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운영하고 직접 커피를 뽑아 내는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만 어렸을적부터 좋아하던 일을 한다는것 자체는 보람있고 기쁜 일이었다. 나는 보통 7시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가 8시 30분 쯤 가게 문을 여는데, 지난주부터 아침에 문을 연지 10분도 안되서부터 어떤 남자가 들어와 아메리카노 한 잔을 포장시켜가곤 했다. 그가 어떻게 생겼냐면 키는 나보다 큰 180 후반대 정도였고, 얼굴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잘 볼 수 없었다. 그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 하나랄까, 좋은 냄새가 났다. 그 사람에게서는.

각종 푸념과 월세 생각을 하며 바닥을 대걸레로 밀고있다보니 어느새 오픈 시각이 밝아왔다. 사실, 아침 시간 자체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기에 다들 점심 무렵때부터 천천히 오픈하여 밤 늦게까지 하는 카페가 대부분이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사람이 오지 않더라도 아침에 카페에 앉아 가끔씩 오는 손님도 받고 책이나 영화를 보며 여가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항상 놀수만은 없었지만. 카페의 문을 열고 불도 활짝 키니 한결 분위기가 좋아졌다. 나는 카운터로 가서 느긋한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간이의자에 앉아서는 음악에 심취해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저기..."
"아..넷 죄송합니다.." (당황해한다.)

일주일째 찾아오는 그 사람이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뜨겁게 해드릴까요 아이스로 해드릴까요?"

"뜨겁게 해주세요."

"테이크 아웃인가요 아니면 드시고 가세요?"
"마시고 가겠습니다."

왠일로 그가 음료를 테이크 아웃 하지 않고 마시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그의 카드를 슬며시 받아 포스기로 결제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난 커피머신으로 가서 커피를 뽑기 시작했다. 항상 하는 일이지만 전혀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커피타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난 능숙하게 아이스커피를 타서 손님앞에 내놓았다.

"커피 여깄습니다."
"아 네... (커피를 보곤) 근데 저 뜨겁게 주문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잠시 흠칫했다. 나의 실수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아뇨ㅋㅋ 그냥 마실게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오늘은 그가 세련되게 정장을 입고있었다. 타이 색깔이 인상깊었다. 그는 창문쪽에 서서 밖을 바라보며 서서 마시고 있었는데,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저 그쪽이 맘에 들어요"
"네?" (잘 듣지 못했다)

"그쪽이 맘에 든다고요." 그가 큰 몸을 숙여 나의 얼굴에 대고 말했다.

그는 2/3 쯤 마신 커피잔을 쿵 하고 내려놓고는 도망치듯이 가게를 빠져나갔다.

이게 무슨일인가. 그것도 월요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