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태어났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나는 일단 처음보는 곳에서

처음보는 삶을 시작합니다


아마 다들 얘기하는 환생인가 봅니다


환생은 생각보다 황홀하지는 않습니다

멍하디 멍한 상태로, 전생을 되짚어보면

내가 환생하며 뭔갈 씻어낸듯 싶어도

사실 씻긴 건 없는 듯 합니다


왜 나는 다시 살아났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 삶을 얻었다는 게 이리도 허망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전생엔 무엇을 했을까요,

환생을 하려면 죽음이 있어야 할텐데

나는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잠시 터벅터벅 나와

길거리를 걸었습니다

차도에 뛰어들까도 싶었고

저 보이는 빌딩에서 뛰어내릴까도 싶었습니다


삶이 내게 한 번 더 있다면

한 번 더 죽어도 한 번 더 사는게 아닙니까

한 번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환생이 새 삶, 깨끗한 삶

그것들의 시작으로 봅니다


환생,

나는 그것을 무지의 수레바퀴라 하겠습니다

환생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황홀하지도 않습니다


전생을 후회하지도

반성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저는 이게 왜 일어났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죽기로 했습니다

명동의 백화점에서 날개를 펴고


쾅,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까,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