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아까부터 자꾸 뭘 그렇게 힐끔힐끔 보는 거야? ” 



“ 어. 티 났어? ” 



“ 어 굉장히. 근데 뭘 계속 그렇게 보는 거야? ” 



“ 저기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저 남자 잘생기지 않았어? ” 



“ 어디? 저 남자? ” 



“ 야 그렇게 대놓고 보면 어떡해. ” 



“ 딱 네가 좋아할 만한 취향이네. 잘생기긴 했네. ” 



“ 그렇지. 가서 번호 한번 따볼까?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번 해봐 밑져야 본전인데. ” 



친구말을 들은 나는 그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번호를 따보는 건 처음이라 가슴이 매우 떨렸다. 하지만 저 남자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딱 벌어진 어깨에 진한 눈썹과 남성적인 눈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 남자는 혼자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뭔가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는지 계속 손목시계를 확인하면서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 



“ 저기.... 너무 제 취향이셔서 그런데 번호 좀 주시면 안 될까요....? ” 



그런데 그분은 내가 말을 건네자. 화들짝 놀라시더니 고개를 돌리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마치 뭔가한테 이 모습을 걸리면 안 된다는 거처럼. 



“ 저기요? 왜 그러세요? ” 



“ 저 죄송한데요. ” 



남자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나에게 어떤 사진을 보여주었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딸과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 죄송한데 제가 유부남이라서요. 번호는 못 드리겠네요. ” 



“ 아... ” 



뒤에서 누군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했는데 내 친구가 못 참겠다는 듯이 매우 크게 쪼개고 있었다. 



(저 씨발년이....) 



“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 저 24살이요. ”



“ 저랑 동갑이네요. ” 



“ 네? 근데 어떻게 벌써 그런 딸이? ” 



“ 사연이 좀 깊어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 



남자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카페에서 아주 빠르게 나갔다. 마치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인 거처럼. 



“ 야ㅋㅋ 야ㅋㅋㅋㅋ 어떻게 된 거야? ” 



“ 애아빠던데? ” 



“ 뭐? 젊어 보이던데 그럼 얼마나 동안이신 거야? ” 



“ 우리랑 동갑이라던데? ” 



“ 아니 그게 가능한가? 거짓말하신 거 아니야? ” 



“ 몰라. 뭔가 되게 사연이 깊으신가 봐. ” 



이렇게 내 인생 첫 번호 따기는 실패했다. 어쩌면 실패한 게 다행인가?



----------------------------------------------------------------------------------------



“ 나왔어. ” 



“ 아빠 왔다!!!!! 아빠! 아빠! 나 오늘 엄마랑 그림 그리면서 놀았는데 내가 그런 것 좀 봐봐! ” 



“ 잘 그렸네 우리 딸. 화가 해도 되겠는걸? ” 



집에 들어오니 딸이 나를 반겨주었다. 역시 우리 딸 밖에 없다. 얀진이가 그린 그림을 천천히 감상하고 있는데. 부엌에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 당신 나랑 할 말 있지 않아요? ” 



“ 얀진아. 아빠. 엄마랑 할 말 있으니까 방에 들어갈래? ”



----------------------------------------------------------------------------



“ 왜. 뭐 때문에 그러는데. ” 



“ 진짜 할 말 없어요? ” 



“ 뭐가. 진짜 오랜만에 외출이라 노느라 정신없었는데. ” 



“ 제가 당신 뒤를 좀 캐봤는데요. 피시방에 갔다가 돈가스집에 갔다가 카페에 갔더라고요? ” 



“ 그게 왜. 뭐가 어때서. ” 



“ 왜 숨기는 거야? ” 

“ 왜 그걸 나한테 비밀로 해? ” 

“ 그때 걔한테 번호 주지 그랬어 ” 

“ 이제 나에 대한 마음은 다 식은 거야? ” 

“ 그냥 그 여자애랑 결혼하지 그랬어? ” 

“ 지금이라도 가서 다시 번호 달라고 해 ” 

“ 번호 따이니까 기분 좋았어? ” 



“ 여.. 여보 진정해. ” 



“ 하도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애걸복걸해서 한번 내보내줬는데. 이럴라고 나간 거야? ” 

“ 사실 그 여자한테 번호 줬지? ” 

“ 다음에 나갈 때는 그 여자 만나러 갈 거지? ” 



“ 아.. 아니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 



“ 나이는 왜 물어본 거야? 연하였으면 어떻게 해보려고 그랬어? 이제 나는 나이 먹었다고 싫은 거야? ” 

“ 안 되겠어. 이제 앞으로 외출은 없어. ” 



“ 뭐? 나 9년 만에 처음으로 밖에 나가본 거라고! ” 

“ 내가 나이를 왜 물어본 건지 알아? ” 

“ 내 나이 때 애들은 뭐 하고 사는지 뭐 하고 노는지 궁금했어. 나는 중학생때 부터 계속 이렇게 갇혀만 지냈는데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 

“ 나도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다고! ”



“ 이 씨발새끼가 사회공기 좀 마시고 왔다고 정신이 이상해졌네? ” 

“ 안 되겠어. 너 오랜만에 지하실 좀 가야겠다. ” 



“ 어어어어 어  미... 미안해... 다시는 나가고 싶다는 말 안 꺼낼게. 지하실만은 가기 싫어. 제발.... 내가 잘못했어. ” 



“ 이제야 사태 파악이 되나 보네. 그렇지만. ” 






이미 늦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