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중계 모음집 펼치기・접기     
#1 - 1987 킷카상
사쿠라 스타 오
#2 - 1999 일본 더비
어드마이어 베가
#3 - 1998 마이니치 왕관
사일런스 스즈카
#4 - 2000 타카마츠노미야 기념
킹 헤일로
#5 - 1993 타나바타상
트윈 터보
#6 - 2009 아리마 기념
드림 저니
#7 - 1996 일본 더비
후사이치 콩코드
#8 - 2000 천황상(봄)
티엠 오페라 오
#9 - 2004 일본 더비
킹 카메하메하
#10 - 1994 스프린터즈 S
사쿠라 바쿠신 오
#11 - 2005 킷카상
딥 임팩트
#12 - 1999 타카라즈카 기념
그래스 원더
#13 - 2017 아리마 기념
키타산 블랙
#14 - 1998 킷카상
세이운 스카이
#15 - 2004 마일 챔피언십
듀란달





全開だターボエンジン、逃げ切った!
터보 엔진 전개, 도주해냈다!



원래 5번째 명중계는 2005년 킷카상 딥 임팩트였는데

원래 예정 목록에 트윈 터보를 넣으려던 걸 깜빡했어서 딥 임팩트 대신 들어감




오늘의 주인공.


도주에는 로망이 있다.

아니, 도주에는 로망이 있다.


1992년, 10마신 이상 차이를 벌려 한신의 언덕을 넘었던 메지로 파머타카라즈카 기념

2009년, 대도주마 둘이서 두 자릿수 인기로 1, 2착을 나눠먹은 퀸 스푸만테엘리자베스 여왕배

1998년,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은 "중상에서의 마지막 대차 승리"를 이뤄낸 사일런스 스즈카킨코상

2022년, 아쉽게도 따라잡히긴 했지만 20마신 이상의 대도주로 화제가 된 판탈랏사천황상(가을)

그리고 여기, 그 누구보다도 팬들을 열광하게 했었던 전설의 대도주마가 있다.


바로 트윈 터보.


성적은 막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다. G3 3승이 상위 1%라고는 하지만 실감나지 않는다.

하지만 트윈 터보를 보면 누구나 열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대도주의 매력.

시작부터 체력 신경쓰지 않고 달려나가서 우선 거리를 벌린다.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는 것이 중요.

충분히 거리를 벌렸으면 최대한 거리를 좁히지 않게끔 버티다가 마지막까지 선두에 남는다.

뒤쪽에 있는 다른 말들이 아무리 스퍼트를 걸어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멀리멀리 가버리는 것. 대도주.


하지만 이런 로망의 뒷면에는 숨겨진 사실이 하나 쯤 있는 법.

트윈 터보는 대도주가 적성인 것이 아니라, 대도주를 할 수밖에 없었던 몸이다.

선천적으로 다른 경주마들을 무서워했고, 다른 말들과 함께 중단에서 겨룬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단 하나, 다른 경주마들의 발굽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버리자.

그렇게 해서 트윈 터보의 대도주가 탄생했다. 도망치기 위해 선택한 대도주.


거리를 적당히만 벌리려고 해도 뒤에 쫓아오는 발굽 소리에 터보는 겁을 먹고 금방 속도를 내버린다.

때문에 스태미너 배분이 정말 힘들었다고 터보의 주전 기수 중 한 명인 나카다테 에이지는 말했다.

하지만 1993년 7월 11일 그 날만은 달랐다.


니이가타 대상전에서 터보를 탔던 오오사키 쇼이치 기수를 대신해

타나바타상에서는 나카다테 에이지 기수가 터보에 처음으로 기승한다. 

평소와 같은 대도주, 터보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멀리 멀리 도망친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다른 느낌이 난다.

무지성 대도주였던 과거와는 다르게, 이번엔 거리를 벌린 채 스태미너를 남긴다.

그리고 남겨놨던 스태미너를 마지막 스퍼트에 쓰면서 뒤쳐지지역분사 하지 않는다―

그렇게 터보는 엔진을 풀전개한 그대로 골을 통과한다.


터보는 타나바타상을 이기고 G3 올 커머에서도 비슷한 전법으로 승리한다.

올 커머에는 천황상(가을)의 우선 출주권이 단 한 장 걸려있기에

1착으로 통과한 터보가 천황상(가을)에 출주하게 된다.

3번 인기로 출주했던 터보이지만, 17착으로 마무리. 1착은 야마닌 제퍼였다.


애니메이션 2기에서 타나바타상은 최종직선만을 짧게 그리고, 올 커머에 분량을 더 넣었다.

그리고 올 커머에서는 터보가 체력을 다 써가며 간신히 골 판을 통과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단순히 극적인 표현을 위해서이고 실제로는 스태미너에도 꽤 여유를 남긴 채 승리했다고 전해진다.


1993년 올 커머 이후 터보의 중상 승리는 없다.

우마무스메 인게임에서 나리타 브라이언이 나오는 메인 스토리 4장에 터보가 나온다.

이는 1994년 아리마 기념으로, 터보는 10번 인기 13착을 거둔다.

이 아리마 기념 이후 G2 아메리칸 조키 클럽 컵(AJCC), (당시 OP) 제왕상,

G3 니이가타 대상전을 뛰고서 터보는 중앙을 떠나 지방 더트에서 뛰게 된다.


지금은 없어진 카미노야마 경마장에서 10경기, 모리오카 경마장에서 1경기를 치루고

터보는 언제까지고 대도주의 화신으로써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채 1996년 은퇴했다.


약 18년 뒤 JRA 60주년 기념 기념경주 메모리얼 레이스가 개최되었었는데,

이는 각 경주마다 기억에 남는 경주마들의 이름을 붙이는 행사도 있었다.

물론 타나바타상도 포함되어 있었고, 타나바타상이 열리는 7월 13일

타나바타상이 시작되기 전, 준 메인 레이스로써 "위타천 트윈 터보 컵"이 열렸다.


2004년 일본 중앙 경마회의 잡지 "우준優駿"이 실시한 "개성파 호스 베스트 10" 이 있었는데

1980~2000년대의 도주마 부문에서 편집자, 독자 모두 사일런스 스즈카에 이어 2위로 터보를 꼽았다.

이 기획에서 터보의 평론을 맡은 산가 타쿠야는 이렇게 말했다.

"99번 꼴아박더라도 100번째는 이기지 않을까, 하고 기대받았던 말."


또, 경마 만화가인 요시다 미호는 자신의 작품 중에서 트윈 터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큼지막한 레이스는 이기지 못했지만, 이런 말이 없다면 경마는 재미가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대도주"라는 각질을 한번에 인식시키고,

"꼴박? 아니면 대성공?"이라는 긴장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 경주마 트윈 터보.

비록 성적은 별로일지라도 이 말은 어떤 의미에서는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