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괴문서] 그저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미친."


입은 옷은 분명한 상복이었으나, 그녀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걸친 그 옷이 상관 없는 듯 하였다. 


하물며, 그 옷을 입고 유혹하고 있는 상대가 자신의 남편이었던 사람의 아들이라는 것조차 상관 없는 듯하였다.

아니면, 오히려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일까.


"이거 놔!"


나는 그녀에게 잡힌 팔을 털면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내가 그녀를 떨쳐내려 할 수록 그녀의 손은 마치 뱀과 같이 내 팔을 점차 끌어안아 제 품으로 가져갈 뿐이었다.

그녀에게 잡힌 팔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이어지듯 퍼져나간다.


"정말로, 그이와 닮아서... 안타까울 정도야. 어쩌면, 그이가 나를 위해 남겨준 선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미친년이 뭐라고 하는 거야!"


악다구니를 쓰면서 떨쳐내려 하지만, 잡아 끄는 손의 힘을 이겨낼 수가 없다. 

그녀의 비웃는 웃음소리가 가까워지고, 또한 커져간다.


"후후...."


빈소에서 이런 소란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이 살피지 않는 것이 이상하여 빈소의 입구를 바라보니, 빈소의 문이 어느샌가 닫혀 있었다.

문 밖에서는 조문객들이 이리저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작게나마 들리는 것으로 보아, 지금 빈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란은 그 밖에서 보이지 않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리라.


"거부하지마렴. 그냥 내맡기는 거야."


"내 몸에 손대지 마!"


이윽고 내 몸을 잡아오는 손을 쳐내려 손을 움직였으나, 쳐내려 움직인 손조차 그대로 붙잡혔다. 마치 아이들의 장난을 다루는 듯이 움직이는 손에 허망하게 붙잡혔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내 두 손이 모두 봉쇄되자, 이내 그녀는 마치 나를 관찰하듯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넌 너의 아버지와 닮았어. 살짝 옥에 티가 있다면, 언뜻 보이는 네 어머니의 모습일까."


"....!"


"...화난거니?"


이윽고 그녀는 자신이 잡은 내 손과 팔을 장난치듯이 살짝 흔들었다.


"살짝만. 아주 살짝만 내 말을 들어줘."


"...."


이윽고 나는 그녀에게 붙잡힌 채로 흔들리고있는 팔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듯이 말을 이어갔다.


"나는 너의 아버지를 정말로 사랑했어. 그래서, 너를 데려오자고 말했었지만 네 어머니가 발목을 잡았었지. 만약에 그때 네가 왔었다면, 우리 모두 행복했을텐데. 안타까운 일이었지."


"그게. 지금... 이러고 있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내가 그때 아버지를 따라나섰으면, 어린애를 유혹하기라도 했을 거란 말인가?"


나의 말에 그녀는 잠시 웃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후후. 물론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야. 말 그대로의 행복한 가정이었을거란 말이었을 뿐.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건... 조금 다른 이유에서지."


"무슨 이유?" 


"...네 아버지는 내가 힘들때 다가와 주었던 사람이었지. 내가 무너져내렸을 때, 나를 일으켜세워준 사람."


"....?"


"내가 사랑과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것이 레이스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향할 수 있음을 알려준 사람. 그래서 나는 네 아버지에게 사랑을 품었어, 마음을 담았어. 그 사랑과 마음으로 그를 붙잡았지. 날 떠나버리면, 나는 그냥 죽을 거라고. 내 마음이 온전히 남아있는 까닭은, 당신에게 맡겼기 때문이니까. 나를 떠나지 말라고 애타게 빌었어. 그리고, 그는 내 소원을 받아들여줬지."


"...."


"욕심이라고 할만한 일. 그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 정확히는 나에게 향하도록, 아니면 최소한 내 곁에 있게라도 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었어. 하지만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억지를 이어나간 끝에 성공했지. 그렇기에 그와 너에게는 정말로 죄스러운 마음이 남아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의 행복을 이루게 해주고 싶었어."


"....우리 어머니는? 나랑 아버지만 거론하는데, 당신 때문에 제일 불행하게 살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는?!"


"안타까운 일이지. 만약, 네 어머니와 너희 아버지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


"말이 살짝 새어버렸네. 내 마음을 맡긴 그이가 떠나고 나서, 참 많이 슬펐어."


"그런 것 치고는 울음 하나 흘리지 않는 것 같은데...?"


"이미 많이도 흘렸으니까. 그이의 시신을 붙잡은 채로 정말로... 정말로 많이 울었거든. 떠나버린 그를 탓하면서 울고 또 울었어."


이내 그녀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다시금 떴다. 그녀의 회색빛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있었다.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던, 예전의 기분. 무너져 내리는 그 기분을 다시금 느꼈어. 이번에는 나를 일으켜 세워줄 누군가도 없을텐데 말이지."


그녀의 마지막 말은 마치 한탄하는 듯하였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 너를 다시 보게 된 거야." 


"나를...?"


"너의 모습에서 무언가가 느껴졌어. 예전에 내가 무너졌을 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 그이의 모습을... 너에게 느낀 거야. 나를 위로해줄 사람이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아니면 무언가의 오감적으로 느껴졌어."


말을 잠시 끊듯이 멈춘 그녀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자신이 잡은 내 손을 끌어 당겨 제 가슴께로 향했다.


"...느껴지니? 내 심장이 이렇게 뛰고 있는 걸. 그이가 죽었을 때. 내 심장도 마치 멈춘 듯이 얼어붙었었건만, 너를 본 지금은 이렇게나 격하게 뛰고 있어..."


그녀의 가슴과 맞닿은 손에서는 분명한 고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내 마음을 지켜주고 위로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


"...."


"부탁이야. 안아줘. 사랑해줘. 위로해줘.... 네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부디, 너도..."


달큰하게, 젖어든 숨결이 얼굴에 뿜어진다. 팔과 손을 붙잡던 손들이 내려와, 나를 안아온다.


"나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마치 그녀를 안아가듯이 손을 모아 그녀의 허리를 잡는다.


"아...."


그렇게 그녀의 허리를 붙잡자, 그녀는 내 손길에 환희를 느끼듯이 다시금 달큰한 숨을 내쉰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은 손에 한순간 크게 힘을 모아 그녀를 밀쳐냈다.


"흐읍!"


"-?! 꺄악-?!"


아까 내 팔을 붙잡았던 것과는 다르게, 그저 가볍게 얽히듯이 나를 붙잡았던 손들은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간다. 


이윽고 그녀는 상에 부딫히며 볼썽사납게 빈소를 구르듯이 넘어진다. 


"..읏- 아아?!"


"미친 소리는 잘 들었다."


계속 듣자하니, 아버지가 불쌍해질 지경이다. 저여자는 이런 식으로 아버지를 옭아맸던 건가. 


미쳤다. 단단히 미쳤다. 정신이 나가도 올곧게 나간 여자가 아니다. 


바닥에 널부러진 그녀를 뒤로하고, 그대로 걸음을 재촉해 빈소의 문을 열고 나섰다. 폭력을 행사한 셈이니 무언가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뭐?"


그러나, 그런 내 걸음은 문을 열고 나가자 막혀버렸다. 


앞길을 가로막은, 아마도 메지로가의 우마무스메일 것 같은 생김새의 우마무스메들에게.


"안타까운 일이네요."

"...힘든 일이긴 했죠?"

"그래도, 응원해주고 싶었는데."



"비켯- 아-?!"


무언가의 저릿한 기분이 한순간 허벅지에 감돌았다. 이내 그것이 전기 충격기의 충격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바닥에 고꾸라져 그 전격에 몸을 뒤틀고 있었다.


"...죄송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해해주세요."


나에게 전기충격기를 사용했을, 연한 하늘색 머리의 우마무스메는 그렇게 사과를 건네왔다.


그녀들의 다리사이 너머로 바라본 접객실은 빈소에 들어서기 전에 보았던 조문객들이 하나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으으..아아아--?"


이윽고 내가 나온 뒤편의 빈소문이 불길한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엎드린 채로 코앞만 바라보고 있는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불안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는 상대.


"...다들 고마워. 안 좋은 일을 돕게 해버렸네."


이윽고 옷자락이 사르륵 접히는 소리가 귓가를 향해 다가왔다.


"으으으.."


힘 없이 축 늘어진 내 몸을 안아드는 부드러운 팔. 


이윽고 그 팔에 이어진 손에 내 고개가 살짝 돌려지자, 그녀의 얼굴이 눈 앞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너는... 놓치지 않아. 내 마음을 담을 그릇이니까..."


회색빛 눈동자가 내 시야를 가득 채울듯이 다가왔다. 


나는 그 회색빛 눈동자가 내 세상과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꼈다. 


이윽고 그 압박감 앞에서, 나의 눈은 파르르 떨다가 점차 감기어 들었다.


눈앞에 가득했던 회색빛은 이윽고 검은빛으로 바뀌었다.



이내 나의 정신은 달큰한 향기 속에서 그렇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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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이런 괴상하기 짝이 없는 엔딩이잖아. 


단편으로 쓸 것을 덧칠해서 망치는 것도 있는 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