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수많은 학자들을 배출해낸 어느 명문대에 두명의 우수한 철학자가 있었다. 한 철학자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에서 가장 유능하고 수석 1위 자리를 차지해낸 희대의 천재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그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이론을 스스로 발견하고 논문으로 내서 신문에 실릴 정도였다.


반면에 다른 철학자는 수석 1위를 차지한 그 철학자만큼 좋은 머리를 지니고 있었지만 2인자였다. 그 철학자는 기존에 발견했던 이론을 재해석하고 다시 쓸 뿐이었다. 당연히 유명한 철학자들과 정치인들, 과학자들은 가장 유능하면서 매년 수석을 유지한 철학자를 더 높이 평가했고, 2인자였던 철학자한테 덜 관심을 가졌다. 


어느 날, 두 철학자는 문맹률이 높은 두 지역으로 가게 되었다. 물론 그 두 지역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른 지역은 모든 지식인들한테 주목받는 철학자가 가고, 남은 지역은 2인자가 가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모든 지식인이 주목하는 철학자가 간 지역은 문맹률이 없어지고 주민들도 똑똑해지리라 믿고 있었다. 


그로부터 1년후,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1인자 철학자가 도착한 그 지역은 문맹이 없어지지가 않았다. 아니,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오히려 철학자들이나 지식인들을 노골적으로 배척하고 증오했다. 


"당장 꺼져! 머리만 좋은 영혼없는 녀석들!"


"네놈들이 똑똑하면 다야?! 어디서 우릴 가르치려 들어!"


그리고 그 철학자는 거지같은 몰골로 돌아와서는 울며불며 그 지역에는 살 수 없다고 하소연할 뿐이었다.


반면 2인자였던 철학자가 간 지역은 놀라울정도로 문맹률이 없어졌다. 주민들 대다수가 글을 읽고 쓰는 건 물론, 기본적인 지식과 어려운 문학까지 알 정도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지역에 찾아와서 가르친 그 철학자의 동상을 광장 한가운데에 세웠다. 


'우리를 위해 모든 걸 가르친 이 사람을 위해.'


이에 지식인들은 물론 대중들까지 놀랐다. 어째서 1인자였던 철학자가 갔던 지역의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철학자와 지식인들을 증오했는지, 그리고 2인자였던 철학자가 갔던 지역 사람들은 왜 모든 걸 배우고 똑똑해졌는지를.


많은 지식인들은 이런 사실에 놀라면서도 무척 당황했다. 그래서 왜 이렇게 결과가 다른지 한참동안 머리를 싸매다가 뜻밖의 차이를 발견했다. 


그 해답은 의외로 그 철학자들이 갔던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었다. 


먼저 1인자 철학자를 맞이했던 지역 사람들의 말이었다.


"아. 그야 그 철학자인가 뭔가 하는 양반이 우리한테 글을 가르쳐주더라고. 그래서 우리도 처음에는 그 양반이 글을 배우면 세상 살아가기 좋다고 하길래 배우려고 했지."


"그런데 그 녀석은 처음에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점점 더 우리를 무식한 사람을 보는 듯이 말하지뭐야?"


"이건 이런데 몰랐느냐? 이렇고 이런데 알겠느냐? 너희들은 이 지역에 살았는데 이런 게 있었는 줄 몰랐느냐? 이런 건 어린 아이도 할 줄 안다라는 여러 말을 하더라고. 완전히 기분나쁘지 뭐야?"


"그놈은 우리가 완전히 바보인줄 알고 깔보고 무시하는 듯이 가르치는데 기분 좋을리 있겠어?"


"그래서 놈을 두들겨패서 쫓아냈지. 원래 철학자들이란 자들이 재수없는 자들이었나?"



그리고 2인자 철학자를 맞이했던 지역 사람들의 말이었다.


"아이고. 그분은 우리같이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얼마나 가르쳤더라고요."


"선생님은 우리가 믿고 있던 미신은 사실 잘못되었다는 걸 알리기위해서 여러 가지 비유를 하면서도 하나의 동화로 재구성해주셨어요."


"그리고 그분은 우리가 알고 싶은 게 있는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혹시 괜찮다면 조금 더 알려드려도 될까요? 자신도 모르는 걸 가르쳐준다면 우리가 원하는 걸 알려주겠다. 만약 모르시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질문을 하셔도 좋아요.라는 식으로 친절히 말하시더라고요."


"선생님덕분에 이해가 되지 않았던 일들을 동화처럼 이야기해주고 비유해서 알려주셔서 저절로 이해가 되었어요."


지식인들은 그제야 가장 중요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