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천국은 나의 지옥일수있으며

나의 천국은 타인의 지옥일수있음을 우리는 알아야합니다.

-무명 노동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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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신수도, 자동 사륜마차가 나의 옆을 지나쳐가면서, 오물이 묻은 눈을나에게 뿌린다.
그리고 무심하게 사라진다. 마치 나에게 벌어진 일은 마땅히 일어나야만 했던일이며, 그 꼴이 너의 진정한 모습이라는듯

찬 공기를 뚫고, 가스등이 켜진 주홍빛 밤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품속을 뒤적거린다. 남들 처럼 밥을 먹어 살이 알맞게 차오른 가죽지갑은 보이지 않는다.
눈을 맞아 쪼그라든 초갑에 들어있는 귈련 한개비, 그게 전부다. 

라이터를 켜고 가슴팍에 잔뜩 연기를 집어넣는다.
매캐한 타-르가 나의 목을 적시고, 나는 천천히 연기를 내뿜는다.

라-디오에서는 계속해서 경제성장, 실업타파, 전쟁승리에 따른 보상을 지껄인다.
그들에겐 이 나라가 천국이라 떠든다. 젖과꿀이 흐르고, 초원에 양,소가 우거지며, 사람들이 웃음짓는 유-토피아라 칭한다.

어째서 이 초로한 나에게는 천국의 단 한조각조차 허용되지 않는가. 사내는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손끝이 화끈거릴만큼
길게 태운 귈련을발로 비벼끄고 사색에 잠긴다.

사색.

사내의 유일한 취미이자, 고독의 원인이며, 유일한 동반자라 칭하는 정체불명의 사내이다.
그는 사색에 잠긴다. (思索)사색인가. (死索)사색인가. 그는 알지 못하지만 그는 사색에 잠긴다.

그는 학교를 생각한다. 그는 본디 처음부터 초로하고 푸-어한 거렁뱅이는 아니였으니, 그는 지방의 한 지주의 아들이었을터다.
그는 아버지가 데려온 한 소녀를 생각한다. 그의 원수, 그의 가족

나의 천국에 갑작스래 침입한 한 존재.


나를 감히 소개하겠다. 나는 천국에 추방된 인간이요.
죄를 짓지 않은 결백자로소이다. 

아버지가 처음 소녀를 데려온 그때를 기억한다.
본디 비맞는 소녀가 불쌍하지 않냐며 술취한 아버지가 지껄였을때 어머니는 한숨을 푹푹 쉬면서 대놓고 싫은티를 냈고,
나는 아버지가 기껏 사온 나의 생일선물이 망가져 엉엉 울곤했다.

흑발, 아주 약간 그을린 피부, 상처투성이에 과묵한 그 소녀는 묵묵히 술취한 아버지의 옷깃만을 잡았을터였다.
처음에는 그녀를 싫어했고, 자라나면서 나는 그녀를 아버지를 따라 가족으로 인정했고, 어머니는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러 아버지가 소작인들을 격려하기위해 밖으로 나갈때 마다 어머니는 그녀를 굶기곤 하였는데, 나는 그러한 처사가
퍽 속상하고 화가나 나의 끼니를 절반으로 나누어 그녀에겐 주곤했다.


그런 장면을 들켰을때마다 어머니는 광분하며, 그녀를 모질게 때리곤 하였다.
비명하나 지르지 않는다며 독한년이라고 할만큼 그녀는 묵묵히 매를 몸안으로 받아내었다.

하지만, 본디 나는 태생부터 나약한 인간 인지라, 어머니에게 반항은 하지 못하였으니, 그녀는 곧 성장해 건장하고 반항끼 넘치며
눈동자가 이글거리는 여장부로 자라났다. 
부모님은 보지 못했지만, 나는 그녀의 눈동자속 작은 불꽃이 마치 산불처럼 커질것 같아 두렵곤했다.


어느날 자택밖의 붉은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날, 그녀는 우왁스럽게 나의 손목을 잡아 고즈넉한 언덕 정상 나무 밑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리고 나에게 고했다.

"너를 싫어해"

갑작스래 고백하듯, 혹은 선언하듯, 말한 그녀의 눈은 증오가 넘실거렸고, 또 다른 한편은 내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마치 증오와 대결하듯이 흘러넘쳤다.

"마지막으로 말할게. 나와 함께하자. 언젠가 너의 부모가 죽고 나면, 저 증오스러운 저택을 부수고, 우리들의 집을 세우자. 지옥을 부수고 우리들만의 천국을 세우자."

나는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그녀는 어째서 나의 천국을 부수려 하는가. 나는 나도 모르는 힘으로 그녀를 뿌리치고 그녀를 바라보았

으니, 맹세코 말하건데, 그렇게 슬퍼하는 인간을 나는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불현듯이 찿아왔듯이, 불현듯이 사라졌다.
그때 손을 뻗었더라면, 우리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씁쓸하고 고통스러운 너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알도리가 없다. 

그렇게 그녀는 나의 천국에서 추방됐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신수도 설립계획 이며, 전쟁발발 이라면서, 테-크놀로지 혁신이라며 세상은 무섭게 변해갔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점차 늙고 병들어갔고, 우리 가족은 점차 낡아빠진 시대의 산물처럼 변해갔다.
전쟁 공출이라면서 우리의 곡식을 빼앗아가고, 재산을 강탈해가는 군대 덕분에 가세는 급격히 기울어져 갔다.

 그리고 본디 우리 가족을 제외한 그 누구도 모르는 곳에 보관해둔 재산마저 그들이 샅샅히 훑어간탓에 나는 집을 떠나
도망가기에 이르렀으니, 가족의 사망 후 탈세의혹, 의무회피 등을 지껄이며 악착같이 쫒아오는 공무원들을 피해 나는 지금에 이르른것이다. 

그 뒤로 나의 일은 지옥이었으니, 나는 오물 묻은 눈을 온몸에 얻어맞은채, 마지막 귈련을 태우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렇게 남자가 스스로의 영혼을 스스로 위로하고있을때 검은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남자를 둘러쌓다.

"얀붕?"

"...네 접니다. 저항하지 않을테니 짐승처럼 묶지 마시길"


"신수도 군사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차량을 준비했으니 모시겠습니다"


그들의 말은 친절했으나, 손길은 그렇지 않았다. 건장한 남성들은 키작고 여리여리한 사내를 우왁스래 잡아채고 두건을 씌우더니
자동 사륜마차에  강제로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을뿐이다.

속으로 남자들은 생각했을것이다. 20대의 창창한 청년이 이렇게 마르고 여윌수도 있구나 솔직한 감탄을했을수도있다.
그저 지방의 약간 부패한 지주의 아들일뿐인데, 이렇게까지 혹독하게 쥐어짜는 장군의 저의(底意)가 뭔지도 궁금했을수도있다.

하지만 검은제복의 남자는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애써 얻은 천국을 의문을 입밖에 냄으로써 박탈당할순 없으니까.

자동 사륜마차는 천천히, 하지만 조금 먼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정의 끝에 다다랐을때, 자동 사륜마차는 쉼없이 달려온 자신의 다리를 쉬겠다는듯이 기계의 한숨을 내쉬면서
멈추었다. 남자들은 사내를 부서질까봐 걱정된다는듯이 조심스럽게 양팔을 잡아 사내를 끌어내렸다.

복면을써 눈이 보이지 않는 어렴풋이 천국의 냄새를 맡았다.
붉은색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남자의 천국.

그의 심장이 다시 격렬하게 펌프질을 하였고, 눈을 벗으면 눈앞에 다시금 천국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몸을 살짝 떨었을때
그의 복면이 벗겨졌다.

그곳에는 얀순이 서있었다.

시원하고 힘차게 뻗어있는 흑발, 더더욱 커진 키, 세계최고의 미녀라 손색이 없는 이목구비
하지만 나의 희망은 두려움으로 바뀌었으니, 나의 저택은 불타고 있었다. 오-일냄새와 불의 냄새, 매캐한 연기가 저택에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화염보다 더 두렵고 무서운 불길이 얀순의 눈동자에서 넘실거리고 있었다.

"얀붕 오랜만이야. 내 천국에 온걸 환영해. 뭐...아직 네가 없으니 완전한건 아니지만"

"..야..얀순"

"장군님을 붙여라!"

우렁찬 목소리로 방망이를 금방이라도 내려칠 기세의 검은제복의 사내를 얀순은 손짓하나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내 가족이 될 사람이다. 건들이지 마라"

"넵..!"

그녀는 천천히 내게 걸어오더니 나의 손목을 우왁스럽게 잡아챘다. 그때 언덕위 나무밑에서 놓쳤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는듯
그녀의 손에 힘이 가득 실려있어 나의 손목은 마지 부러질듯 비명을 질러댔다.

 "우리들의 천국을 세우자고 했지. 하지만 너는 거절했으니 두번째 기회는 없어. 나의 천국을 세우면, 너를 내 천국 깊숙한곳에
가둬둘거야. 자살도 하지 못하게"

그녀는 비웃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 어차피 겁쟁이라 하지 못하려나, 그래도 도망가지 못하게, 철저하게 감금시켜줄테니 안심해"

그리고 나의 귀에 속삭였으니...

"너의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증오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의 남편?"

천국은 누군가 에게 지옥일 수도 있다.

지옥은 누군가 에게 천국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천국에.

그리고 나의 지옥에 갇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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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 얀데레 순애 사료좀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