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난신. 괴이한 힘과 난잡한 귀신 혹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말한다. 이 괴력난신을 쓸데없는 미신에 집착을 하거나 괴이한 존재는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조선시대에서 논한바가 있었다. 그런 조선시대에 환생을 했다. 저녁에 너무 술을 마신 탓에 밖에 들어가는 걸 잊고 잠이 들어서 죽었던 나는 환생을 담당하는 신한테 새 인생을 시작할 기회를 주셨다. 물론. 그 신이 날 바라보던 한심한 표정은 잊을 수가 없었다.


'술먹다 죽냐. 한심한 녀석.'이라는 듯이.


그 신은 내가 태어날 시대의 세계로 조선시대밖에 없다고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 이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힘들어질거라고. 그래서 나를 위해서 포졸 직업과 신분패, 살 곳을 마련해줬다고. 나는 그 때까지 현대에서 사용하는 수세식 화장실이나 스마트폰, 심지어 자동차가 없어서 고생을 한다는 걸 의미하는 줄 알았다. 왜 내가 괴력난신과 조선시대로 환생한 거하고 무슨 상관있냐고? 그건...


"네 이놈! 들쥐! 신본 도용 사칭죄 및 사기죄 혐의로 널 포박한다!"


"아이고! 포졸님들! 제발 한번만 봐주시와요!"


아니나 다를까. 내가 포졸로 일한지 얼마 안되었을때, 선배 포졸들이 고양이를 데려와서 손톱먹고 변장한 들쥐를 포박하고 있었다. 머리만 들쥐머리를 한  그 들쥐는 손이 뒤로 가고 줄에 묶인 채 체포를 당하고 있었다. 그 들쥐는 상당히 억울하다는 듯이 찌질거렸지만 포졸들은 지겹다는 듯이 무시를 했다. 난 이 광경은 보고 어이없어하다가 한 포졸한테 말을 들었다.


"어이. 신입? 이 광경 처음 봐?"


"네? 아니... 그러니까... 저 요괴를 왜 포박하시는 건가요? 조선은 원래 괴력난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 내 말을 들은 선배는 웃으면서 내 등을 시원하게 때리고는 웃었다. 그리고는 상황 파악이 안되는 나를 위해 이 한마디를 날렸다.


"그러니까 체포하는거지. 엄연히 쟤네들은 존재하잖아. 즉 요괴들도 존재하니까 쟤네들 허상이 아니야. 얘네도 우리처럼 죄를 짓으면 체포할 뿐이야."


난 그 말을 들으면서 잠깐 알수 없다는 듯이 침묵을 지켰다. 그런 내 모습에 선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조금 더 현장을 지켜보라고 말씀하고는 그대로 같이 퇴근을 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포졸 선배들과 같이 현장에 돌아다니거나 휴식시간 때마다 간 곳에는 요괴들이 인간하고 같이 있었다. 가장 잘 알려진 구미호에서부터 도깨비, 우렁각시, 불가사리, 심지어 어둑시니와 같은 요괴들이 가게를 차리거나 애인을 사귀고 있었다.


구미호 "자아~! 아낙네 여러분! 저희 미호의 구슬점에서 오시면 저희들의 발톱으로 새겨만든 장신구를 사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편분들이 힘을 되찾습니다!"


도깨비 "도깨비 장인 협회에 만든 물건은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멀리서도 연락이 되는 죽통부터 집마다 수세식 변소, 거기에 자동 장미칼같은 최성능 물품들을 팔고 있씁니다!"


그 밖에도 중서함미라는 알려지지않았던 쥐요괴들이 우리와 같은 로봇을 타면서 물건을 사거나 공연을 하거나, 아예 훈장을 하기도 했다. 한번은 내가 다리를 다쳤을 때, 과거 일본이었던 왜국에서 로쿠로쿠비라는 긴 목의 여자요괴가 의원에 찾아왔는데 그 의원의 말을 듣고는 뿜어버렸다.


"아이고! 잠을 험하게 자서 목뼈가 많이 나갔구만! 당분간 뒹굴면서 자지말게나!"


의원은 그렇게 로쿠로쿠비의 목에 침을 놓고는 당부를 해두었다. 난 그 괴력난신을 부정한다는 조선시대에서 태어난 게 맞는지 요괴들이 인간들 사이에서 섞여사는 그 모습에 어색해했지만 곧 어색함이 사라졌다. 나중에 내 조부님뻘 되시는 선비의 말을 들었다.


"괴력난신의 기준이 뭐냐고? 간단하지않느냐? 확실히 육체가 존재하면 실제하지만, 유령이나 사후세계, 도술같이 알려지지 않은 힘들이 괴력난신인게다."


난 그분의 말을 들으면서 단한번도 도술을 쓰거나 하는 요괴들을 본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알고보니 그 구미호도 애드립일뿐이지. 그냥 꼬리가 많고 귀가 달린 인간이라고 조정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거기다... 구미호 누님이 이런 말을 했지.


구미호 "뭐어? 천년을 살았으면 우린 그냥 할머니야! 가능했으면 내가 했을걸?"


틀린 말은 아니지. 뭐어. 이런 조선시대로 나쁘지는 않은 거 같다. 왜냐면 지금 바다 밑에서 따로 수중도시를 짓고 다스리는 바다의 주민 중 어인아가씨하고 사귀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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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에 만일 조선시대에 요괴가 실존했다면 이런 괴력난신의 기준이 다르지 않을까하고 썼던 글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선판 몬무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