈'를 제외시켜서 검색하면# 고작 100개도 안 되고(유사 결과 제외시 18개) 그마저도 게임과 전혀 관련 없는 것들만 나온다.


・ 連携(연계)

한국 게임 업계에서는 해당 문맥에서 보통 '협의', '협업' 혹은 '소통'이라는 단어를 써서 쓴다. 역시 번역투가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3. 문체가 전체적으로 '글말'로 잘 통일되어있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인데, 일본어에서는 '글말'(話し言葉)과 '입말(書き言葉)를 구분해서 어느 한쪽으로 통일해서 쓰도록 가르친다. 그러니까 글이 입말로 시작했으면 내내 문체가 입말로 통일돼야하고, 글말로 시작했으면 전체적으로 글말로 통일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어에는 이런 개념이 잘 없어서 글쓰기가 서툴다면 100% 문체가 섞인 글이 나온다.


・ しかしながら(하지만)

입말에서 でも(그런데)에 해당하는 단어로, しかし(그러나)보다 더 글말스러운 단어다. 굳이 비슷한 한국어 단어를 과장 좀 보태서 꼽자면 사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허나' 정도가 될 것이다. 


・ Cygamesにおいても(사이게임즈의 ~에도)

이 부분은 한국어에서 의역이 됐는데 ~においても는 입말의 ~でも(~에서도)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다. 격식 차린 느낌을 줄 때 쓰인다. 따라서 해당 표현이 들어간 문장 'Cygamesにおいても監修体制に'는 원문 뉘앙스를 살려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번역하면 'Cygames에서도 모니터링에' 정도가 된다.


・ ……があり、……連携不足になり、

입말에서 ~(동사 활용)て、~(동사 활용)て、로 쓰이는 표현인데,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일본어가 서투른 외국인들한테 작문을 시켜보면 자주 지적받는다. 즉 글 처음은 글말로 잘 썼으면서 중간에 ……があって、……連携不足になって、로 쓴다는 거. 글말에서는 위처럼 동사 ます형에서 끊는 문법을 쓴다. 어학당에 가면 아마 '연용 중지형'(連用中止形)이라고 표현할 거다.(찾아보니 정식 학술 용어는 아닌 듯 하다. 흔히들 ます형이라고 부르는 형태를 일본 국문법에서는 '연용형'(連用形)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따온 말이다.)


이상이 내가 주의 깊게 본 '문장 부호를 틀렸으면 실수가 있을 법한데 일어나지 않은 부분'이다. 저걸 다 완벽하게 틀리지 않게 구사하면서 문장 부호를 틀린다? 솔직히 나한테 맡겼으면 중간에 반점이나 반각 띄어쓰기 들어간 거 다 고쳤어도, 업계 용어까지 완벽하게 쓸 수 있다고는 장담 못 해서 아마 일본 업계 사람이 봤으면 '좀 어색한데?'라고 느꼈을 거 같다.


그럼 왜 저런 실수가 나타났나? 솔직히 문법이 완벽하면서 반점이나 반각 띄어쓰기가 들어간 게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최근에 일본 업계랑 꽤 오랫동안 거래해왔다는 한 유튜버의 영상을 봤다.




이 분이 말하길, 일본인이 보낸 텍스트를 복사해서 디자이너한테 토스하면, 그 디자이너는 일본어 폰트가 없기 때문에 거의 100% 폰트가 깨져서 반각 띄어쓰기처럼 보이는 에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 단순히 문장을 복붙해서 저걸 만들었다면 '?' 같이 물음표로 깨지는 현상도 있었겠네?


라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공식 간담회 자리에서 원문이랍시고 띄웠는데 ? 라고 폰트가 깨진 걸 띄우면 '검토도 제대로 안 했냐'라는 한 소리를 들을 테니 대충 원문 비교해보고 적당히 수정해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거다. 그 결과가 반점이라고 본다.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수정이 들어간 게 잘했다고 생각은 안 한다. 애초에 일본어, 한국어 양식 맞추려고 복붙하지 말고, 원문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조정한 다음에 캡처해서 옆에다 띄워놓기만 했어도 이 사단이 나진 않았을 테니까.


여담으로, 많은 사람들이 Kakao Games에 '様'(님)를 붙인 걸 지적하는데, 사실 FM대로라면 상식적으로 様를 안 붙이는 게 맞는다. 그런데 전후 맥락에 따라 붙이기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요 부분은 설명을 좀 하려고 한다.

일단 '압존법' 어쩌구 하는 건 그냥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소리니까 무시해도 된다. 왜냐하면 일본어에는 압존법이라는 용어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구글에 圧尊法라고 일본식 한자로 쳐서 검색하면 전부 한국의 군대 문화에서 온 용어니 하는 결과들이 뜬다.

일본어의 경어체 문화는 '우치'(ウチ; 内)/'소토'(ソト; 外)에 기반해서 돌아간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편'과 '우리편 아님'이다. 기본적으로 '우치'(우리편)에 포함되는 사람, 단체 등은 존칭 표현을 쓰지 않고, '소토'(우리편 아님)에 해당되는 사람이면 소속 관계 없이 다 높인다고 보면 된다. 근데 이 '우치'랑 '소토'를 구분하는 게 정말 골때려서 일본인들조차 헷갈려하고 잘 틀린다.


예를 들어 국가 정상 회담이 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일본 측에서는 수상 측근들 말고도 경산성, 외무성, 재무성 등 각 부서의 멤버들이 몇명씩 참가했다고 치자.(이공계 전공이라 잘 모르겠지만 우치/소토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거니까 그냥 넘어가자)

정상 회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 같은 일본인들은 '우치'가 될 것이고 다른 나라 국가 사람들은 '소토'가 된다.

한편, 정상 회의 직전에 일본 측 내에서 내부 회의가 열렸다고 쳤을 때, 각 부서별로 상황을 보고하는 상황이 됐다면, 이를 테면 외무성 공무원 입장에서 외무 장관 등을 포함해서 그쪽 직원들은 '우치'가 되고 다른 부서 사람들은 '소토'가 된다.

나아가 그 외무성 직원의 가족한테 뭔가 일이 터져서 상사한테 보고해야한다고 할 때, '우치'의 범위는 그 직원의 가족으로 더 좁혀지게 된다.


이렇게 상황이나 전후 맥락에 따라 그때 그때 '우치'랑 '소토'의 인식이 바뀌기 때문에, 같은 대상이라도 어떨 땐 존칭 표현을 쓰고 어떨 땐 쓰지 않기도 해서, 거꾸로 존칭 표현을 썼냐 안 썼냐로 그 사람의 태도를 추정하는 게 가능하다.


말딸이 한국에서 서비스 할 거라고 파카튜브에서 방송한 아래 짤을 보면


Kakao Games라고 様없이 쓴 걸 볼 수 있다. 이건 카겜을 '앞으로 게임을 같이 운영해 나갈 내부 사람', 즉 '우치'(내부인)이라 인식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위의 추론대로 카겜이 공개한 성명문이 사이게임즈에서 작성한 게 맞는다고 가정하면, Kakao Games에 様를 붙임으로써 카겜을 '소토'라고 인식하였고 이는 곧 카겜에 대한 사이게임즈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럼 왜 태도가 바뀌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여기서부터는 내 뇌피셜이다.


간담회에서도 그랬듯, 카겜은 내내 사이게임즈 핑계를 대왔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보면 이 사건은 엄연히 카겜이 운영 병크를 저질러서 터진 거고, 상식적으로 봤을 때 사이게임즈 입장에선 '지들이 잘못해서 지들 관할권에서 사건 터졌는데 갑자기 우리한테 사과문 달라고 하네?'라고 느끼는 게 당연할 거다. 그러니까 해당 원문에서 '사과 말씀 올린다'라고는 했지만 사실 정말 잘못한 거라 생각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사과하는 이유도 '카겜이랑 협의나 모니터링이 부족해서'라고 했지 '한섭에 대한 자기들 정책이 일섭이랑 달라서'라고 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내용은 사과문이면서 형식은 여태까지 사이게임즈가 써왔던 사과문과 전혀 양식이 맞지 않고, 반점이나 반각 띄어쓰기가 섞인 걸 수정하지 않은 것도 설명이 된다. 요약하자면 이런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겜: 야, 우리 사고 터졌는데 사과문 좀 써줘

사겜: ???? 그걸 왜 우리가 씀?

카겜: 아 시발 모르겠고 대충 줘 봐

사겜: ??? 알씀 기둘.

(사겜, 뭔가 쓰긴 썼으나 검수 거치지 않고 적당히 문법만 맞춰서 넘김. 그 와중에 Kakao Games에 様 붙이는 세심함.)

(카겜이 사겜 메시지 번역, 복붙. 폰트 깨짐 대충 수정. 간담회 뙇)


난 이게 맞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