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가 섬광을 가리고, 천둥이 총성을 숨겨주었다.
재수 없게 시비가 걸렸다. 어차피 매일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동네다. 공권력은 언제나 부족하였고 절약은 외노자의 손실 따위에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폭우가 내리는 날엔 이러는게 더 빠르고 편한 방법이다.
우리가 능숙하게 총알을 꺼내고 송곳을 박아넣자 아스카는 차마 못 볼 걸 본다는 듯 구역질을 하였다. 중국어로 적힌 식당 앞에서 토악질하면 이미 정강이까지 차오른 빗물에 쓸려나갔다. 이미 하수도는 역류하고 있으니 악취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냥 적당히 위협만 해서 쫒아내면 되지 않느냐 말하는 대신 아직 숨이 붙어있는 녀석의 급소를 피해 송곳을 몇 번 더 찔러넣었다. 조선족으로 보이는 녀석의 애처로운 비명과 눈물은 빗물에 쓸려나갔으리라.
신원을 확인할만한 특징을 훼손하고 난 뒤 나는 장갑을 벗어 봉투에 담고는 가방에 담아두었다. ‘비틱아님’은 그걸 왜 번거롭게 다시 넣느냐 물어보면서 쓰레기통에 던져넣던 녀석이었다. 그는 재수 없이 꼬리가 잡혔고, 우리는 꼬리를 잘라냈다.
인간베스트가 시신을 적당한 곳으로 옮기는 동안 나는 아스카에게 다가갔다. 민물 메기찜 식당과 해외주류 점을 지나 가로등에 다가가면 인기척을 느낀 그가 물었다.
“그냥 적당히 위협만 해서 쫒아내면 되지 않았어요? 거기에 무슨 사람을…우욱”
다시 헛구역질하였지만 더는 나올 게 없단 듯 몇 번 횡격막을 쥐어짜곤 내 행동이 혐오스럽단 감정을 표정과 말투에 담아내었다.
“그 소리 쟤한테 하지 마라, 죽통 날아간다.”
나는 빗줄기에 불은 커피전단지를 떼어내 아스카의 입을 닦아내었다.
“네? 왜요?”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설명하기 긴 이야기를 할 만큼 몸과 마음이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내 여유를 남에게 짜낼 만큼 내가 선했다면 이런 일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사방이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이뤄져 있는 거리를 바라보았다. 간판 대부분이 간체자였고, 때때로 러시아어도 보였다. 대낮에는 그럭저럭 멋지다고 억지로 말할 수 있지만 해가 지면 해야 할 일이 있더라도 그리 다니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처리가 끝나고 우리는 걸음을 서둘렀다. 나는 생각하지 않고 걸었다. 눈과 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물어진 입에서 참고 있던 한숨이 새어 나온 건 1시간 뒤 어느 달동네 언덕에 형제상회란 간판이 달린 구멍가게의자에 앉아 몸을 데울 음식에 물을 올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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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이 울려 퍼졌다. 눈밭에 피가 흘러내린다. 차마 관계없는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며 울음을 터뜨린 그녀가 자초한 일이었다.
인간베스트는 과거에 그녀에게 많은 말을 건넸다. 아마도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었겠지. 그러면서 자신은 팀원에게 필요 이상의 감정을 가지지 말라 하였다. 웃기는 일이야.
유달리 눈발이 휘몰아치던 날이었다. 보다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붉은색과 황금색도 창백에 파묻힌 날이었다. 저 멀리 에선 폭죽을 쏘아 올렸다. 어떤 행사였는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한 시간 내내 폭죽 소리가 들려왔단 것만 기억난다.
그녀가 자비와 제 삶을 베푼 보상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던 안일함을 털어냄이었다. 사람은 쉽게 죽는다 하였다. 그녀의 70%가 그녀의 상처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동맥이 끊어졌다. 여기서 우리가 그녀를 붙들어봐야 반병신으로 살아간다. 붙들고 있다면 우리도 병신이 된단 걸 알고 있었다.
나와 팀원은 그가 언제나 말한 걸 기억하였다. 비틱아님은 시신이 될 것을 , 아직 숨이 붙어있던 그녀를 처리하였다. 우리는 꼬리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 꼬리에 너무나도 많은 정을 건네주었다.
인간베스트가 지극히 ‘합리적인’ 사람이 된 것도 그 이후였을 것이다. 그녀의 인간성이 보답 받은 걸 축하하듯 폭죽은 밤하늘을 주홍색으로 밝게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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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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