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않은 미래


인류의 과학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지금의 기술력이 소꿉장난처럼 보일정도의 압도적인 과학기술로

인류는 전례없는 풍요를 누렸다.


허나 풍요도 잠시, 이내 기술을 악용해 사람들을 지배하고

감시하는 독재자가 등장하였고 인류는 다시금 어두운 나날을

보내었다.


그렇게 어두운 시대가 얼마나 이어졌을까, 독재자의 폭정과

억압에 고통받던 사람들은 혁명을 일으켰고 수많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덕에 혁명은 성공,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희망찬 사회가

시작되려했다.



"뭐 나는 별 상관 없지만"


한 남성이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싸메고 한숨을 쉬었다.


세미롱 길이의 갈색 단발과 조금만 꾸민다면 여자로 보일만큼

선이 고운 인상의 미청년이였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얼굴은 지금 한껏 찌푸려져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시내의 경찰청


경찰의 제복인 군청색 로브를 입은 것으로 보아 그는

이곳에 소속된 경찰관인 모양이였다.


그가 앉아있는 책상 위에는 엄청난 양의 PDF 자료가 놓여있었다.


독재정권이 무너진 직후, 독재정권이 숨겨왔던 수많은

비리와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거기에 독재정권의 비호를 받던 폭력 조직에 관한 건이라던가

정치인의 뇌물 수수건이라던가 수많은 각양각색의 신고가

경찰서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책상에 올려진 파일들은 비리나 다른 범죄가 아닌

라이플 사격술, 탄도학, 범죄학 등등 독재정권과는 전혀

거리가 먼 학문적인 내용들뿐이였다.


"음...? 이 파일은?"


엄청난 속도로 PDF의 내용들을 읽어내려가던 남자의 눈이

갑자기 멈추었다.


"야! 리나!"


그는 짜증스러운듯 눈살을 찌푸리며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한 여성이 멀리서 그에게 달려왔다.


긴 금발을 묶어올리고 오똑한 콧날과 토끼같은 눈


경찰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연예인으로 보이는 미인이였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가 입은것과 같은 경찰의 제복을 입고있었다.


한가지 차이점은 계급을 나타내는 양어깨의 견장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는, 경찰의 가장 말단인 순경의 견장을 달고있었다.


"예 쿠즈 선배, 저 부르셨나요?"


리나는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


"그래, 이거 이 아동 연쇄 실종 사건, 니 사건 아니냐?

왜 내 PDF 목록에 있지?"


쿠즈라 불린 남자는 짜증을 내며 손가락으로 PDF 위의

한 문단을 가리켰다.


그 문단은 최근 시끄러운 아동 연쇄 실종에 관한 내용이였다.


아동 연쇄 실종 사건


갑자기 5~10세 사이의 아이가 실종, 1주일 후에 돌아오는

불가사의한 사건이다.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들에는 어떠한 증거도 없었고

피해 아동들은 전부 실종된 1주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몇몇은

실종 이전의 기억도 잘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런 꽤 심각한 사건이지만 그에게는 다른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나는 이 사건 하느라 바쁘다고!"


쿠즈는 한 정치인의 암살사건에 대한 PDF를 리나에게

들이밀었다.


PDF의 내용은 이러했다.


유명 정치인이 갑자기 자택에서 암살당한채 발견,

가슴부근에 총상이 있었지만 부검결과 총알은 없었음

그리고 주변에 정치인이 마지막으로 서있었던 자리를

저격할 수 있는 위치는 없음


자그마한 단서 하나조차 없고 범인의 범행수법조차

알 수 없는 가히 완전범죄라 할만한 사건이다.


그래서 그는 범인의 범행수법을 알아내기 위해 관련된

자료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아.... 그게 말이죠 선배.... 도와주세요! 저는 도저히 못하겠어요!"


그녀는 뻔뻔하리만치 당당하게 선언했다.


그 말을 들은 쿠즈는 양주먹을 쥐고 그녀의 관자놀이에

갖다 댄 뒤 온힘을 다해 돌렸다.


"꺄아아아악 선배?! 아파요!"


리나는 아프다는 듯 몸부림 쳤다.




"하아.... 그래... 왜? 뭐가 문젠데?"


잠시후 쿠즈는 화를 가라앉히고 물었다.


"아야야.... 그게... 증거가 너무 부족해요."


그녀는 손바닥으로 아직도 아픈 양 관자놀이를 누르며 변명했다.


"뭐...... 그거야.... 확실히 맞긴한데... 너도 참 고생 하긴 한다..."


솔직히 그녀를 갈구거나 무능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원래라면 그녀같은 신참이 배정받을만한 규모의 사건이 아니다.


하지만 독재정권의 후처리를 위해 모두가 눈코뜰새없이 

바쁜 상황이였기에 어쩔수없이 그녀가 떠맡은 것이다.


"그러니까! 선배가 도와주시면 되겠네요!"


"하아......... 그래... 이번만이다?"


그는 결국 그녀의 부탁을 못이기고 들어주기로 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두 사람은 시내의 대로변을 걷고있었다.


하늘을 찌를듯한 마천루에 달린 네온사인 간판들에는 자신들이 

쟁취한 자유에 대한 예찬과 독재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져있었다.


독재정권이 물러난지는 수주가 지났지만 사람들은 아직

열광의 도가니 속에 있는 모양이였다.


그렇게 길가를 걷던 두 사람은 어느 지점에서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길은 화려하고 희망찬 분위기의 대로와는 다르게

때 탄 잿빛 콘크리트와 간간히 버려진 쓰레기, 다 태운 전자마약이 어지러이 널부러져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디보자.... 마지막으로 실종자가 목격된 곳은 여기인가?"


쿠즈는 골목길을 거닐다 어느 지점 앞에서 멈춰섰다.


"네 맞아요 선배!"


뒤따라오던 리나가 대답했다.


"뭐 그러면 여기 주변에서 각자 단서를 찾아보자"


"네엡~"


그리고 두사람은 서로 주머니에서 고글을 꺼내 착용했다.


고글을 끼자마자 두 사람의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에

관련된 정보가 나열되며 시야를 가득 메웠다.


두사람 고글의 도움을 받아 주위를 샅샅이 뒤지며 단서를 찾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엇?! 선배 여기 와봐요!"


리나가 놀란 목소리로 쿠즈를 불렀다.


"여기 보세요 여기!"


그녀는 손가락으로 한 실외기 밑을 가리켰다.


"뭔데? 한번 보자."


쿠즈는 고글을 조작해 실외기 아래를 확대해 보았다.


자세히보니 실외기 주변과 밑에는 사탕 부스러기 같은 루비색

파편들이 흩어져있었다.


그는 그중 조금 큰 조각 하나를 조심히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고글을 통해 이 물질이 무엇인지 검색했다.


"검색 결과 없음"


고글에서 감정이 느껴지지않는 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럴리가?"


그는 상식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결과에 크게 당황했다.


원래 고글에는 물질을 분석해 판별하는 프로그램이 탑재되어있다.


프로그램에는 모든 물질의 특성이 입력 되어있기에 일치하지

않는 물질은 있을 수 없다.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물질의 발견일 것이다.


정확도 또한 거의 100%로 측정이 잘못 됐을리 없었다.


"선배?.... 이게 무슨...?"


리나 또한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했다.


"잠깐만... 다시 시도해볼께...."


그는 고글의 단순 오류라 합리화 하고 고글의 분석기능을 다시

가동시키려 했다.


콰아아아아앙!


그 순간 골목 안쪽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

1화라 뭐가 없다.

나중에 되면 판타지쪽도 나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