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모험의 시작


여관 주인이 나와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맥주를 건네주며 말했다.


"기사님들, 여기서 편히 쉬다 가세요."


 사실 나는 기사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나는 기사가 맞지만,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기사가 아니었다. 왠 방랑기사들이 멋대로 임명하기 전에는.


"왜 이렇게 표정이 심각해? 편하게 있으라고."


 저 사람은 방금까지 나를 납치해서 칼집으로 위협해 놓고 이제 와서 편하게 있으라고 한다.


"아, 우리 이제 동료인데 지금까지 자기소개도 안했지?"


 누구 맘대로 동료라는 거얏?


"내 이름은 요하네스 퀴어비스(독일어로 '호박')다. 이 팀의 리더지."


"나는 야코프 카로트(독일어로 '당근')다. 최강의 기사가 될 몸이지."


"나는 페터 카토펠(독일어로 '감자')이고, 내 역할은 회계 역할이랑 저 두 녀석이 사고 치면 수습하는 거지."


 세 사람은 말을 마치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나도 말하라는 건가?


"저... 저는... 한스... 슈나이더... 라고..."


"야, 우리 이제 동료라니까? 말 놔도 돼."


"그... 그럼... 그럴게..."


 이렇게 어색한 대화가 흘렀다. 내가 싸움을 못한다고 했지만, 그들은 인원 수만 채우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여관 안에 한 상인이 들어왔다.


"여러분, 아주 놀라운 사업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이 옥장판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러자 여관 주인은 이렇게 소리쳤다.


"잡상인 끌어내!"


 그러자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경비 인력이 상인을 붙잡아 문 밖으로 끌고 나갔다.


"아니, 잠깐만요. 이건 진짜 좋은..."


 상인은 여관 주인을 설득하려고 시도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여관에서 잠을 자다가, 다음날이 되자 여관 밖으로 나갔다. 요하네스와 야코프는 마굿간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더니, 말을 타는 것 같은 자세를 하고 입으로 '다그닥 다그닥' 하는 소리를 내며 나갔고, 페터가 "그만 좀 해"라고 말했다. 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발론부르크를 거쳐 회일레 동굴로 간다고 한다. 나는 그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2화: 발론부르크


"우리가 지도에서 어디에 있더라?"


 요하네스가 좌우로 시선을 돌렸다.


"발론부르크까지 얼마나 남았어?"


 야코프가 페터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성문 바로 앞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나마 지도를 볼 줄 아는 페터는 답답한 듯 말했다.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발론부르크에 도착했다. 대도시라서 그런지 성벽의 길이도 유독 길었고, 안에는 5층 이상의 건물도 간혹 보였다. 페터에게 들은 말로는 이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하루~이틀 정도 쉬다 다시 출발할 계획이라는데...


"광장에 먼저 가 보자. 시장이 그곳에 있겠지."


 우리는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3명의 남자가 광장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한 사람은 콧수염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기른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비쩍 마른 사람, 마지막 한 사람은 뚱뚱한 사람이었다. 병사로 보이는 사람들은 할버드를 들고 그들을 쫓고 있었다. 가만 보니 병사들이 고전하는 것 같았다.


"내가 도와줘야겠어."


요하네스가 병사들과 합류하여 범인을 쫓는 동안, 금발 머리의 젊은 여자가 공중에서 내려왔다.


"흐아~암, 낮잠 자고 있었는데 너무 시끄럽네?"


 여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난동을 피우던 사람들을 보았다.


"어? 저 사람들, 지명수배 받은 아돌프 티플러랑 그놈 부하인 게겔스, 패링이잖아?"


 여자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땅에서 사슬이 솟아나 티플러, 게겔스, 패링을 결박했다. 그들은 사슬을 풀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사슬은 풀리지 않았다.


"안녕~?, 나는 마리아 폰 브링겔이야. 한 번쯤 들어 봤겠지."


 마리아 폰 브링겔? 발론부르크의 대마법사를 말하는 건가? 나는 그녀가 저 젊은 나이에 대마법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신기한 거 하나 보여줄까?"


 마리아가 다시 지팡이를 휘두르자. 공간 어딘가에 균열이 생겼다. 균열에서 나온 것은 길이가 9미터, 높이가 2.5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흰 수레였는데, 바퀴는 두께가 두껍고 바깥쪽은 검은색에 안쪽은 은색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앞부분과 뒷부분으로 나뉘었는데 앞부분은 둥그런 형상에 앞쪽, 왼쪽, 오른쪽이 검은 유리로 되어 있었고 귀 같은 것이 달려 있었으며 뒷부분은 거대한 상자의 형상이었다. 그 수레는 누군가가 끌어주거나 밀어주지도 않는데 티플러와 부하들을 향해 고속으로 달렸다. 주변 사람들 말로는 다른 차원에서 무언가를 불러오는 마법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들만 쓸 수 있다고 하던데, 저 사람이 대마법사가 맞는 모양이다.


"아아-, 이것이 <이세계 트럭>이라는 것이다."


 이세계 트럭은 티플러에게 점점 가까워졌다. 티플러는 "이제 죽는구나"라고 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마리아는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를 죽이는 게 아니야. 다른 세계로 보내주는 거야!"


 하지만 이세계 트럭은 티플러와 부하들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어딘가에서 쾅 하는 소리를 냈다. 티플러는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다른 세계인가? 그런데 주변 풍경은 왜 그대로지?"


 티플러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더니, 마리아를 보고 화들짝 놀라 히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자빠졌다.


"왜 저 녀석도 그대로야?"


 게겔스는 티플러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총통 각하. 여긴 다른 세계가 아닙니다."


"무슨 소리! 우리는 분명 이세계 트럭에 깔렸어!"


"이세계 트럭은 저기 있습니다."


게겔스가 가리킨 곳에는 시계탑을 들이받고 찌그러진 채 연기가 나는 이세계 트럭이 있었다. 티플러는 그의 부하들과 함께 도망갔다.


"이런, 제 실수 때문에 시계탑이 부서졌네요."


 마리아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시계탑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요하네스를 향해 걸어갔다.


"당신이 절 도와주셨나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요?"


 사실상 마리아가 다 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요하네스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마리아는 우리를 바라보았다.


"여기 계신 분들은, 동료분들이인가요?.혹시 외부에서 오셨나요?"


 페터가 입을 열었다.


"예.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게 있어서요."


"혹시 어디로 가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그곳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페터는 마리아에게 지도를 보여줬다.


"최종 목적지는 말할 수 없지만, 이 길을 지나서 하겐도르프를 거쳐서 갈 겁니다."


"하겐도르프요? 잠시만요."


 마리아는 앞면은 까맣고 뒷면에는 고대 문자가 잔뜩 새겨진 석판을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여러 번 눌렀다. 그러자 석판의 뒷면에 있는 글자에 빛이 나면서 안개 같이 생긴 직사각형의 무언가가 생기고 상단에는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Google이라는 글자가, 중앙에는 하얀색 막대가 생겼다. 그녀가 석판을 공중에 띄운 채 양손의 검지, 중지, 약지, 소지를 마구 움직이자, 중앙에 있는 막대에 '하겐도르프'라는 글자가 생기고 마지막으로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움직이자 하겐도르프에 대한 정보들이 나왔다.


"하겐도르프로 가는 길이 위험해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안내자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제가 안내자가 될 테니까 같이 갈래요?"


우리는 이에 동의했다. 저 사람의 말이 거짓인 것 같지도 않고. 실제로 남동쪽으로 가는 길이 위험하다는 소문을 들은 적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