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는 학창 시절부터 옷 입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였어.


얼굴은 잘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수수한 얼굴을 가진 얀붕이, 그러나 옷을 잘 받쳐주는 신체를 가지기 위해 운동을 했고, 너무 근육질은 아니지만 모델로서는 적합한 신체 조건을 가지게 된 거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바로 모델로 전향을 한 거지. 흔히 모델하면 떠오르는 패션쇼의 모델이 아니라, 다양한 인터넷 의류 시장에서 모델로 쓰여 졌어.


정말 우연하게도, 인터넷에 얀붕이가 옷을 입은 사진이 퍼지게 되었고 제목은 흔히들 볼 수 있는 ‘남친 옷의 정석’ 이런 식으로 지어져서 다양한 글들이 양산되기 시작했어. 그러다 보니 댓글에서 얀붕이의 SNS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겼고, 얀붕이의 팔로워는 금방 10만을 넘긴 거지.


그렇게 매일 사진을 촬영하고, SNS에 업로드하기 시작했어. ‘데일리 룩’이라던가 패션의 추세를 알려주는 게시물을 작성하며 나름 모델로서 이름을 날리게 돼.


그러던 중, 한국의 가장 유명한 연예인 엔터테인먼트인 A사에게 연락이 오는 거지.


소속 연예인의 코디네이터를 담당해줄 수 없냐고 말이지.


얀붕이는 항상 자신에게만 어울리는 옷, 액세서리를 연구해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꾸밀 수 있을 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


하지만 상대는 A 엔터테인먼트, 연예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가길 바라는 꿈의 회사였다. 자신이 거기를 간다면 모델로서의 일도 더욱 들어올 것이 확실했고, 만약 코디네이터로서도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지. 얀붕이가 연구한 패션이 한 연예인을 통해 세계로 알려지고, 그것이 유행한다면 평생의 자랑이 될 만한 일이잖아.


그래서 자신이 코디네이터로 활동했을 때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라고 느껴, 얀붕이는 A사의 코디네이터로서 활동하기 시작해.


얀붕이가 담당하게 된 연예인은, 자신과 같은 남성이 아닌 여자 아이돌이었어.


그룹 아이돌이 유행하는 현 연예계에서, 솔로 아이돌은 굉장히 뜨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래서 코디네이터로서는 처음인 얀붕이를 그 아이돌에게 붙여준 것이었지. 이미 투자를 많이 했지만, 성공을 하지 못한 아이돌이니, 비싼 코디네이터까지 붙여줄 필요가 없다고 느껴 얀붕이 같은 신참을 쓰게 된 거지.


아이돌과 얀붕이의 만남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어.


아이돌은 어떻게라도 인기를 얻기 위해, 팬들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방송에서도 최선을 다했어.


근데 그게 안 통한 거지. 회사는 금방이라도 자신을 내칠 것만 같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어. 그 때 얀붕이가 새로운 코디네이터로 들어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면, 얀붕이와도 사이좋게 지냈을 텐데,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아이돌은 얀붕이에게 반쯤 자포자기로 험한 말을 하는 거지.


‘너가 온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이미 나는 아이돌로서의 인생은 끝났다.’


근데 오히려 그 말을 듣고 오기가 생기는 얀붕이는 몇 일간 아이돌을 따라다니며, 패션을 연구해.


아이돌을 따라다니며 얻은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구현해내고는, 자신이 아는 수많은 옷들을 조합해보며 마침내 아이돌의 패션 스타일을 정립해내는 거지.


옷이 날개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아름다운 아이돌에게 딱 맞는 옷이 등장하고부터는 서서히 인기를 끌어 모으기 시작한 거지. 사람들 사이에서는 수정이 입는 옷이 유행할 것이다 하며 패셔니스타로 엄청 유명해진 거야.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아이돌 생활에도, 다시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어. 모든 게 순탄대로를 달리고 있던 거야.


스케줄이 다시 바빠지고, 팬들이 반겨주는 그러한 꿈만 꿨던 상황들이 실현된 거야.


그 모든 것이 얀붕이의 덕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아이돌은 처음에 못해줬던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을 뜨게 해준 고마움을 얀붕이에게 전해.


얀붕이는 그 사과와 감사를 받아들이고는 크게 기뻐하는 거지. 자신의 능력이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았고, 회사에선 회생 불가라고 여겨졌던 그녀를 궤도에 올려놨으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얀붕이는 알고 있었어. 그 누구보다 옷을 좋아하기에 옷을 부가적인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아. 아무리 겉이 화려하더라도 속이 썩어 있다면 그것은 마네킹일 뿐이라는 사실을 모델로서 가장 잘 느꼈으니까.


그래서 이제 얀붕이는 아이돌이 스스로 길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여태까지 자신이 봐온 아이돌을 믿을 수 있었거든. 이제 자신의 능력은 입증되었고, 이번엔 모델, 코디네이터 말고도 직접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꿈이 생겨서 A사에 사직서를 내고 나가게 된 거지.


그런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아이돌은 크게 불안해하는 거지.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준 사람이 자신을 떠났다고 하는데 당연히 불안에 떨 수 밖에 없었어.


근데 아이돌의 바쁜 생활은 얀붕이를 보러가도록 허락하지 않았고, 마음에는 알 수 없는 감정만이 쌓여가고, 결국은 휴가 때까지 얀붕이를 한 번도 보지 못해.


틈틈히 보는 얀붕이의 SNS와 자신을 떠나기 전 둘이 찍었던 사진 한 장만이 아이돌을 지탱해왔고, 이제 얀붕이를 보러 갈 수 있다는 것에 들뜬 아이돌은 곧장 얀붕이의 사무실로 향해.


그러나 사무실의 안을 본 아이돌은 절망해.


자신만을 바라보며, 어떤 옷이 어울릴 지 고뇌해주던 얀붕이가, 다른 여자를 보며 옷을 디자인하고 있는 거야.


미칠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르고는 얀붕이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온 아이돌은 얀붕이한테 말해.


“왜 나를 떠났어. 난 너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을 듣고 나서는 혹시나 스캔들이라도 날까봐 크게 놀란 얀붕이는 자신이 쓴 모자를 아이돌한테 씌우고는 얀붕이의 집으로 향해.


물을 한 컵 떠주고서는 둘은 다시 얘기를 시작해.


“난 너가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을 봤고, 나보다 더 좋은 코디네이터가 너한테 가야한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나한테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꿈이 생겨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나간거야.”


얀붕이가 디자이너를 목표하게 된 이유는 말은 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아이돌 때문이었어.


자신이 옷을 잘 입었을 때보다, 아이돌이 옷을 입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꼈고, 시중에 있는 옷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거지.


근데 그 사실을 모르는 아이돌은 미치는 거야.


“잘 부탁한다며! 우리 함께 정상을 찍어보자며! 나.. 아직 정상은커녕 너 없이는 이룬 것도 하나 없었어... 나 너 없으면 진짜 안돼...”


자신이 아이돌을 성공시킨 것은 순전한 운이라고 생각했던 얀붕이는 그 말에 반박하기 시작해.


“내가 없어도 너는 뜰 아이돌이었어.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같이 정상을 찍어봐.”


얀붕이의 굳은 의지에 결국 아이돌은 발걸음을 돌려. 얀붕이를 가지고야 말겠다는 생각마저는 지워내지는 못한 채...


언제나와 같이 옷을 디자인하던 얀붕이에게 메일로 의문스러운 제안이 왔어.


옷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직접 볼 수는 없냐고 말이지.


근데 뭔가 이상해. SNS에도 가족에게도 디자이너가 되었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자신이 디자이너인 것을 아는 것은 얀붕이의 직원들과 아이돌 밖에 없었거든.


수상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옷이 궁금하다는 사람을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직접 만든 옷들을 가지고 메일에 써져 있던 주소로 갔어.


입구는 쇠창살로 굳게 닫힌 문, 집의 주위는 모두 높은 담벼락으로 이루어진 저택으로 도착한 얀붕이. 차가 입구의 앞에 서자마자 쇠창살로 만든 문이 열리기 시작해. 차가 다 들어가자마자 쿵하며 다시 닫히는 문, 저택의 거대한 문 앞에 차를 주차하고선, 옷들을 꺼내 들고 서는 똑똑 노크를 하는 얀붕이.


입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는데 문만 열리는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고풍스러운 집안의 풍경이 얀붕이를 반겨. 이 넓은 저택에서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던 얀붕이는 저택의 주인을 부르기 시작해.


“거기 누구 계세요? 이전에 연락했던 김얀붕입니다. 옷을 들고 왔으니 한 번 보시지요!”


이만한 저택의 소유자라면 얀붕이가 디자인한 옷을 실제로 판매할 수 있도록 돈을 지원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무렵,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구두 소리가 들려오는 왼편으로 고개를 돌린 얀붕이는 크게 놀라.


속이 비칠 듯 안 비치는 검은 란제리를 입은 아이돌이 거기에 서있는 거야.


너무 놀란 얀붕이는 들고 있던 옷을 떨어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어.


웃으며 다시 걸어오는 아이돌


“있잖아.”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또 다른 여자의 옷 따위나 디자인하고 있던 거야?”


사실은 너를 위해 만든 옷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아이돌의 분위기가 그 말을 꺼내지 못하도록 막았다.


“나 사람의 관심만 끌 수 있으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어.”


“근데 죽어라 해봐도 사람들은 무관심으로 대답해주더라?”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인데, 차라리 악플러들은 관심이라도 주잖아... 안 그래?”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도저히 모르겠는 얀붕이는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해.


“왜.. 나한테서 멀어지는 거야? 무관심을 사랑으로 바꿔준 사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당신이?”


“당신만큼은 그러면 안됐는데.. 회사가 나를 버려도 당신이 나를 버리면 안됐어...”


얀붕이의 두 뺨이 아이돌에게 잡히고선 아이돌은 얀붕이의 눈을 계속 응시해.


이 상황이 너무 두려웠던 얀붕이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데..


“왜!!!! 왜 나를 피하는 거냐고!!!! 너... 너!!!! 내가 얼마나 괴로워하는 지 가장 많이 지켜봤잖아!!!! 내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을 때 얼마나 좋아하는 지 봤잖아!!!! 내가 혼자서 인기를 얻어서 좋다 하고는 끝날 그렇게 단순한 사람으로 보여? 응?? 가장 힘들 때 같이 했던 너가 있어줘야 난 그 인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어. 아니 지금은 그 인기조차도 필요 없어. 너만 돌아오면 돼. 너만!! 이 저택도 너랑 내가 같이 산거야.. 응? 얀붕아? 너가 나를 꾸며줘서 우리가 돈을 벌게 됐고, 너랑 나의 노력의 결실이 이 집이야.. 그러니까 우리 여기서 같이 살자? 나 이제 아이돌이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까...”


“아 맞다 참. 나도 A사 때려 쳤다? 지금쯤이면 기사에도 떴을 걸? 내 남편이 때려 치면 나도 같이 때려 쳐야지.. 다른 사람들한테 착한 척하는 것도 질렸어. 너는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잖아.. 그 누구보다 힘들어하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사람이잖아.. 제발 나 좀 구해줘.. 너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 너가 아니면 안돼.”


말이 끝나자마자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던 얀붕이의 입술에 뭔가 촉촉한 것이 닿기 시작해.


부드러우면서도 형체를 유지하는 핑크색의 혀가 얀붕이의 입술을 핥고, 그 비좁은 입술 사이를 침범해.


아이돌의 손은 뺨에서 귀 뒤로 넘어가 머리를 고정시키고, 그 때부터 게걸스러운 행위가 이어지고, 또 이어져.


서로의 입에서 서로의 입으로 넘어간 타액은 누구의 것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섞여 있었고, 둘 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해, 잠시 행위가 멈추면 거친 숨을 내쉬어.


잠시 입을 떼고서는 아이돌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낸 행복에 몸이 떨려오기 시작해.


아무 저항조차도 하지 않는 얀붕이가 기특하기도 귀엽게도 느껴지고, 마지막에는 본인도 모르게 혀를 움직인 얀붕이의 사랑스러움에 미칠 것만 같았던 아이돌은 얀붕이에게서 잠시 벗어나.


그러고는 뒤로 돌아서서 바닥에 떨어져 있던 옷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옷 한 벌을 골라서 얀붕이의 눈앞에서 훌렁훌렁 옷을 갈아입기 시작해.


속살을 비출 듯 안 비추던 란제리에서 살색의 천국이 눈앞에 어른거리다가, 금방 얀붕이가 디자인한 옷으로 가려져.


“내 몸 어땠어? 예뻤어? 나도 얀붕이가 만든 옷 너무 마음에 들어.. 얀붕이가 골라준 옷도 좋았는데, 얀붕이가 만든 옷은 더 좋다? 히히히”


그러고는 다시 얀붕이에게 다가와 얀붕이의 팔을 잡아 끌고 저택에서 가장 큰 방으로 이동해.


방의 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 보이는 것은 일반인의 침대를 2개는 합쳐놓은 사이즈의 고급스러운 침대가 보이기 시작해.


그대로 침대로 내던져진 얀붕이는 아이돌에 의해서 옷이 벗겨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