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민은 유복한 판검사 집안이 자제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에게 그 자신의 삶은 없었다. 어떤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은 채, 판사였던 아버지의 판단에 따라 그 인생을 살아갔는데

 

박철민은 그런 삶 속에서 자신이 기계처럼 산다고 느꼈고, 항상 민족과 사회를 위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말을 들으며 사회에 증오심과 반감을 키워갔고, 이내 가출과 일탈을 일삼는 방탕한 생활을 시작한다. 

 

한성민의 경우,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힘이 없으면 무시받고 짓눌리는 세상에서 필사적으로 두 주먹을 쥐고 싸움을 반복해왔고, 조폭 심부름센터 사채업 철거 등의 일을 해오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정직하게 일하며 돈을 벌고 행복한 가정과 일상을 만들 수 있었다. 

 

다시 박철민으로 돌아가보자, 가출 후 박철민은 집안 내력을 내세우며 그 인근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과 교제를 시작했고, 고등학교 시절 아이를 낳아 출산했다. 판사였던 아버지는 낙태를 허용할수 없었기에 그 아이를 낙태시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후 박철민은 판사였던 아버지의 지원으로 편의점과 임대 상가등을 받아 건물주로 일을 시작했다가 이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판사였던 아버지 때문에 겁이나서 눈치를 보던 아내가 이때다 하고 자신을 버리고 이혼소송을 내서 위자료를 받아 도망갔고, 그 시기를 기점으로 아들은 학교내에서 사람을 때리다 상대가 죽어서 소년원에가 복역한 상태였다. 

 

이제 한성민씨로 돌아가보자, 한성민씨는 그 자신이 방탕하고 힘든 시절을 겪었고, 또 그걸 성공적으로 해처 나갔기에 아들이 힘들 때 조언을 해주고 그 시기를 이겨갈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내 한성민씨의 아들은 장학금을 받으며 명문대에 입학했고 로스쿨까지 졸업해 판사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한성민의 손자와 박철민의 손녀가 혼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법관의 아들이자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박철민, 빈곤한 삶을 살았지만 법관 아들을 둔 한성민 두 사람은 서로가 그 자신을 보며 묘한 동질감과 알수없는 어떤 모순을 서로 느끼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혼식 당시, 식장 바깥에서는, 자본가 타도를 성토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공부를 해서 깨닫음을 얻을 생각도 ,아들 교육은 뒷전으로 방치하면서 잘 살고자 노력도 없이, 자신의 모든 불행은 친일 자본가 때문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결혼식장의 안에서 흐르는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바깥에서 펼처지는 연출과 결혼식장 안에서 보여지는 것중 무엇이 진실일까?

 

두 남자가 살아가던 세상에서는, 바야흐로 두개의 다른 하늘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