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아

스텔라

루시엘









순간 머리가 새하에 져 버린다.


어째서 있으면 안될 존재가 그것도 한 침대에 있는걸까.


'내가 헛 것을 보고 있는 건가?'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결과를 도출했었다.


그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존재 하는 이유를 떠올리지 못했으니까.



오늘 저택에 손님을 받았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설령 있더라 하더라도 이런 밤 시간에 그것도 침소에 예고도 없이 이성을 들이는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남은건 침입의 가능성이지만


이것 마저 의문을 띄게 한다.


아무리 생각에 잠겨, 주변을 신경쓰지 못했더라도 누군가 들어온다면 눈치를 챘을 텐데...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처음엔 마냥 내 눈을 의심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아논, 자?"


선명하다 못해 예민하다고 느껴질 만큼 분명한 피부의 감촉,


"이리아...?"


이거 하나 만큼은 명확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건 꿈이나 환상 따위가 아니다...


"너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


명백한 현실이었다.


"이야기라니.. 그럼 내일 ㅡ"


"아니, 꼭 지금 해야 해."


그녀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함이 베어 나온다.


"안 그래도 됐다면 굳이 대범하게 찾아온 이유가 없으니까."


정말로 절실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인지 진홍빛의 눈동자엔 흐트러짐 하나 없는 결의가 엿 보였고,


"...."


그런 엄숙함에 흽쓸려 버린 걸까?


".. 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아논..."



그러자 ㅡ



"..으... 더..."


이내 이리아는 바짝 마른 입술을 힘겹게 입을 열더니,


"더 이상은... 안하면 안될까?"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을 해버리고 만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더 이상은 하지 말라니...


그게 무슨 말일까.


"사실 알고있어... 오늘 루시엘과 특별한 일이 있었다는걸..."


"나한테는 끝까지 아니라고 우겼으면서 ㅡ"


허나 이내 그녀가 덧 붙히는 말에 큰 충격과도 같은 번뜩임이 찾아왔고


"...?!"


곧 바로 심정이 쿵쾅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리아는 내가 루시엘을 도왔다는걸 알고 있는 걸까?


"너... 그걸..."


그렇담 자신이 싫어하는 인물을 도왔다는 것에가 불만을 가진 걸까 아님 거짓말을 한 것이 큰 이유 일까.


어쩌면 둘 다인걸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건가?



"......"


애초에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된거지?


그 때 나를 미행했었나?


그건 아니다.... 당시에 누군가 나를 쫒아온다는 기척은 없었다.


심지어는 그녀들이 먼저 훈련장으로 간걸 목격까지 해서 안심 하고 루시엘은 쫒았었다.



"..... 역시.."


허나 그 순간 ㅡ


"그랬던 거구나..."


그녀는 마치 미끼를 던졌다는듯.


생각에 잠긴 내 표정을 읽더니 무언가를 확신하며 눈가에 어둑한 그림자를 들이기 시작한다.


"아.."


그러자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걸 깨닫고 말았다.


사실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고, 나를 떠본 것에 불과한데... 내가 괜히 찔려서 넘어진 것일까.


"......"


하지만.. 그렇다고 치부하기엔 이건 이것대로 이상한 점이 존재했다.


그야 이리아의 질문이 너무나도 예리했으니까.


또한 심증만으로 이런 짓을 벌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적어도... 자신의 의견을 뒷 받침 해줄만한 근거가 있었으니, 이런 대범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윽... 실은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아니.. 그건 아니야."


실제로도 그녀눈 온전한 심증으로만 나를 덮친건 아니라고 답했다.


"다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뿐 이지."


그럼.. 대채 어떤 방법을 안 것일까.


"대체 어떤 방법으로.."


"... 말해줘도 아마 이해 못 할 거야. 또 이건.. 나만의 방식이니까."


허나 내 질문에도 그녀는 쓰라린 표정으로 대답을 거부했다.


"... 그래?"


그래도 그녀만의 방법이 있었으니, 나와 루시엘의 일을 간파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방금 아논의 얼굴을 보며 확신했어, 역시.. 오늘 낮에 루시엘과 어떠한 접점이 있었구나."


이윽고 그녀는 오랜 의문이 풀린 것 처럼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더 더욱 말 해야지.. 아논, 이제 그만 하면 안될까?"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는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를 감춘체, 내게 몸을 밀착하는데.


"하지 말라니, 뭘..."


"더 이상은 다른 여자들에게 간섭하지 말아줘 ㅡ"


서로의 콧등이 맞닿을 만큼 얼굴이 가까워져 버린다.


"적어도 그 둘과는.. 이제 어울리지 마.."


그리곤 루시엘 뿐만 아니라 스텔라까지 언급하며


스토리적으로 중요한 두 인물과, 결별을 택 하라고 말한다.


"뭐라고..?"


뭐랄까... 내 본능적인 감상으론...


"으읏..."


그녀는 지금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건 왜..."


정확히는 두려움에 가까운 질투 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남을 돕는건 이해 할 수 있어, 그야 따듯한 아논 이라면 곤란한 이를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니까.


그리곤 대뜸 나의 대한 대단한 착각을 진지하게 읇어가기 시작한다.


"... 그런게 아니야.."


그래서 나는 그녀의 말을 전면으로 부정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그 정도로 좋은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그저 내가 살기 위해, 남의 감정을 회유한 비겁자에 불과했다.


잘못 엮인다면 내가 파멸한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안절부절 못하는 심장을 위한 발버둥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아니? 애초에 부정하려는 것 부터가 신빙성이 전혀 없다고..."


말에 마침표를 찍히기도 전에 그녀는 차디찬 손으로 내 뺨을 감싸며 말을 끊어버린다.


"아무튼... 남을 돕는건 이해해..."


"하지만.... 왜 자신을 밀어내려는 사람까지 도우려는 거야?"


곧 이어 호흡이 거칠어지며 격해진 숨결이 내 입술에도 닿게 되는데.


"지금 루시엘도 루시엘이지만은... 그녀 뿐만 아니라 처음의 스텔라도 떠올려봐!"


더 이상은 울먹거릴 기세로 내게 진심으로 호소했다.


"그 둘이... 처음 만났을 때의 너를 얼마나 거북하고 고깝게 대해었는지."


"그런데... 왜 그런 사람들까지 챙기려는 거야..?!"


"나... 솔직히 섭섭하다고?"


그들에게 향한 질투나 적의가 적나라하게 전해져 온다.



"나는 평소에도 너만 바라보면서 사는데."


"하지만 막상 대우를 받는건 왜 내가 아니라 저들인거야?"


"왜.. 도대체 왜....?!"


그녀의 목소리나... 억양만 들어봐도 알 수 있었다.


"불공평하잖아... 너의 친절함이 향하는 곳이 내가 아닌 매도하고 뿌리치는 이들이라는게..."



"그러니까... 약속해줘.. 앞으론 더 이상 그러지 않겠다고.."


"적어도 다른 여자들에겐 손을 내뻗지 않겠다고 다짐해줘..!"


현재 그녀가 얼마나 초조해져 있는지,


말을 이어갈 수록 이성이 무너지고 감정이 격해지는게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



그 말을 듣게 되자, 그녀가 현재 어떤 심정인지는 알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내 사정을 모르는 입장으로선 당연한 의문일거라 생각했다.



그야 보통의 경우라면 자신을 거절하는 이들에겐 쉽사리 호의를 건내기는 힘들테니까.


스텔라도 처음엔 기껏 도와줬더니 인사도 없이 냅다 도망쳐서, 얼핏 보면 매정하기 짝이 없었다.


극단적으로 루시엘 같은 경우 라면 차라리 욕을 내뱉었을 것이다.


그런데 항상 상냥하게 웃어주는 자기 보다도 그런 사나운 인물들을 더 잘 챙겨주니 서운 할 수 밖에.


"미안."


하지만....


"그건 안돼."


그래도 이리아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었다.


그야 내게도 나만의 사정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바로 아논의 파멸하는 여러가지의 방법들 


그리고 그 방법 중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쥐고 있는 인물이 바로 루시엘과 스텔라였다.




"뭐엇...?


그러니 이리아의 부탁을 들어 줄 순 없었다.



".... 이유를 물어도 될까..?"


그녀는 내 대답을 이해 할 수 없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심정은 이해한다.



"나도... 너 처럼 나만의 이유가 있어."


"이건.. 꽤나 중요한 문제야."


솔직히 나도 될 수만 있었다면 처음부터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싶었는데..


허나 이미 물은 엎질러져 버렸고, 다름 아닌 내 생존에 관한 문제였기에 어쩔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그렇구나...."


그런 본심을 전하자, 내 진지한 분위기에 설득된 걸까?


"알았어.."


이리아는 납득하겠다는듯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정말?"


"그래.. 아논이 그런 눈빛으로 말한다면 내가 이해 할 수 밖에....."


허나 말로는 나를 이해 하겠다곤 했지만 연약해진 목소리에는 도저히 받아들 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물씬 느껴져왔다.


"그럼... 적어도 ㅡ"


그래서일까?


"암..!"


이리아는 이내 무언가 결심한 눈빛으로 내게 달려들더니, 대뜸 목과 쇄골 사이에 있는 피부를 물어버린다.



"윽...!"


난 예고 없는 딱금한 감촉에 옅은 신음을 내뱉었지만


"으음... 츄릅....."


이리아는 신경쓰지도 않은체 내 피부를 열심히 빨기 시작한다.


"...?"


뭐랄까.. 약간이지만 내 안에 무언가를 빼앗기는 느낌은...


이거 설마... 흡혈인걸까?


이리아도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 받아, 흡혈귀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특징으론 타인의 피를 양분으로 여러 가지 것들을 흡수 할 수 있다는 것인데.



"후.. 이걸로 조금은 안심이야."


잠시 후, 이리아는 아까보단 안심한 얼굴로 이빨을 떼어낸다.


"으윽..?"


그리고 전엔 없었던 이질감에, 물린 부분을 더듬는데... 


"야, 너.."


입을 댄 곳엔 두개의 점 자국이 생겨버린 것 같았다.


"대체 뭘 한거야..?"


그래서 아직 쓰라림이 남아있는 부분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살짝 따지듯이 물었지만


"별거 아니야, 그저 소량의 피만 흡혈한 거니까."


막상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버린다.


"걱정마, 오래 가는 흉터는 아니야."


"아논이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없겠다면 그나마의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을 뿐 이니까."


허나 나를 안심시키듯 설명을 덧 붙히는데.


"....그래?"


돌아보면 이런 설정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타인의 피를 마심으로서 음식과는 비교도 안되는 에너지원을 얻는 흡혈귀의 특성상,


흡혈이란 행위를 매우 중요하고 고결하게 여기기에 유대가 깊은 대상에게 흡혈 자국을 남기는 풍습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럼 알겠어."


그래서 이리아와는 오랜 친구 사이였기에 이런 행위는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었고,


"응..! 아논을 설득 못한건 아쉽지만 이것도 이거 나름으로 위안을 얻었으니까."


결론적으론 다시 밝아진 이리아를 보며 잘 된거지 싶어 넘어가려는 그 순간 ㅡ


"으읏~차.. 그럼 이제 자자!"


"잠깐, 뭐?!"


그녀는... 갑자기 내 침대에 발라당 누워버리더니 곧 바로 잘 준비를 해버린다.



"헤에~ 역시 아논의 침대는 폭신하네~!"


안습해 보였던 방금과는 다르게 밝어진건 좋지만..


"여기서 잔다고?"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여러 의미로 난감해지고 말았다.


"응, 밤길을 무섭다고..? 그러니 아논 옆에서 자고 싶어!"


아니.. 다 좋다 이거야..


절친을 집에 재우는거?


그럴 수 있다 쳐.


그런데.. 아무리 사이가 가까워도 그렇지... 이성을 옆에 두고 자는건 확실히 자중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윽... 그냥 넌 여기서 자, 난 다룬 곳에서 잘 테니 ㅡ"


그래서 차라리 그녀를 자리에 내버려 두고, 내가 다른 곳에서 참을 청하려고 했지만..


"아니! 꼭 내 옆에서 자야 해."


그것마저도 내 팔목을 붙잡으며 막아버린다.


"아, 왜.."


그래서 조금은 짜증 섞인 말로 말하자,


"어째서? 어렸을 땐 옆 자리에서 자주 잤잖아."


그녀는 갑자기 옛날 이야기를 들먹이기 시작한다.


"아.."


확실히... 유년 시절엔 그녀를 몇 번인가 저택으로 초대해서 재운 적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몸집이 작은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순수한 어린 시절이기에 가능했었지만


"아니.. 그건 단순히 어리니까 ㅡ"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는걸 스스로도 알면서...


"헤에~ 그럼 아논은 지금, 나를 이성적으로 본다는 거야?"


아니... 알기에 그러는걸까?


"...."


나는 침묵해버리고 말았다.


"아논이 말했잖아 우리 둘은 친구라고, 그럼 친구니까 괜찮은거 아니야?"


그녀는 정말로 친구로 여긴다는 내 말을 존중하기에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교묘하게 상황을 이용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그건 맞는데 ㅡ"


"그럼, 결정!"


허나 그녀는 내가 망설여 하고 있는 틈을 타, 자신의 품.. 그리고 같은 이불 속으로 나를 끌어들여 버렸고,


".... 하아.. 알겠어."


에라 모르겠다...


결국 난... 반쯤 단념해버리며 쿠션감에 몸을 맡겨버린다.


아무튼 이리아도 분명 말해주었으니 괜찮겠지...


분명 우리 둘은 친구라고.


그럼 당연히 잠만 자는 거겠지.


"헤헤~"


나는 반신반의 하며 팔짱을 껴오는 이리아를 그냥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논.."


이내... 뭔가 이상한 분위기로 다시금 내게 가까이 붙는 이리아 ㅡ



"..... 왜."


"나.. 방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아논이 이성적으로 상대해도 괜찮다고?"


나는 순간 침대에서 뛰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꽈악 ㅡ


그녀가 온 힘을 다해, 나를 휘감는 바람에 섣불리 나서기 힘들어져 버렸다.


자칫하다간.. 그녀가 다쳐버리니까.


"그야... 세삼 말하지만.. 난 아논이 좋으니까."


"아논만 괜찮다면 나.... 언제든 OK라고?"



그녀는 의미심장한 숨을 계속 내쉰다.


"그러니까 ㅡ"


그리곤 왠지 요염한 손길로 내 목 부터 턱 끝까지의 부분을 야릇하게 쓸어넘기는데.



"더 이상 장난치면... 진짜 뛰쳐 나가버린다.


"... 알았어."



다행히도 더 이상은 용납 안 하겠다는듯 말하자 순순히 잠을 청해준다.


"우우... 남자답지 못하네...."


한껏 아쉬워하는 이리아의 목소리를 뒤로 한체, 나는 눈을 감는다.


"후우..."


큰 일날 뻔 했네.


그녀의 갑작스러운 플러팅은 둘 째 치고... 설마 날 이성의 대상으로 보고 있을 줄이야...


워낙 게임 속의 악연만 떠올리다보니 이리아의 마음이 거기까지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뭐.. 그래도 이렇게 자는 것 만이라도 만족이니까."


나는 눈을 감으면서도 다른 오감으로 그녀의 행동을 주의한다.


"잘자 아논, 오늘 밤...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닿았으면 좋겠어."


그래도.. 이번엔 정말 물러나 주는 것인지 다른 수상한 낌새는 없어 보였고



"헤헷, 아논 옆에서 자는거 정말 오랜만이야!"


그저 신난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이기만 하는데 ㅡ





.......




당연하겠지만..



"으음.. 잘 잤다~ 응? 아논도 일어나 있네?


그날 밤, 단 한 숨도 잠에 들지 못했다....








◇◇◇






"하암..."


"어라? 어제 별로 못잤어?"


어제의 일로 정말 의외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내 침대에 숨어 든 것 부터 그 이후에 했던 여러 말들...



일단 그 이후로 이리아의 말을 듣고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리아는 어제, 저택에 침입한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숨겨왔던 특기인 존재감을 지우며 내게 조용히 다가왔다는데.


돌아보면 게임 속 이리아와 얼추 비슷한 설정이 존재했다.


원작의 설정으로 이리아는 아논에게 원한을 품고 살인 계획까지 세우는 인물로서 정면 돌파보다는 암살을 추구하여 조용히 움직일 수 있도록 단련한다.


뒤 늦게 떠올린 거지만은 게임에서도 '복하사'라는 제작진의 농담 섞인 업적 이름을 달고 이리아가 저택에 침입하여 수면 중인 아논을 칼로 찔러 죽이는 이벤트도 있었다.


허나... 이미 그녀에 관한 플래그는 어렸을 때 부터 전부 부숴버려서, 그럴만한 능력이 없는 줄 알았는데.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 있을 거라곤 누가 알았겠는가..


이 정도면 운명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찔한 면도 있었는데...


만약 내가 그녀의 플래그를 회수하지 못했다면 어제.. 나는 동침이 아닌 칼침을 맞았을 거라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했다.



"뭐, 괜찮으니 신경쓰지마."


"혹시 피곤하면 가는 동안 무릎 베게 해 줄 수 있는데?"


"사양할게..."



그리고 다른 의외인 점은... 이리아가 나를 남자로 보고 있다는 것.


이건 생각 할 수록 놀라는 부분이었는데.


"..."


하지만... 나는 그녀를 받아들여 줄 수 없다.



그야..... 그것이 진정으로 이리아를 위한 길이니까.



내 목표 중에서는 나의 생존 뿐 만이 아니라...


언젠가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었기에


이리아의 마음을 받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이것이 최종적으론 옳은 길이니까...



"그나저나 아논..."


그런 생각을 하며 창 밖을 보고 있었는데.


"응?"


때 마침 그녀가 내 어깨에 기대며 간절한 목소리로 건내온다.


"내 표시도 남겼고... 아논도 아논만의 이유가 있다곤하니까 다른 여자에게 손을 내뻗는건 최대한 참을게."


"하지만... 또 나말고 다른 여자들을 지나치게 챙겨버리면은 ㅡ"


"나.... 단단히 토라질 지도 모른다?"


이건 일종의 경고일 것일까?


"응."


허나 나는 대답만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그야 별 일 없겠지 싶었으니까.




































그리고 이건 조금 미래의 이야기로,


그 때의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 날... 이리아가 했던 말이, 정말로 나를 파멸 시킬 줄은 ㅡ










루시엘 진도도 뺄려했는데 생각보다 묘사가 길어져서 한번 끊어야 겠네


아직 겜 스토리 초반도 안지낫는데 언제 다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