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닥에 널브러진 후드집업을 대충 걸친 채로 바깥에 나간다. 태양은 사라지고 하늘에는 그 광휘의 편린만이 잔존할 뿐이었다. 정면의 산골짜기 너머에는 고등어의 갈색 살과도 같은 색의 하늘이 도시 위에 떠 있었다. 그 위에는 다시 주황빛 띠가 산 능선을 따라 주욱 둘러지고.. 허리를 활처럼 굽히니 더욱 어두워지는 하늘이 인상적이다. 연청색, 파란색, 군청색, 남색. 남색의 너머에는 다시 보라색으로 보이는 색깔이 뒷편 능선 위에 떠 있다. (결단코 검정색은 있지 않았다.) 구름은 없었다. 그랬기에 순차적으로 어두워지는 하늘의 스펙트럼이 더욱 돋보였다.



2


달은 아직 제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오늘은 보름 쯤 되었으니 아직은 내 등 뒤에서 꾸물거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늘의 별은 점멸한다. 유독 맑은 날은 조그마한 별들마저 관찰이 가능케 한다. 점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다만 나의 덜떨어진 시력으로는 저 밝은 직녀성마저 점멸하듯 보이는 것이다. 바람이 분다. 별이 흔들린다. 하늘이 회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