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세쿼이아나무 숲이 우거진 산 근처에는 유서 깊은 학교가 있다. 거대한 석조 건축물의 외벽에는 습한 공기와 안개비의 영향으로 이끼와 덩굴이 자란다. 학교 관리인들은 굳이 이것들을 건드리지 않는다. 어차피 없애봤자 다시 자라나기 때문이었다.

  마치 고대 문명의 상징 같기도 한, 안개를 뚫고 곧고 날카롭게 선 남동쪽의 석재 첨탑은 자신만의 꿈과 희망과 이상을 품은 학생들을 불러모았다. 그들은 조금은 어리숙한 젊음의 패기를 바쳐 자신만의 조각을 갈고닦았다.


  이 학교엔 전설이 꽤 많이 내려온다. 딱 들어도 허구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왠지 신빙성 있는 이야기들까지. 별의별 소문을 다 듣고 산다. 이곳에서 관리인으로 장장 30년 가까이 일해온 내 눈으로 보아 결코 전설이 더 많으면 많았지 없을 수가 없다.

  며칠 전에는 한밤중에 북쪽 외벽으로 뭔가 뛰어넘어가는 걸 봤다. 나는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무단 탈출을 감행하는 고약한 말썽꾸러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는 간이 부은 것들이 많이 와서, 빽빽하게 자란 덩굴을 붙잡고 기숙사 점호가 끝난 밤중에 벽을 타서 돌아다니려는 무모한 것들이 가끔 있다. 몇 년 전에는 어떤 고학년 여자애 하나가 그 짓거리를 하다가 떨어져서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푹신한 의자에 꼼짝도 못하게 묶여서 붕붕 떠다니던데, 좋다고 웃어제꼈다. 하긴, 그 때 아니면 언제 또 그런 사고를 쳐보겠는가.

  그런데 가보니까 유연하고 조그만 숲고블린이었다. 그 고블린은 여기 자주 와보기라도 했다는 듯이 날 빤히 쳐다보았었다. 주머니에서 견과류를 꺼내 주니까 좋아라 하고 먹었었다. 맛나게 먹고 나니까 날랜 고양이마냥 다시 뛰어서 첨탑 위로 올라갔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렇다, 그 보기 힘들다는 고블린들이 여기서는 제 집마냥 ― 아니면 정말 제 집일지도 모르지 ― 뛰어노는 곳이다. 그래서 내가 저 덩굴들을 내버려 두는 것이다. 누군가 보기엔 흉해보일지 몰라도 이 건물과 고블린들 ― 그리고 벽을 타는 말괄량이들 ―을 지켜주니까 건드렸다간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그 벽을 뛰어간 여자애는 왜 그랬냐는 질문에 일체 대답하지 않았다. 어르고 달래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추측하건대, 숲고블린을 동경해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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