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기만 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점조차 없는 공백이 외로워 보인다
사다리에 올라
더 높이 기어가
하얀 점 하나 찍자
붓을 든 누군가
사다리에서 떨어진다
모두의 조소,
그것은 하늘을 딛어보지 못한 자들의 어리석음
알고 있건만,
알고 있건만,
분명 알고는 있건만
추락보다 비웃음이 무서운
밤하늘보다 체면이 무거운
그 사내는 그저 주저앉아 시선을 떨군다
여느 누구들처럼
백 년 전보다 차가워진 땅이 받치는 것은
별빛이 나날이 가려가는 하늘뿐
검기만 한 밤하늘을
수없이 마냥 올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