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A 파이널스 이후, 내 담당 우마무스메이자 여자친구인 타이신이 집에 찾아와서 놀고 있던 때였다.
"걷어차버린다?"
"아니, 타이신... 그러니까 왜?"
타이신은 방금의 질문에 화가 났는지 인상을 썼다.
"너 변태지?"
"내가 뭘!?"
타이신은 죽일듯이 노려봤다.
"꼬리 안쪽이 궁금한게 그렇게 민감한거야?"
"다시 물어봤다간 진짜 걷어차버린다!"
얼굴을 확 붉히는 타이신은 꼬리를 자신의 배를 감았다.
"알았다... 할거 마저 해..."
타이신은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오케이, 신기록!"
꼬리를 흔드는 타이신은 게임기를 내려놓았다.
"역시 대단하네, 타이신은..."
"이런걸로 대단하다고 하다니, 오래하면 이런건 당연하잖아?"
타이신은 우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데이트하는데 집에만 있을거야?"
"어디 나가게?"
타이신은 질린듯한 얼굴로 봤다.
"모처럼 URA 우승도 했겠다. 나가서 놀아봐야지."
"가고싶은곳은 딱히 없어. 그냥 조용한 곳이기만 하면 되."
"그렇다고 또 PC카페 갈거야?"
"딱히 없잖아?"
타이신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저기, 우리 사귄지 1년이 넘어갔는데도 데이트하는 곳이 집, PC카페뿐이잖아."
타이신이 힐끔 쳐다봤다.
"하아, 알겠어. 오늘은 네가 가고싶은데로 가면 되잖아..."
타이신이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신에, 재미없으면 걷어찰거야?"
"알겠어. 그럼 놀러가자."
나는 차키를 챙겼다.



"그래서 온 곳이 수족관?"
"다른 사람들처럼 데이트 하는 기분이라도 내보자고. 응?"
타이신은 주머니에 손을 푹 넣었다.
"알겠어..."
나는 타이신을 데리고 매표소로 갔다.
"어서오세요, 오션플래닛입니다~ 성인 한분, 초등학생 한분 맞으신가요?"
나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살기를 내뿜는 타이신이 이쪽을 바라보고있었다. 나는 다시 직원쪽을 보고 카드를 내밀었다.
"아, 아뇨, 성인 한명, 고등학생 한명이요..."
"아, 죄송합니다. 금방 뽑아드릴게요."
입장권을 받고 타이신에게 건냈다.
"자, 들어갈까?"
"걷어찬다?"
"내 잘못 아니잖아! 악!! 타이신!!"
타이신은 이미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다행이라면 힘이 실리지 않아 뼈가 안부러진 점이랄까...


"저거 게임에서 봤어. 실제는 의외로 작구나..."
대형수족관 답게 유유히 헤엄치는 상어를 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타이신은 마치 수족관에 처음 온 어린아이같았다.
"타이신, 저기봐. 해파리가 떠다니고있어."
"어디?"
타이신은 내 손 끝을 쫓아 해파리를 발견하곤 눈을 반짝였다.
"예쁘다..."
나는 그 틈에 사진을 찍었다.
찰칵-
"뭐, 뭐야! 뭘 찍은거야!"
"그냥, 구도가 예뻐서."
타이신의 볼은 약간 빨개졌다.
"참나,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말을 하네..."
그렇게 동심을 되살리는 수족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근처 카페에 왔다.
"예상보단 재밌었네..."
"바다생물들 신기했지?"
"뭐... 그럭저럭..."
타이신은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당근라떼 나온거야."
주문한 음료를 가져온 나는 당근라떼를 건내주며 아메리카노를 쭉 빨았다.
"어우, 여기 원두 태웠나, 꽤나 쓴데..."
"답지않게 왠 아메리카노를 마셔가지고..."
타이신은 당근라떼를 마시다가 내게 건냈다.
"자, 그렇게 쓰면 내거 좀 먹어."
"괜찮아, 시럽 뿌리면 되."
"아, 그러셔?"
타이신은 다시 컵을 당겨와 마시면서 핸드폰을 보았다.

"카페가 좀 시끄럽네..."
"이제 알았어?"
"다 마셨으면 다음으로 가볼까?"
나는 다 마신 컵을 쟁반위에 올렸다.
"또 있어?"
질린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타이신, 나는 아랑곳않고 쟁반을 치웠다.
"또 없으란 법도 없잖아?"
"알았어, 가면 될거아냐..."
타이신과 카페를 나온 뒤 차에 올라탔다.

"영화관?"
"한번쯤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타이신과 찾은 곳은 영화관. 전에 머리식히러 혼자 찾아오곤했던 영화관이다. 장점이라면 히트작이 나오지않는 이상 사람이 많이 오지는 않는 모양이다.
"사람 많을거잖아."
"내가 보증할게, 여기 사람 많이 안와."
타이신은 아무말 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저기, 타이신?"
"알겠어... 보면 되잖아."

상영작은 별거 없었다.
"뭐 볼래?"
"아무거나..."
"그게 가장 어려운 대답인거 알지?"
타이신은 나를 째려봤다.
"알겠어... 상영시간 긴걸로 한다?"
"맘대로..."
러닝타임이 가장 긴 영화가 3시간... 도대체 무슨 영화인지 러닝타임이 3시간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타이신에게 영화표를 건냈다.
"자, 영화표. 곧 들어가야하는데, 음식은?"
"딱히..."
우리는 금방 열린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좌석을 둘러보니 관람객은 우리 둘 뿐인듯 싶다.
"타이신, 오늘 데이트는 그래도 싫지는 않은 모양이네?"
"무슨 소리야?"
타이신이 나를 쳐다봤다.
"귀를 보니까 화는 안난것같아서."
타이신은 귀를 가렸다.
"쓸대없는 소리하면 걷어찬다?"
"알겠어... 자리에나 앉자."

영화가 시작하고 30분이 지났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것이다.
지금 우리는 30분어치의 금을 버리고있다. 타이신은 대놓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있었고, 나 또한 핸드폰만 바라보고있었다. 영화는 조용하고 따분한, 심지어는 중요한 떡밥따위도 던지지 않는 영화였다. 그래서 관객이 우리뿐인걸까...
"타이신, 그냥 나갈래?"
"그냥 있어... 조용하니까 좋은데, 뭘."
나도 핸드폰을 보면서 대략 10분이 흘렀을까,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는 흘깃거리며 타이신을 봤다.
타이신은 살짝 붉은 얼굴로 성인용품을 보고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심호흡을 했다.
"쓰읍... 후우... 스으읍..."
"본거 다 알거든?"
"푸훕!? 무, 무슨말이야?"
갑작스런 타이신의 말에 당황한 나는 타이신쪽을 봤다.
"하아.... 너, 내가 왜 오늘 데이트하자고 한건지는 알지?"
"나보고 좀 쉬라고..."
"또?"
"피로 풀어준다고...."
타이신은 이마를 짚었다.
"이게 쉬는거야?"
"아니지..."
"네 집에서 펀하게 하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무슨 소리야?"
타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위에 올라탔다.
"저기, 타이신?"
"그냥 여기서 해버리자."
"자, 잠깐만 타이신. 적어도 지금 이라도 나가서 집에서 하자. 그러는 편이..."
타이신의 눈에 안광이 서렸다.
"나 스위치 올라가면 알잖아?"
"......... 죄송합니다."
"늦었어."



다음은 우마뾰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