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있음



주술외전 1화

https://arca.live/b/writingnovel/78600056


주술외전 2화

https://arca.live/b/writingnovel/78838564


주술외전 3화 

https://arca.live/b/writingnovel/79198634



 “정말, 강하구나.”

   

 터벅. 터벅.

   

 사토루는 그의 느긋한 발걸음을, 잠시 늦추는 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탄식을 내뱉을 틈도 주지 않고, 스쿠나는 눈앞에 당도했다.

   

 스쿠나가 멈춘 발 뒤로 작은 모래바람이 일었고, 발소리의 울림이 멎자 다시 정적이 그곳을 메웠다.

   

 “인정하마. 네놈이 인간 최강이다.”

   

 스쿠나는 처형을 집행하듯 팔을 들어올렸고,

   

 “나보단 약하지만 말이지.”

   

 단두대가 내리꽂혔다.

   

   

 콰악!

   

 고죠의 목에 흰 섬광이 떨어졌고,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튄다.

   

   

 그랬어야 하건만,

   

 사방으로 튀는 건 얇은 종잇조각들 뿐이었다.

   

   

 무슨...

   

 아아, 내가 저 놈들의 주력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정신이 팔려 있었나.

   

 위를 올려다본 곳엔,

   

   

   

 “토도!!”

   

 “Yo, My Best Friend.”

   

 짝.

   

 박수 소리와 함께 사라진 토도를 뒤로하고 이타도리가 자신을 향해 뛰어들고 있었다.

   

 “?”

   

 그런데 이게 뭔가.

   

 “흑!! 섬!!”

   

 애송이 녀석의 주먹이 이상하리만치 빨랐다.

   

 “제기...ㄹ”

   

 스쿠나의 복마어주자만큼이나 불길한 검은 섬광이 날뛰었고,

   

 가까스로 공격을 막아낸 스쿠나는 멀리 밀려났다.

   

 “큭...”

   

 ‘회복이 느리다...’

   

 스쿠나는 단순히 치명상만 입은 게 아니었다.

   

 위기감을 느끼고 본체의 힘과 육신을 모두 개방했지만 허식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간 몇 개의 팔은 영영 돌아오질 않았다.

   

 그리고,

   

 “뭐하는 거냐, 애송..”

   

 저 멀리 있던 이타도리가 어느새 옆에서 주먹을 날리고 있다.

   

 ‘반응할 수 없어?’

   

 아니, 아니다.

   

   

 ‘이 힘은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말이지~’

   

 아, 그 빌어먹을 능력의 ‘반동’ 이란 건가...

   

   

 시간이 조각나듯이 편린만이 서로 연결된다.

   

 인과관계의 중간이 사라지고, 원인과 결과만이 눈앞에 놓인다.

   

 때로는 중간과정만 보이고 원인도 결과도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기랄...”

   

 스쿠나는 이를 갈며 이타도리와 거리를 뒀다.

   

 ‘아까 같이 온 덩치와 합류하기도 전에 혼자서 무턱대고 덤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내 상태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것이 눈에 보인단 말인가?

   

 빌어먹을.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뛰어드는구나.”

   

 이타도리의 그림자에서 검은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

   

 아랑곳 않고 전력질주하는 이타도리의 눈앞에, 거대한 독두꺼비가 입을 벌렸다.

   

 “특별히 우리 메구미의 능력으로 죽여주마.”

   

   

 짝.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끊어놓는 박수소리.

   

   

 두꺼비에게 있을 리 없는 날카로운 이빨이 뚫은 건,

   

 스쿠나였다.

   

   

 “커헉!”

   

 “토도! 늦어!”

   

 “Yo. 여전히 성미가 급하군, Brother...”

   

 짝.

   

 이타도리 앞으로 순식간에 나타난 토도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 놈이 마음먹고 고죠 선생님을 노리더라도 최소한의 회복시간은 벌어줘야지 않겠어?”

   

 “뭐, 됐어! 작전대로 간다!”

   

 두 사람은 기합을 넣고 마지막 전쟁에 뛰어든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땅을 박찬 순간,

   

 스쿠나의 시뻘건 눈이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죽음을 눈앞에 둔 듯한 오싹함에, 방금 전의 기합은 어디로 갔냐는 듯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네놈들...”

   

 스쿠나는 반으로 찢어버린 두꺼비의 시체를 먼지 털 듯 털었다.

   

 “꽤 쓸만한 술식을 갖고 있구나, 덩치. 이타도리 꼬맹이 네놈도 성장한 건 인정하지.”

   

 스쿠나의 몸에 다시금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고죠 놈 덕에 나 또한 이 모양 이 꼴이 됐으니... 전력으로 상대해주마.”

   

 “쳇!”

   

 이타도리는 혀를 차며 현 상황에 통탄했다. 고죠 쌤이 말하길,

   

 ‘아, 걱정마. 내가 죽어서라도 스쿠나는 막을 테니까.’

   

 ‘내가 혹시 지더라도, 스쿠나 성격 상 너희에게 처음부터 전력으로 갈 리가 없어. 방심의 틈을 찔러주라구.’

   

 어느 것 하나 맞는 말이 없잖아.

   

   

 짝.

   

   

 토도에게 뺨을 맞고 정신이 되돌아왔던 그때처럼.

   

   

   

 “Brother!!”

   

   

 박수소리가 전투의 개막을 알림과 동시에 이타도리를 일깨웠다.

   

 지금은, 싸울 수밖에 없어.

   

   

   

 눈앞의 풍경, 사물, 적의 위치가 순식간에 뒤바뀌는 감각을, 이타도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술식 불의유희不義遊戯. 

   

 상대가 누구든 간에 그 위력에 변함이 없는 이 평등한 술식 앞에선 스쿠나 또한 어쩔 수 없었다.

   

 짝.

   

 머리를 노리던 발차기가 배를 노리는 주먹으로 바뀐다.

   

 짝.

   

 자신의 시야가 바뀌고, 뒤통수에 주먹이 날아든다.

   

 “애송이 놈들, 합이 좋구나.”

   

 이에 스쿠나는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기로 했다.

   

 “...이타도리!”

   

 “크헉.”

   

 스쿠나의 몸에 깃든 폭풍이 격렬하게 치솟아, 이타도리의 팔을 덮쳤다.

   

 짝.

   

 “호오... 판단 또한 아주 빠르구나.”

   

 스쿠나는 부적 두루마리가 찢기는 소리를 뒤로하고 토도를 응시했다.

   

 “토도!”

   

 감사를 전할 틈도 없이, 팔에서 흐르는 피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호를 교환한 두 사람은 스쿠나에게서 급히 거리를 벌렸다.

   

 “어딜!”

   

 그와 거의 동시에 도약한 스쿠나는,

   

 짝.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가시들에 온 몸이 뚫리고 말았다.

   

 “널 위해 특별히 준비한 특급 주구들로 이루어진 함정이다. 다양하게 준비해왔으니 기대하라고!”

   

 왼팔을 떨어뜨리면서까지 가까스로 몸을 빼낸 스쿠나를 향해, 토도는 손가락만한 부적이 말린 바늘을 두 개 던졌다.

   

 하나는 스쿠나 뒤편 땅에 꽂혔고,

   

 짝.


 이는 곧바로 거대한 가시철침이 되어 뒤에서 도사렸으며,


   

 나머지 하나는 스쿠나를 향해 올곧게 날아갔다.

   

 짝.

   

 바늘은 거대한 바위로 치환되어, 가벼운 바늘과 같은 속도로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같은 수법에...”

   

 폭풍을 두른 발이 가시를 찢어발겼고,

   

 “또 당할 것 같으냐!!!”

   

 바위는 그의 손날에 두부처럼 갈라지고 말았다.

   

“...!”

   

 하지만 바위 뒤에서 날아든 이타도리의 주먹까지 막기엔, 팔 하나론 역부족이었다.


 "커헉!"


 반격은커녕 방어 자세조차 취할 틈이 없는 상황.

   

 이번엔 도리어 스쿠나 쪽에서 거리를 벌렸다.

   

 “이봐, 덩치. 네놈의 술식은 범위가 어디까지냐? 저런 것들을 여기까지 무식하게 끌고 오진 않았을 테고...”

   

 제기랄. 내가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스쿠나는 대화로 시간이나 벌고 있는 자신의 몰골에 이를 갈며 한탄했다.

   

 “하! 천하의 스쿠나도 궁금한 게 있나 보군. 네 말대로다. 이건 근처에서 불러오는 게 아니야.”

   

 토도는 아까 던진 바늘을 옷자락에서 꺼내들어 보였다.

   

 “이건 고전에서 특별히 개발한, 주력과 주력을 이어주는 통로다. 허가받은 고전의 특급 주구들을 오직 너만을 위해 불러올 수 있게 개발했지. 그러니 단념해라!”

   

 짝.

   

 이번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 상황에,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시커먼 괴물의 입으로 둘러싸인 게 아닌가.

   

 “여기 안에서도 그 요물이 통할지 모르겠구나.”

   

 가늘지만 왼팔을 천천히 재생해내며 스쿠나는 자세를 취했다.

   

 영역전개.

   

 감합암예정嵌合暗翳庭.

   

 “하하하. 왜? 뭔가 잘 안 되나 보지?”

   

 서서히 차오르는 미소와 함께 떠오르는 붉은 빛과 푸른 빛.

   

 술식 순전, 파랑. 술식 반전 빨강.

   

 “네놈들의 친구의 영역에서, 네놈들의 스승의 능력으로...”

   

 허식, 보라.

   

 “끝내주마.”



 ...

   

   

 이타도리, 정말로 스쿠나랑 싸울 각오가 됐어?

   

 고죠는 평소와 달리 진지하게 이타도리에게 물었었다.

   

   

 “당연하지. 후시구로도 그걸 원할 거야.”

   

 “좋아. 물론 니가 스쿠나랑 싸울 일은 없게 만들 거지만~ 간단한 테스트다. 내 능력에 대해선 알지?”

   

 “응? 그게 갑자기 무슨...”

   

 주먹을 쥐고 결의를 다지던 이타도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어 고죠를 바라보았다.

   

 “술식 순전. 내 무한의 술식에 주력을 평범하게 들이부어 만드는 허공이지.”

   

 푸른 구체가 고죠의 손가락에서 감돈다.

   

 “술식 반전. 그 술식을 역전시켜 주력의 유량을 반전시킨 허공이야.”

   

 다른 쪽 손에선 붉은 빛이 감돈다.

   

 “?”

   

 여전히 멍한 표정인 이타도리에게, 고죠는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이 둘을 단순히 합치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작은 구체 둘을 합친 채 이타도리에게 날리는 고죠.

   

 “우왁!! 무슨 짓이야, 쌤!”

   

 하지만 보라색 구체는 이타도리에게 닿기 전에 사라졌다.

   

 “술식을 역전시킨 걸 섞었으니,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게 당연하잖아?”

   

 놀란 이타도리를 보고 웃던 것도 잠시, 다시 진지한 목소리로 돌아온 고죠는 이번엔 판을 키웠다.

   

 “둘이 더더욱 날뛰게 그 배합을 조절하고, 방향과 통로랄까... 뒤섞인 주력이 폭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거야.”

   

 구체의 크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해졌고,

   

 “자. 이걸 막아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뭐하는 거야?”

   

 “마지막 질문이다. 스쿠나와 싸울 각오는 됐어?”

   

 “...”

   

 갑자기 불러놓고 난데없이 무슨 짓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대답은 분명히,

   

 “당연하지!”

   

 “그럼, 간다!”

   

 허식의 소용돌이가 이타도리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