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다리에서 느끼는 공포를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




나는 눈을 떴다.

꿈이라고 생각하면서 일어나려고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사슬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 즉시 행동을 멈췄다.

사슬에 몸을 묶고 자는 취미는 없다.

그렇다는 것은 이 상황은 금발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일단 행동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확인했다.

위치는 내 은신처가 맞다.내가 일상적으로 놓는 물건들이 있고 천장에 그려져있던 그래피티가 그대로다.

즉,공간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일단 그 사실을 알아낸 것에 감사하자.

그 여자가 날 어떻게 할지는 몰라도 일단은 살아있으니까.

"일어났어?안 일어나면 물을 부어버리려고 했는데 잘됐다!"

크게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쳐다보는 그녀는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일단은 이름을 못 들었는데 말해줄래?"

"한지수"

그녀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서 뒤적이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남자애 이름 같지는 않은데.거짓인건 아니겠지?"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트렌치 코트,칼,허벅지에 있는 권총과 홀스터

어차피 내 능력으로는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이름정도는 거짓으로 해두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서 한지수라고 답했지만 일단은 밀고나가자.

"거짓이던 아니던 무슨 상관이지?"

"왜냐하면 나는....여기서 잃어버린 내 사랑을 찾고있거든."

웃음이 나온다.이런 지옥에서 사랑?뭔 헛소리를 하는가 싶다.

"주소를 잘못 찾은거 아냐?이런 지옥에서 사람을 어떻게 찾겠다고?"

그녀는 내 머리 바로 옆을 칼로 찔렀다.

"나는 가능해."

광기어린 확신에 가득찬 눈

나도 이런 눈을 했던 적이 있었을까?

더 생각하지 말자 지금 중요한 것은 협상이다.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게 뭐야?"

"이곳의 정보.되도록 많이."

"그럼 일단 구속을 풀어줄 수 있어?"

그녀는 순순히 구속을 풀어주었다.

나는 책상에서 공책을 꺼내어 하나하나 적어서 주었다.

"들고 가면 될거야.좋은 사랑 하라고."

"협조해줘서 고마워."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내 은신처에서 나갔다.

"그치만 목격자가 남으면 곤란하니까."

우득

이명이 들린다.

또 죽은건가.이래서 싫은건데.

뚜두둑

"후.....뒤지게 아프네."

난 죽지 않는다.인간의 손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