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나라의 어느 시골마을에는 꽃네라는 여자 아이가 살았다. 
머슴아처럼 괄괄한 성격을 가졌지만 본디 성정은 참 착하고 발랐다.
꽃네는 언제나 혼자였다. 꽃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비를 잃은 꽃네를,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을 가여이 여긴 신딸이 거두어주지 않았더라면 젖먹이인 나이를 벗어나기도 전에 죽었으리라 여겼다.
그런 꽃네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뒤에서 꽃네를 '무당의 딸년', '애비 없는 년'이라고 욕하기 바빳다.
꽃네는 애써 명랑한척 했지만, 그런 말들은 비수가 되어 꽃네의 가슴을 헤집었다.
그렇게 커가고 철이 들어갈 무렵 꽃네는 웃음을 잃었다.
그러던 어느날, 혼자 시냇가에 조약돌을 던지던 꽃네에게 마을 꼬마 하나가 돌을 던졌다.
덤덤히 참고 있던 꽃네는 돌 하나가 제대로 머리에 박히자 화가 솟아 그 꼬마를 흠씬 두들겨 주었다.
마을은 꽃네의 편이 아니었다.
꽃네에게 두들겨 맞은 꼬마가 마을 어른들을 불러 와 꽃네를 조리 놓은 것이다.
"무당의 딸이 감히 사람을 때리다니, 애미 애비도 없다고 가여이 여기니 아주 머리 꼭대기까지 오르려는 구나!"
그 날 밤, 달을 머금은 시냇 물 앞에서 꽃네는 숨 막히는 울음으로 눈물을 자갈 사이에 흘렸다. 
맞은 것도 억울한 노릇이지만 꽃네라고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겠는가 라는 생각이 미치자 너무 서러워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못난 생각은 자신을 거두어준 신딸에게 불똥이 튀었다.
그 다음 날 아침, 신딸은 서낭목 앞에서 몽둥이를 들고 돌무더기니 제단이니 신상이니 하는 것을 부수고 있는 꽃네를 보곤 놀라 달려갔다.
"너 무슨 짓이니!"
말리는 신딸의 모양에도 아랑곳 않고 몽둥이를 휘두르던 꽃네는 서러움이 복받쳐 소리쳤다.
"놔, 이거 놔! 나라고 살고 싶어서 사는거니? 나라고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거냐구! 왜 그 날 혼자 죽게 냅두지 않은거야? 왜 살게 해서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는거냐구!"
미친년처럼 몽둥이를 휘두르려고 하는 꽃네였지만 신딸의 눈에는 비 맞은 생쥐가 추위에 몸을 바르르 떠는 것처럼 보였다.
신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엄마인들, 네가 그렇게 무시받길 바라겠니, 네가 그렇게 당하고 살길 바라겠니? 너는 왜 양반집에 태어나지 못했을까, 그 날 너를 주워 온 나는 뭐 좋다고 그랬을까, 하지만 꽃네야 산 사람은 살아야하는 거야"
그렇게 꽃네는 날이 갈 수 록 착하고 다정다감했던 옛날 모습을 잃어버리고, 삶에 차갑고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꽃네의 거친 행동과 모습에 속이 타들어가던 신딸은 꽃네의 모양에 홧 병으로 앓아 눕고는 몇 년 후, 몹시 눈 내리는 날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다시 천애고아가 된 꽃네의 처우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의 어른들이 모여 적당한 곳에 시집을 보내기로 결정하곤, 꽃네를 저 강 건너 마을의 돌쇠라는 총각에게 팔아치우듯 시집을 보내기로 했다.
꽃네가 시집 가는 날, 입술을 빨갛게 연지 바르던 날, 다른 처녀들과 달리 꽃가마 말고 꽃 신 신고 조그마한 보따리 메고 돌쇠가 이끄는데로 가던 꽃네는,
 불연듯 엄마 산소 가고 싶어 돌쇠에게 산소로 가자고 부탁했지만, 갈 길 바쁜 돌쇠는 그 말을 들은척도 않고 그저 갈 길만 묵묵히 갈 뿐이었다.
시집 살이는 고되었다. 바보 같이 웃기만 하는 남편, 앙칼지고 매서운 시어머니의 구박은 꽃네를 더욱 힘들게 했다.
시집살이가 더 하고 힘들어질때마다 꽃네는 어렸을적 엄마 말 듣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러길 여러날, 결국 아이를 못 낳는 꽃네를 더이상 지켜보지 못한 시어머니는 무당 딸이 아기도 못 만든다고 쫒아내기에 이른다.
시집에서 쫒겨나 다시금 마을에 돌아간 꽃네였지만 그곳에도 꽃네가 갈 곳은 없었다.
갈 곳 잃어 서러운 꽃네는 그 길로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는데 
얼마 후 산이고 들이고, 갈 길 못 찾아 헤메이는 꽃네를 찾을 수 있었다.
꼬맹이들이 놀려도, 길 가는 나그네들이 딱하게 보아도 그저 웃기만 하던 꽃네는 풀이 무성한 산소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 탐스럽고 빛깔 좋은 사과가 여기있는데 엄마는 어디로 갔나, 어렸을적 가지반찬 명태반찬 해주던 엄마는 어디로 갔나 무덤가로 기어 오니 엄마 냄새 나서 좋네"
그렇게 수 십년, 눈이 풀려 지내던 꽃네는 결국 사라졌지만 그녀가 지키던 엄마 산소에는 들꽃이 무성히 자라나 그곳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