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이 넷에서 다섯으로 늘었다. 야코프는 이제 동쪽과 서쪽을 헷갈리지 않고, 요하네스는 여전히 왼쪽과 오른쪽이 뭔지 모르고, 페터는 그나마 지도를 볼 줄 안다. 가는 길에 이상한 생물이 우리를 공격하려 한 적도 있지만, 그때는 요하네스가 칼을 휘둘러 전부 무찔렀다(야코프는 몬스터가 나올 때마다 도망치기 바빴다. 자기가 최강의 기사라고 그렇게 말을 해 놓고.).

 마리아는 가는 길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가끔 이상한 짓을 하는데, 그녀는 항상 석판을 들고 있었으며, 가끔 우리를 모으더니 석판을 내밀고 귀여운 표정하면서 허공을 향해 왼손 검지와 중지를 내밀고 흔들기도하고, 잠들기 전에는 석판을 빤히 보더니 "방랑기사들과 함께... 하겐도르프... 여행... 브이로그... 1일차, 됐다!"라고 중얼거린 적도 있고, 식사하기 전에는 우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석판을 들고 오른손 엄지로 석판을 길게 누르고 "인수타에 올려야지~☆" 라고 말하면서 몇 초 동안 석판을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닷새가 지나고,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가져온 음식도 이제 떨어져가자, 페터와 야코프는 주변에 마을이 있나 찾으려 했지만, 마리아는 갑자기 석판을 꺼내 오른쪽 뺨에 갖다 대더니 허공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여기 게르만민족이죠? 여기 슈바인학센과 자우어크라우트를 각각 5인분씩 주문할게요. 주소요? 제가 좌표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이러면 음식이 와요?"라고 하자, 그녀는 "네. 40분만 기다리면요."라고 말했다.

 40분 후, 얼굴 전체를 가리는 밝은 청록색 투구를 쓰고 갑옷은 입지 않은 사람이 말처럼 생겼지만 바깥쪽은 검은색이고 안쪽은 은색인 큰 바퀴가 2개 있고 철로 되어 있으면서 귀는 있는데 머리가 없고 뒤에 상자가 달렸으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밝은 청록색의 무언가를 타고 와서 "주문하신 슈바인학센과 자우어크라우트 나왔습니다!"라고 말한 뒤 슈바인학센과 자우어크라우트, 그리고 밀랍과 나무의 중간 정도 될 것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하얀 포크와 나이프가 5개씩 담긴 봉투를 주었다. 마리아는 가방에서 종이로 만든 것도 아니고 나무로 만든 것도 아닌 두께는 얇으면서 미세하게 빛이 나고 크기는 손바닥보다 작은 카드를 꺼내서 투구 쓴 사람에게 주었고, 투구 쓴 사람은 모서리가 둥근 납작한 사다리꼴을 차곡차곡 쌓아서 만든 듯한 모양에 오른쪽이 얇게 파여 있고 정면은 우둘투둘한 물건을 꺼내 카드를 오른쪽 부분으로 긁고 우둘투둘한 것들을 누르다가 작은 회색 글씨가 빼곡히 쓰인 하얗고 긴 종이를 뽑은 뒤 하얀 종이와 함께 마리아에게 돌려 줬다.

 식사가 끝나고 쉬는 시간, 우리는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었는데, 마리아는 석판을 들고 안개 같은 것을 소환했다. 안개 같은 것에는 위에서 내려다본 듯한 그림이 있었고, 그림의 가운데에는 사람처럼 생긴 것이 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사람처럼 생긴 것은 그녀의 명령을 따르는 것처럼 움직이거나 적들을 공격했다. 무슨 '놀이'를 하는 것 같은데, 놀이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다가 잘 안 풀리는지, "아 미드 뭐 해!"나 "왜 궁을 지금 쓰는 거야!"라는 말했다. 이렇게 화를 낼 거면 왜 저걸 하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