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루야 산책하러 가자! ”

 

 

왈! 왈! 헥헥헥!!!!!

 

 

우리집은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운다. 키운 지는 7년이 넘어가는데,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날, 엄마가 길에서 박스 안에 들어가 비를 피하고 있는 마루를 발견하고는 불쌍하다면서 데려왔다. 주인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인터넷에 올려봐도 아무런 제보가 없었고, 인식칩이 있나 확인해봤지만 인식칩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은 우리 집에서 키우게 됐는데, 왜 이름이 마루인지는 모른다. 그냥 아빠가 그렇게 이름 붙였다.

 

 

마루한테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 와!!! 강아지다!!! ”

 

 

“ 만져봐도 돼요??? ”

 

 

나이가 어린 잼민이들은 마루를 보면 다가와서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장난기가 돌아서.

 

 

“ 아니. 안돼. 얘 물어. 막 깨물어. 아작아작. ”

 

 

“ 끼에에에엑!!! 미친개다!!! 도망쳐어어어!!! ”

 

 

어린 애들은 반응이 너무 찰져서 놀리기 너무 재밌다. 이런 어린 애들이 자라서 중고등학생이 되면, 마루를 보면 별 관심 없는 척 하면서 그냥 묵묵히 지나가는데 시선은 마루에게 고정되어 있다. 

 

 

“ 자기야 강아지야! ”

 

 

“ 와 귀엽다! ”

 

 

“ 우리도 나중에 같이 살면 강아지 한 마리 기르자 어때? ”

 

 

“ 좋지! ”

 

 

커플들은 주로 마루를 보면 자기들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잘 됐으면 좋겠다.

 

 

“ 아따! 강아지 귀엽네! 쮸쮸쮸쮸쮸쮸쮸쮸 ”

 

 

중년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들은 마루를 보면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마루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한다.

 

 

“ 얘 몇 살이여? 털 많이 빠지겠네. ”

 

 

“ 아따 김씨 만지지 마쇼잉. 이거 딱 보니까 비싼 개여. 맞지라? 아, 이거 우리 집 개도 보여줘야겠네잉. 얘는 우리집 개 복슬이여. ”

 

 

아저씨는 스마트폰을 들이면서 키우시는 개를 보여 주셨었는데. 마루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중년 아저씨들은 보통 집에서 개를 키우시는 분들이 많다.

 

 

“ 아이고 검둥이네 검둥이! ”

 

 

노인분들은 보통 흰색 강아지를 보고는 흰둥이, 검은 개를 보면 검둥이라고 하신다. 노인분들은 딱히 마루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마루도 그걸 아는지 노인분들한테는 꼬리를 흔들다거나 딱히 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영특한 놈.

 

 

아무튼 오늘도 늘 가던 산책 코스대로 대형마트 옆 로터리를 지나 공원으로 가고 있었는데.

 

 

“ 얀붕이 아니야? ”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길래 옆을 돌아보니 같은반 얀순이가 서 있었다. 

 

 

“ 어 얀순아 안녕? 여기서 다 보네? ”

 

 

“ 와 귀엽다. 산책하던 중이야? ”

 

 

“ 어 맞아. 공원 쪽으로 갈라고. ”

 

 

“ 나랑 가는 길이 똑같네? 같이 가도 돼? ”

 

 

“ 그래. 뭐 상관없어. ”

 

 

여자랑 같이 걸어 보는 건 유치원 때를 제외하고 처음이다. 마루 덕분에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하지만 마루의 상태가 이상했다. 마루는 얀순이를 보고는 뒷걸음질을 치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평소 산책을 할 때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꼬리를 흔들던 마루인데,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 얀순아? 마루가 너 마음에 안 드나 봐. 같이 못 가겠는데? ”

 

 

“ 얀붕아. 잠깐 목줄 좀 줘볼래? ”

 

 

목줄을 달라길래 목줄을 넘겨주었다. 얀순이는 목줄을 넘겨받더니, 마루랑 눈을 마주치고는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초쯤 흘렀을까.

 

 

깨갱!!! 낑!! 끼이이잉!!!

 

 

마루가 놀라더니 내 뒤에 숨었다. 뭘 어떻게 한 거지? 

 

 

“ 이제 됐지? ”

 

 

“ 어. 그런 거 같네.... ”

 

 

얀순이랑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나랑 얀순이가 앞에 서서 가고 마루는 마치 끌려다니는 것처럼 우리 뒤를 따라 걸어왔다. 같이 가기 싫다는 것처럼.

 

 

“ 자주 산책해? ”

 

 

“ 어 그렇지? 시간 날 때마다 하는 편이지? ”

 

 

“ 그렇구나... 나도 이렇게 같이 산책해 보고 싶었는데. 집에서는 키우는 거 반대해서. ”

 

 

“ 그래? ”

 

 

그때 한가지 기발한 생각이 났던 나는 한가지 무리수를 두어 보았다.

 

 

“ 산책하는 게 좋으면, 내가 나와줄 테니까. 같이 하는 거 어때? ”

 

 

“ 정말? 그래도 돼? ”

 

 

“ 어차피 해야 하는 거 같이 하면 좋지. ”

 

 

“ 그럼 목줄 채우고 같이 걷고 싶어! 내가 목줄 채우고 목줄 잡아도 돼? ”

 

 

“ 목줄이야 뭐 놓치지만 않으면 상관없지. ”

 

 

“ 그럼 목줄 잡고 평생 안 놓을게! 그러면 되지? 아 근데 산책할 때 옷 입는 편이야? ”

 

 

“ 옷? 어디서 봤는데 옷 입는 거 별로 안 좋다고 하더라고. 피부에도 안 좋고, 움직일 때 불편해서 관절에도 안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안 입는 편이야. ”

 

 

“ 그렇구나아... 근데 오늘은 옷을 입고 있네? ”

 

 

“ 어제 털 밀어서 추울까봐 오늘은 입었어. 원래 평소에는 안 입어. ”

 

 

“ 털을 밀었어? 오... 밀기도 하는구나. ”

 

 

얀순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추워서 그런가? 

 

 

“ 가끔 밀어줘야 깨끗하더라고. ”

 

 

“ 그거는 처음 알았네. 있지 얀붕아. 너무 귀여워서 그런데 한 번만 쓰다듬어 봐도 돼? ”

 

 

“ 물기도 하는데. 너는 괜찮아! 꼼짝을 못 하겠는데 뭐. ”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마루의 목줄을 끌어당겨서 가까이 오게 하려고 했던 순간.

얀순이가 신나서 내 정수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 지... 지금 뭐 하는거야? ”

 

 

“ 와! 되게 부드럽다! 샴푸 어떤거 써? ”

 

 

“ 근데 얀붕아 너 되게 의외다? 알몸으로 공원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구나? 너도 그런거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나는 괜찮아! 다 이해 할 수 있어! ”

 

 

“ 아니 내가 알몸으로 다닌다는 게 아니라... ”

 

 

“ 근데 목줄하고 알몸으로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테니까 사람이 별로 없는 새벽에 같이 산책하자! 그러다가 점점 시간대를 이르게 잡아보는 거야! 어때? ”

 

 

“ 아니 글쎄 그런게 아니라... ”

 

 

“ 너가 나랑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어! 사실 전부터 너랑 같이 산책 해보고 싶었거든! 집에 가서 연락하자! 나 이제 저쪽으로 가야 해. 카톡 할게! ”

 

 

얀순이는 말을 마치고는 저 멀리 가버렸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후응!

 

 

마루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우리 집 쪽으로 몸을 당겼다.

 

 

“ 마루야. 이제 나 어떻게 해야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