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메지로 라모누를 담당으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모인 트레이너들 중 한 신입이 당돌하게 외친 한 마디였다.


"뭐라고요?"


냉랭함으로 무장한 라모누의 성격상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코웃음 섞인 조소뿐.


하지만 신입 트레이너는 그녀의 차가운 태도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그저 다시 한번, '나와 경주하자' 라며 소리쳤다.


"히토미미인 당신이 저와 무슨 수로요? 인간이 우마무스메를 이길 수 없다는 건 당연한 이치랍니다."


"상관없어, 널 스카우트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일 것 같았거든."


"내가 이기면, 내 담당이 되어 줘!"


그렇게 말하는 트레이너의 두 눈엔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라모누는 지금껏 여러 트레이너들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부해 왔다.


자신이 만족할 만한 질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나.


그 어떤 자료를 보여줘도 그녀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이 신인의 객기 넘치는 제안은 제아무리 눈 높은 그녀라도 동요하게 만들었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하지만 시시한 경주를 보여준다면 알죠?"


트레이너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사흘 후 운동장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고 자리를 파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선배 트레이너들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을..






사흘이 지난 후의 연습 트랙.


체육복 차림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라모누에게 당돌한 신인이 다가왔다.


"와 있었구나."


"이래봬도 메지로의 구성원이니까요, 약속은 확실히 지킨답니다?"


하고 라모누는 위아래로 트레이너를 쭉 훑어보았다.


갈색의 머리칼과 밤하늘처럼 예쁜 검은 눈동자를 가진, 뭇 여러 여성들을 홀릴 만큼의 미남이었다.


"몸은 제대로 풀고 온 거야?"


"저를 뭘로 보시는 건가요."


가볍게 대꾸하고 둘은 나란히 출발점에 섰다.


그리고 트랙에서 조금 떨어진 데크에는 세기의 대결(?)을 관전하러 온 불안해 보이는 선배 트레이너들과 여타 말딸들이 있었다.


"선배, 점마 진짜 미친 거 아닙니까?"


"설마 이기겠냐? 너무 걱정 마."


"저렇게 경주해서 이긴 선배들 몇 명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데.."


신입인데 이길 리가 없다며 대꾸하는 선배 트레이너도 엄지손톱을 깨물며 트랙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불안감을 표하는 사이, 저 멀리에서 메지로 라이언이 신호총을 들고 소리쳤다.


"두 선수, 제자리에 서시고.."


"출발!"





공이가 당겨지고 큰 파열음이 울려퍼짐과 동시에 한 쌍의 말딸과 히토미미가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초반에는 라모누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마치 눈보라처럼 빠르고 서늘한 달리기는 '여왕'이라는 수식어와 일맥상통했다.


히토미미와의 레이스였기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점차 트레이너와의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라모누가 이기는 건가.."


"그래 신입, 져주는게 네가 살아남는 길이다.."


그러나 선배들이 데크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선배! 쟤! 쟤 좀 봐요!"


"거짓말이지..?"


"어어 신입아.. 그러지 마라!"


아니나 다를까, 신입 트레이너가 맹렬한 속도로 전력질주하여 라모누를 뒤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두 눈의 쌍심지 때문일까, 마치 열풍이 닥쳐오는듯한 느낌을 라모누는 받았다.


"뭐..!"


경악하기도 잠시,라모누도 빠르게 다리를 움직이며 마지막 코너를 향해 돌격했고, 그와 동시에 트레이너도 젖 먹던 힘을 다해 라모누와 거의 동시에 코너를 통과했다.


땀방울을 공중에 흩날리며 희열에 찬 얼굴을 한 그 신입은 더 이상 그녀에게 있어 시시한 남자가 아니었다.


자신과 동등한 선상에서 달릴 수 있는, [수컷]이었다.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함과 동시에, 라모누는 쏜살같이 트레이너에게 달려들어 그를 덮쳤다.


"라.. 라모누..?"


"이건 전적으로 당신이 잘못한 거에요.."


트레이너가 멈추라고 외쳐도 그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트랙에는 한 쌍의 남녀가 헐떡이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갔네.."


"누가 알려 줬어야지, 달리기에서 히토미미가 말딸을 앞지르는 순간 뾰이에 동의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선배 트레이너들은 혀를 끌끌 차며 자리를 떴다.


이후 신입이 라모누의 트레이너가 되고, 몇달 후엔 그녀와 함께 똑같은 반지를 끼게 되는 것은 나중의 이야기.



처음 써본 괴문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