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생달이 별자리 위로 흐르는 은하수에 몸을 올라탄 하늘, 검푸른 빛깔로 칠된 밤거리에는 오직 늙은 가로등 몇 개만이 반듯한 보도블럭과 고무가 눌러붙은 아스팔트 바닥 따위를 느긋하게 껌벅여대며 옅은 조명으로 비춰주고 있던 참이었다.
나는 조금의 빛만이 내리깔린 그 밤거리를 보며 허탈히 케피 한 잔이나 홀짝대고 있었고, 그 좁은 홀짝임만으로 커피잔의 바닥이 제 색을 드러낼 때쯤에야 달이 기울며 사람의 걸음을 두 눈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저자는 아마 누군가 눈가가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리들여다보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못했을 테니, 고요한 침묵만이 그곳의 잔향을 무겁게 덮고 있었을 테니 올밤에 처음으로 모습을 내비친 사내는 무엇도 알지 못하는 듯이 서성거렸다.
그 서성임은 후회와 고독으로 점철된 결과일지 아니면 초조와 기대가 두텁게 깔린 상황일지는 알 길이 없었고, 그렇기에 멀리서 번뜩이는 시선에는 대강 불안감이나 무지함, 그리고 그에 대한 궁금증이나 아니면 볼록렌즈의 반짝임이 담겼을지도 모르겠다.
별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재잘대며 사내를 지켜보는지, 이윽고 사내는 어떤 두려움 따위랄 것을 회피하려는 듯 급박한 손짓과 발자국 소리로 손전화를 꺼내든 것이 마치 눈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았다.
온수를 잃은 커피잔 바닥이 바람 없는 시간에 의해 차츰 식어가 이젠 열기를 놓쳐 차분히 가라앉았고, 보도 블럭 위에 대강 놓아진 듯한 위치에서 조금은 위태롭게 기다림을 외치던 사내는 대기에 관절이라도 굳어간 건지 삐걱대는 연기라도 하며 거리에서 차차 모습을 지우고 말았다.
이럴 때면 차갑게 식혀지지도, 뜨겁게 거품이 일지도 않은, 그저 미적지근하게 잔잔한 수면을 지닌 커피 한 잔이 다시금 떠오른다.
달은 낮은 불길을 꺼가며 탁하게 검푸른 빛깔을 띤 바다 밑으로 기어들어갈 채비를 마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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