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돌리고 어색한 거 수정했음

오역 의역 많음

각종 오타 번역 잘못된 거 있으면 말해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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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서적화에 맞춰서 아키츠키 케이 1인칭으로 진행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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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중천에 다다랐을 무렵, 나는 간신히 눈을 떴다.

 테이블 위에는 쓰러진 묘비처럼 빈 맥주 캔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방이지만 그것만은 잔뜩 사 놓았다. 어젯밤엔 유우키와의 일을 생각하며 그것에 기뻐하고, 그것에 분노하고, 그것에 슬퍼하며 과음한 것을 기억의 끄트머리에 기억하고 있었다.


 "······"


 몸을 일으키고 멍하니 시계에 시선을 돌리자, 시곗 바늘은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젯밤은······'


 아아――.

 하고, 나는 관능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은 유우키와 함께 있었다. 상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둘의 관계가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한다.


 틀리지 않았다.


 나는, 내 안의 『최선의 답』을 믿는다.

 지금은 이걸로 됐다. 자신에게 타이르듯 생각하며, 그럼 하고 일어서자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고 나는 두, 세 발자국 디뎠다.

 어젯밤은 조금 과음했다. 기쁜 것이 반, 슬픈 것과 짜증 나는 것이 반. 귀찮은 것은 술로 흘려보냈다.

 주말에는 인터하이가 시작된다. 칼싸움 놀이는 그걸로 끝이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대학에서는 유도로 올림픽을 노려볼까 생각하고 있다.


 유우키는······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데리고 가자. 응, 그 이외는 생각할 수 없어."


 도쿄의 대학에 갈 생각이었지만, 별로 현지 대학에 들어가도 상관없다. 어느 쪽이든 20살까지밖에 있을 수 없다. 그 후에는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에 가게 된다. 나름대로 힘든 코스지만 유우키가 버팀목이 돼 준다면 문제없다. 아버지는 고령이지만, 아직 10년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슬쩍 내린 시선의 끝에는 스마트폰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우선은――


 "사위님의 기분이라도 맞출까."


 유우키에게 전화하는 건 「안방」에서의 사건 이후로 처음이다.

 발신 이력에서 유우키의 번호를 검색하던 나였지만 갑자기 그 시선이 화면을 바라보다 멈췄다.


 "······누구 전화번호지?"


 건 것은 밤늦게. 유우키가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그때는 과음을 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시간대다.

 침대 아래의 수납장이 열린 채로 있었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쓴 반 친구의 자기 소개 롤링 페이퍼나 긴급 연락처 프린트가 둥글게 말려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몸은 기억 못 하지만, 어젯밤의 나는 분명히 전화를 건 것이다.


 ――누구한테?


 모르겠다······.


 자신의 주량은 알고 있지만, 어젯밤은 여러 가지로 너무 지나쳤다.

 유우키의 과거를 알고, 맺어졌다. 그 후 비밀의 냄새를 맡은 유우키는 화가 나서 내 방을 떠났다.

 언제나 그렇다. 잘 될 것 같으면 어디선가 방해가 들어온다.

 어젯밤의 유우키와는 무척 좋은 분위기였다. 자신의 위에서 필사적으로 허리를 흔들고 있는 건 기특하게 보였고, 그것을 핥자 바로 항복한 것도 사랑스러웠다.

 카츠라기에 대한 건 그냥 파는 게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유우키는 돌아가지 않고 자고 갔을지도 모른다.

 나는 의외로 입이 무거운 자신이 싫어졌다.


 '뭐 됐어.'


 이미 끝난 일이다. 생각해도 소용없다. 몹시 취한 자신이 어디의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는지도 마찬가지다. 조사하면 바로 알겠지만 그걸 알아도 소용없다. 이미 끝난 일이다.

 그렇게 정색한 나는 망설이지 않고 유우키의 번호를 탭했다.

 부름을 알리는 멜로디를 듣고 있는 사이, 나는 의외일 정도로 가슴이 고조되고 긴장돼, 몇 번이나 숨을 삼켰다.


 ――유우키가 받았다!


 순간에 머리가 하얘지고, 약간의 패닉에 빠졌다.

 일단, 말해!


 "아, 아아아, 안녕! 어젯밤은, 어젯밤은······굉장했다!"


 핸드폰 너머의 그 녀석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



 '뭐~가, 굉장했다, 냐. 이 암퇘지가.'



 "············"



 '네놈의 썩은 구멍의 상태 따윈 어찌 돼도 좋다고. 다시는 전화하지 마라.'



 "············"



 그리고――

 끔찍하게 통화가 끊겼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는 가볍게 입술을 핥고 세계의 진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다.

 다시 유우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냐, 끈질기다고. 육변기.'


 "나는 그런 이름이 아니다."


 '그러냐. 육변기.'


 "······신죠, 왜 네가 유우키의 전화를 받는 거냐."


 핸드폰 너머. 신죠 카오루는 킥킥 하고 목 안쪽에서 비웃었다.


 '아키츠키, 지금의 네놈은 전혀 무섭지 않아.'


 "무슨 얘기지······?"


 유우키에게 건 전화를 신죠가 받은 것에도 놀랐지만, 그것을 웃도는 끈적이는 불안을 느끼고 나는 무심코 숨을 삼켰다.


 "그런 것보다, 유우키를 바꿔줄 수 없겠나?"


 '유키는 자고 있으니까 안 돼. 엄청ー 피곤해하니까 내일 해라. 말해 두겠는데, 무모하게 굴지 마라. 하는 건 괜찮지만, 또 때리면 다음번엔 절대로――'


 짧은 간격을 두고 말했다.


 '죽여주마.'


 "······"


 '지금의 네놈은 무섭지 않아. 내 흉내를 내며, 내 뒤를 쫓아오는 네놈은 전혀 무섭지 않아.'


 "――읏! 나, 는······"


 '사실은 알고 있잖아?'


 "뭘 말이냐······"


 차가운 핸드폰의 너머로 되묻는 내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지금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나, 네가 엄청ー 무서웠어'


 "······"


 '그러, 니까······입학하고 직후 정도니까, 2년하고 조금인가? 얼마나 쌓았지?'


 "도대체, 뭘······"


 아키츠키 케이는 이 2년간, 도대체 얼마만큼의 『좋아함』을 쌓았는가.


 '나는 됐어. 그런 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뭘······"


 몹시 목이 마른 느낌이 들어, 나는 쥐어뜯듯이 목에 손을 올렸다.


 '여러 가지 있었지. 체육제, 문화제, 수학여행, 나는 잘 모르지만, 검도부에서 매니저 한 적도 있었지."


 "······신죠, 추억 이야기는 다른 녀석과 해주지 않겠는가?"


 신죠는 비웃었다.


 '너는 그걸 전부 버리고 유키를 돈으로 산 거야.'


 "――다르다!!"


 '아니, 다르지 않아. 너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전부를 버리고 돈으로 산 거야.'


 "다르다 다르다! 나는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다!! 나는, 나는――"


 신죠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어서 와, 이쪽의 세계에.'



 내 안의 가장 날카로운 부분이 속삭였다.

 신죠가 말하는 건――최선의 답――지당하며, 지극히 올바르다.


 '내 뒤에서, 너는 천천히 따라와라.'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는 내가 있었다.



◇◇



 나는 『첫사랑』을 돈으로 샀다.

 결국은, 아키츠키 케이도 신죠 카오루도 사실은 같았던 것이다. 전혀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안에 있는 가장 절실하고, 가장 추하고 천박한 부분이 드러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발밑에 화면이 깨지고 부서진 스마트폰이 나뒹굴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신적인 예견 능력을 지닌 『최선의 답』이지만 만능인 신통력은 아니다.

 신죠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실수를 하겠지만, 내가 그 이상의 실수를 범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유우키를 잃게 된다.


 유우키를 만나고 싶다.


 아키츠키 케이라는 난폭한 여자는, 미움받고 있지는 않을까?


 최선의 답이 시사한 것은, 미카게 유우키라고 하는 인간을 아는 것이지, 자는 것이 아니다.


 벽에 수납하는 타입의 옷장을 열어젖히고, 재빨리 교복으로 갈아입고 평소와 같은 스포츠백과 죽도를 메고 방을 나섰다.


 가끔 보이는 천진난만한 표정이나 행동이 좋다.

 태도도 말투도 차갑지만 사실 마음은 상냥하다는 것을 안다.

 화가 나도 결코 이성을 잃지 않는 냉정한 점을 이용했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이치를 타이르면 어떤 실수라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비교적 쉬운 점이 참을 수 없이 좋았다.


 유우키를 만나고 싶다.


 유우키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한다. 그러니까――


 신죠와는 다르다고 말해 주었으면 한다.


 나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신죠······그런 녀석, 죽으면 좋을 텐데······"


 이날은 쾌청했지만 내 마음속은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아니, 다르지 않아. 너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전부를 버리고 돈으로 산 거야.'


 신죠의 말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나는, 달라! 다르다······!"


 그래. 다르고말고. 나와 미카게 사이에는 쌓여온 것이 있다. 나는 미카게를 좋아하고, 미카게는······미카게는············

 짜증을 내며 밖으로 뛰어나가자 확 하고 무더운 여름의 열기가 몸 안에 달라붙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신죠의 그 말처럼 내 마음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어서 와, 이쪽의 세계에.


 찌는 듯한 여름의 열기을 느끼자, 이마에서 흘러나온 땀이 볼을 타고 땅으로 떨어졌다. 축축하게 나온 땀에 속옷까지 젖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최악의 기분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짜증을 내뱉으며 빠르게 계단을 뛰어 내려와 곧장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다.

 내 안의 『최선의 답』은 이 상황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

 조금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 구석진 공간에 정차해 있던 한 대의 차가 라이트를 점멸시킨 뒤, 조용히 앞으로 나왔다.

 아키츠키 가에 소속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엔진음이 거의 없이 미끄러지듯 나온 그 차의 뒷좌석에 올라타며 운전자를 향해 말했다.


 "타케다, 핸드폰을 부숴버렸다. 한 대 구해줘."


 "알았어."


 타케다가 짧게 응했다. 차 안은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서 땀이 식는 것과 함께 짜증도 식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학교다. 칼싸움 놀이하러."


 목적지를 말하자, 백미러로 내 안색을 확인하는 타케다와 눈이 마주쳤다.


 "뭐야. 뚫어지게 쳐다보지 마."


 타케다 세츠코. 24세. 아키츠키 가의 먼 친척인 것 같지만, 나에게는 단순한 사용인이다. 일단 대학은 나왔고 호신술도 익혔으니 나름대로 인재다.

 백미러 속의 가늘고 긴 눈동자가 의아한 듯 나를 엿봤다.


 "어젯밤, 무척 귀여운 남자애랑 같이 있었지. 미카게 군이었어? 잤다던가?"


 나는 작게 혀를 찼다.


 "그래, 잤다. 아버지께 보고할 건가?"

 "안 해. 물어본 것뿐이야."


 미카게는 심심풀이로 하고 있는 칼싸움 놀이와는 다르다. 거울 너머로 노려보자 타케다는 작은 어깨를 움츠렸다.


 "뭐야, 잘했잖아. 집착하고 있던 건 알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면 싸움이라도 한 거야?"


 "······사소한 엇갈림이 있었을 뿐이다. 별거 아니다."


 그래, 내일은 화해. 늘 있는 일이다. 미카게는 쉬우니까 어떻게든 된다. 이야기하면 반드시 알아준다. 시트에 등을 기대고 시선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



 학교로 향했다.

 느리게 흐르는 경치를 곁눈질하며 생각하는 건 앞으로의 일이다. 조금 생각하다 타케다에게 말했다.


 "타케다, 업무용 단말기가 있었지. 나한테 줄 수 있나?"

 "······줄 수 있냐고, 빌려주는 게 아니라?"

 "그래, 부서질 가능성이 있다."

 "평화롭지 않네."


 단말기를 받아서, 내 부서진 핸드폰에서 꺼낸 메모리의 내용을 단말기에 복사하고, 메모리는 타케다에게 보관하게 했다.


 "백업 부탁한다."

 "······흐응, 비밀의 냄새가 나네. 미카게 군 관련?"

 "그래, 내용은 보지 마."


 쿠로이와를 추궁하기 위해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성공시켜봤자 아무런 이득도 안 되지만, 넌 할 거잖아?'


 재수 없는 카츠라기의 말이 생각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보답 같은 것을 받고 싶다. 원래 인간이라는 것은 공짜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쿠로이와는 귀찮은 상대고, 지금부터 무릅쓸 위험이나 노력을 생각하면 공짜 일은 재미없다. 이 일을 설명하면 미카게는 뭔가 내게 내주지 않을까. 물론 미카게는 소중한 존재다. 반드시 보답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하자 신호 대기에 걸리고 타케다가 말했다.


 "그 사람, 엄청 귀여워. 좀 살이 빠졌지. 전부터 인형 같다고 생각했는데, 더욱 귀여워졌다고나 할까······"


 "미카게는 인형이 아니다."


 때리면 상처받고, 흔적이 남는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쾌락을 주면 사정도 한다. 살짝 하복부를 만지자, 아직 미카게의 감촉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미소가 지어졌다.


 "안다고. 근데, 그런······색기가 있어. 어린 나이의 에로틱이 느껴지지."


 "······확실히."


 아버지 왈. 타케다는 나를 닮았다고 한다. 웃기는 소리 하네 라고 생각했지만, 미카게에 대해 수다스럽게 지껄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그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확실히 미카게는 야하지. 여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주제에 벗기면 의외로 단단해서――"


 ――어린 수사슴. 미숙하지만 강인함도 느껴진다. 껴안으면 달라붙는 듯한 부드러움 속에, 굳건한 남자다움도 있어서······


 "그, 그렇구나······"


 빨간 신호를 올려다보고 있던 타케다의 목이 탐나는 듯 꿀꺽 울렸다. 부러움을 받아서 안 좋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신죠의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잘 알겠다.


 "대단했다."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며 솔직히 말하고 나니, 허리 안쪽이 찌릿하고 따뜻해졌다.


 "흐, 흐응······그건, 그, 하하······그렇구나. 미카게 군은, 그, 그런가······"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타케다는 반응하지 않았다. 액셀 밟는 것도 잊고 정차한 채 있었다. 백미러 너머로 보이는 시선은 흔들리고 있어서――나도 모르게 나는 비웃고 말았다.

 말했다.


 "미카게, 한 번에 5만엔인 것 같다."


 "························뭐?"


 안 봐도 안다. 지금 타케다의 표정은 3달쯤 전에 내가 띄웠던 표정과 같은 것이겠지.


 "가정형편이란 녀석이다. 지금의 미카게······유우키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뒤따르는 차가 두 번 경적을 울리자, 타케다가 허둥대며 차를 출발시켰다.


 "어젯밤에는 그 일로 싸웠다. 오늘 아침 무뚝뚝한 건 그런 일이라고 이해해 줘."


 "아? 어?"


 불명료한 대답을 하는 타케다는 혼란스럽고 거동이 수상했다.


 침묵.


 솔직히, 유우키가 자신 이외의 여자를 안는 건 불쾌하다. 그 신죠나 건방진 카츠라기와 자고 있다고 생각하면 구역질이 난다.

 타케다가 평정을 되찾은 것은 5분쯤 지나서다. 나의 반응을 살피더니 역시 거울 너머로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래서 타케다는 어떡할 건가?"


 "어떡할 거냐니?"


 타케다는 웃어 보였지만, 그 목소리는 약간 흥분한 것처럼 들렸다.


 "사지 않을 건가?"


 "케이는······괜찮아?"


 평소처럼 차를 모는 타케다는 웃고 있었다. 정말로 기쁜듯한 미소다.


 "상관없다. 이미 몇 명이 샀다."


 "······흐응."


 신죠나 카츠라기에게 맡길 바에 타케다에게 맡기는 게 훨씬 낫다. 게다가 한 번에 5만엔이면 금방 끝난다.


 "그래서 어떡할 건가?"


 "――산다."


 타케다는 나를 닮았다.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비췄다.

 미카게 유우키는 여자를 싫어한다. 자신이 가한 시련을 견뎌낼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견디지 못하고 리셋을 한다면 그걸로 됐다. 어느 쪽으로 쓰러지든 내겐 손해 볼 것 없는 이야기다.


 "으흥, 으흥흥흥흥."


 학교를 향해 차를 모는 타케다는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돈으로 협상하는 건 손쉽고 좋네. 어떤 절차야?"


 "알 바냐, 가만히 있어도 머지않아 찾아간다. 내 뒤에 협상해라. 내 뒤다. 그리고――"


 한 번에 2천엔. 그걸 생각하면 꽤 비싸지만 그거면 됐다. 25배 빨리 끝난다. 유우키가 목표를 달성했을 때 타케다를 해고하면,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

 나는 코를 킁킁거렸다.


 "그리고 무리한 건 하지 마라. 폭력을 휘두르거나 싫어하는 걸 강요하는 것도 안 된다. 돈도 제대로 내라."


 "물론, 그런 짓을 할까 보냐."


 미러 너머로 보이는 타케다는 히죽히죽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직도 뭔가 있나?"


 "아니. 설마 케이가 이런 얘기를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하지?"


 경쾌하게 핸들을 꺾으며 타케다는 계속 말했다.


 "······그래서 케이도 사는 거야?"


 타케다의 입에서 무심하게 내뱉어진 그 질문은 날카롭게 내 가슴을 찔렀다.


 '점점 순해져. 거의 매일 하고 있어. 돈도 필요 없대.'


 순간 머릿속을 스친 것은 신죠의 그 대사.


 "······나와 유우키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내 입에서 새어 나온 것은, 자신 없어 보이는 연약한 목소리였다.

 정신을 차리듯 나는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우리 사이에 돈거래는 없다. 그런 관계가 아니다."


 타케다는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부우 하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려운 남자애로 보였는데, 역시 케이."


 "······"


 다시 한 번 코를 킁킁대며 나는 이 발전 없는 대화를 중단했다.


 ――짜증난다.


 나는······아키츠키 케이라는 여자는 특별제다. 뭐가 좋아서 그 여자――신죠의 흉내를 내야 하는 건가.


 '내 뒤에서, 너는 천천히 따라와라.'


 짜증 난다.

 이유는 뭐든 좋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싶은 기분이었다.



◇◇



 교문 앞까지 바래다지고 타케다와 헤어졌다.

 약간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운동장까지 걸어가자 맨발로 뛰고 있는 여자 검도부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쿠로이와나 후카야마의 지시겠지. 검도를 하다 보면 발바닥의 피부가 거칠어지는 건 이 맨발로 달리는 게 원인이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벌이는 경기의 특성상, 『끄는 걸음』의 걸음걸이가 요구되기 때문에 이런 수수한 연습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는 부원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나는 사소한 위화감에 발을 멈췄다.

 1학년밖에 없다. 1학년과 2학년의 연습 메뉴가 다를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에 충실한 쿠로이와나 후카야마가 이런 기초훈련을 빠뜨릴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목덜미에 따끔따끔하게 저린 느낌이 들었다. 내 안의 『최선의 답』이 경보를 울리고 있다.

 뭔가 있다. 순간 되돌아가려고 했지만, 이 몸에 위험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특별제다.


 ――이대로 나아가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한다. 그리고 쿠로이와를 때려눕히고 모든 것을 고백하게 만든다. 그 후, 동영상의 마무리는 타케다에게 맡기면 된다. 그 녀석 혼자서 무리라면,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프로를 부르면 된다. 유우키에게는······

 

 "······유우키를, 만나고 싶네······"


 유우키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래. 나는 유우키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어젯밤의 일은 모두 내가 잘못했다고 사죄한다. 카츠라기에 대해서는 동영상의 건도 포함해 전부 말해 버리자.


 "주장! 아키츠키 선배!!"


 내 모습을 알아차린 1학년 부원이 달려왔다.


 "그래, 알고 있다. 그 전에 옷부터 갈아입게 해줘."


 정말 귀찮다. 모두 어째서 나와 유우키만 있게 해주지 않는 거지. 쓸데없는 게 너무 많다. 쿠로이와도 후카야마도 카츠라기도 신죠도――모두, 죽으면 좋을 텐데.



◇◇



 체육관에 있는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인접한 검도부 도장으로 향했다.

 도장의 입구에는 죽도를 든 2학년 부원 두 명이 서 있었는데, 나를 보자 눈썹을 찌푸리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표정에 순간 엿보인 것은 혐오. 분노와 두려움. 신경 쓰지 않고 다가섰다.


 "비켜라. 짓밟기 전에."


 "······읏."


 쿠로이와와 후카야마 이외의 부원은 전부 송사리다. 한꺼번에 덤벼도 3분 정도면 모두 죽일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기분이 매우 나쁘다. 두 사람도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내 서슬을 보고 벌써 무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망가지 않는다.


"뭐냐, 나에게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


 송사리는 송사리답게 구석에서 떨고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데도 나를 매섭게 노려보는 두 송사리는 전혀 송사리답지 않았다.


 "말해 봐라. 이야기 정도는 들어주지."


 두 명의 2학년 부원은 겁에 질려 몸을 움츠리면서도 눈을 강하게 치켜뜨고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쿠로이와 선배에게 들었습니다. 매니저······미카게 매니저를 죽도로 때린 거죠······!"


 "············그래."


 "매니저, 울면서 사과했다고······!"


 "··················그래."


 눈앞에서 분노에 떨고 있는 두 사람이 위협해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 정도로 나와 두 사람의 실력 차는 변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무거운 기분이 됐을 뿐. 눈앞의 두 사람이 귀찮다고 생각할 뿐.


 "그래서, 왜?"


 내가 사과해야 하는 건 유우키지, 눈앞의 두 사람이 아니다. 그런 생각에서 내려다보니, 뿌득 하고 이를 악무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 최악이야."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 답답할 뿐이다. 그저 조금――그저 조금, 나의 이야기도 들어줬으면 했을 뿐이다.


 "동경하고 있었는데,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환멸했어······!"


 그저 조금, 허무해졌을 뿐이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인가? 아, 그리고 나도 너희에게 할 말이 있다."


 그리고――이 일방적인 단죄에 화가 났을 뿐이다.


 "유우키가 너희의 매니저를 한 게 아니다. 나의, 나만을 위해서 매니저를 하고 있었다. 우리들의 일을 너희가 이러니저러니 말할 필요는 없다."


 "······!!"


 찰나, 나를 향해 왼쪽에 서 있던 2학년 부원이 격발했다. 한 걸음 물러서고 살짝 허리를 내리며, 죽도 끝을 올리고 『찌름』을 날렸다. 목표는 목. 자세도 되어있다. 다만 행동을 하기 전 한 걸음 물러서는 동작이 치명적일 정도로 쓸데없다. 근접하고 있으니 죽도 타격을 시도하기보다 맨손으로 격투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즉시 죽도를 뿌리치고, 나는 스윽 한 걸음 다가섰다.


 "무르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죽도 자루를 얼굴에 처박고 동시에 다리를 걷어차며 넘어뜨린다.


 "100년은 빠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곳을 엿보고 있는 1학년 부원에게 힐끗 시선을 향했다. 먼저 손을 댄 건 저쪽이다.

 새파랗게 질린 표정의 1학년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하고 남은 또 한 명에게 시선을 향했다.


 "아키츠키, 너!"


 "아키츠키 씨, 다. 분수를 알아라."


 쫑알쫑알 시끄러운 송사리의 목덜미를 잡고 졸도한 2학년을 넘어서 쿠로이와와 후카야마가 있을 도장에 들어서자 다시 3명의 2학년 부원이 가로막았다.

 등골이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송사리는 송사리답게 빠져 있으면 좋을 텐데, 새로 달려온 3명의 눈에는 어울리지 않는 힘이 있었다. 그게 참을 수 없이 짜증 났다.


 "뭐냐, 너네들. 거기서 비켜라. 지금의 나는 조금 짜증 나 있다······거기서 비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