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약간 김 




얀붕이는 어릴적 심한 괴롭힘을 당했었다.

괴롭힘의 이유는 얀붕이의 선천적인 병 때문이였다.

아주 희귀한 병 때문에 온종일 남들의 시선을 받았다.


하얀 백발에 햇빛에 그을린 흔적도 없어보이는 하얀 얼굴과 피부

심지어 눈은 적안이였다.

그래서 얀붕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괴물정도의 취급을 받았다.

길거리에서도 다른건 딱히 없었다.


백인이였던 아버지의 탓일까?

백색증이라는 병이 얀붕이에게 생긴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아버지는 암진단을 받고 투병중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보고 충격에 몸져 누우셨다.


그러다가 자신의 생을 포기하셨다.

어린 그를 세상에 버려둔채로 책임감없이 떠나갔다.

그렇게 아버지, 어머니가 없이 홀로 보험금만으로 살아남았다.


당연하게도 학교는 가지않았다.

가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인간관계라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얀붕이가 홀로 지낸지 3년이 지나갔을때 쯤

얀붕이는 돈을 벌어야한다는걸 알았다.

이젠 홀로 먹고 살아가야한다고 그렇게 다짐했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망가진 그는 별다른 직장을 얻지 못했다.

애초에 이제야 10대 중반에 접어든 그를 받아줄 직장은 없었다.

그때쯤, 미튜브라는 플랫폼이 생겼다.


얀붕이는 그 플랫폼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것이 돈이된다는 말에 한번 시도해봤다.

첫 방송은 어떻게 하는건지 몰랐고 다른 미튜버의 조언들을 따랐고, 적어서 실천했다.

그렇게 16만이라는 구독자가 생겼다.


얀붕이의 미튜브는 신비주의같은 음악 방송이였다.

가끔 광고가 들어왔을때 성실하게 광고를 하는것을 제외한다면 아직도 인간관계는 망가져있었다.

그래도 팬덤이라는 새로운 인간관계가 미튜브 내에서는 이루어졌다.

그리고 미튜브는 얀붕이에게 먹고살 돈을 주었다.


처음 1년동안은 힘든 시간들이였지만 그래도 꾸준함이 얀붕이를 도왔다.

언제나 성실한건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가끔 집앞에 편의점을 이용하는것과 주인 아주머니의 잔소리를 듣는걸 제외하면

사람과의 대화는 하나도 없던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주인댁은 내 병을 이해해주셨다.

그래서 이렇게 유일한 말동무가 되어주는거다.

물론 그 말도 1분을 못가고 끝이나는 짧은 무언가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얀붕이는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새벽에 홀로 길거리에서 운동을 하는거다.

처음에는 새벽의 차가운 공기에 막혀 나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얀붕이를 이끌었다.

아무도 없는 길거리를 걷고 있을때면 무언가 새로운 감정이 들기 일수였다.

그리고 새로운 음악의 영감이 떠오르는게 가장 기분이 좋은 일이였다.


작사와 작곡 그리고 노래까지 전부 얀붕이가 처리했다.

그러다보면 분명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새로운 감정을 노래로 만들어 부를수있는 그런날이 오는걸 얀붕이는 기다렸다.


이제는 너무 길어버린 머리카락을 묶었다.

앞머리를 푹 내리고 눈을 가렸다.

그래도 보는것에는 딱히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피부와 눈을 최대한 가리려 마스크를 쓴다.


머리카락은 그냥 후드로 덮어쓴뒤 밖으로 나간다.

아무도 없는 새벽의 공기를 처음으로 들이키는건 기분좋은 일이다.

가끔은 술취한 아저씨가 누워있는 벤치를 지나가며 오늘 만들 곡을 생각한다.


1주일 많으면 1달에 한번씩 다른 노래를 만들어야 사람들 반응이 좋다.

요즘 읽기 시작한 댓글들의 반응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았다.

하지만, 그 댓글들을 읽을때마다 예전의 일이 기억이나 도중에 항상 그만두고 만다.


어제 새로운 곡을 만들어서 미튜브에 게시했다.

조회수를 보면 구독자수의 비해 많이 떨어진다.

그럴때마다 자신이 부족한것이겠지 하면서 얀붕이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렇게 전력으로 질주하고 난뒤 항상 준비한 물병의 물을 원샷한다.

숨이 차서 마스크를 벗은뒤 고개를 바닥으로 내렸다.

만약 보는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내린것이다.


오늘도 바보같이 앉아서 자신의 꿈을 생각한다.

책으로만 본 위인이 해준 말이다.

그 말때문에 이렇게 운동을 시작했다.


'바보처럼 한가지에 몰두하고 생각해라. 그러다보면 바보는 천재가 되어있을것이다.'

정말 '바보'가 할만한 생각이다.


오늘도 똑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한 여자를 마주쳤다.

처음보는 여성이였지만 한눈에 미인인걸 알았다.

자신보다 조금 어두운 피부톤 그리고 아주 검은 눈동자와 머리칼

자신과 반대되는 그녀를 보고 순간 경직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남의 시선을 다시 받을것같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

혼자서라도 머리카락을 자를걸 이라는 생각을 하다 그녀를 보니

아무 생각없이 건너편을 보고있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홀로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고 안심했다.

자신에게는 흥미가 없는것 같아서 빨리 자리를 뜨려고했다.

그러다 그녀가 갑자기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걸어갔다.


차는 없었지만, 뛰어가려는 그녀를 무의식에 붙잡았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초조함과 짜증이 섞인 표정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저... 빨간..불이에..요...."


바보처럼 말을 더듬거렸다.

그녀는 그말을 듣고 잠시 얀붕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남이 언제 가든 그게무슨 상관이였을까

하지만, 무언가 붙잡고 싶었다.

이게 쓸모없는 오지랖인걸 붙잡고 알았다.


"아.. 그럼 저 초록불일때 알려주실래요?"


그녀가 순수하게 말했다.

비꼬는 의미는 없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 웃음에 매료된 얀붕이는 바보처럼 알았다고 답했다.


"지금 가시면 될거같아요."


그렇게 그녀를 데리고 건너편까지 갔다.

그녀는 고맙다며 무언가를 꺼냈다.


"네 고마워요. 싸인 해드릴까요..?"


갑자기 그녀가 펜을 꺼내들었다.

어디서 나온건지는 몰라도 난 거절했다.

싸인을 받을정도로 시간이 많은 여성같지는 않아보였다.


"나중에 해주세요."


"아..네."


그녀가 그렇게 말한후 어딘가로 달려갔다.

그녀를 따라서 횡단보도 건너편까지 왔으니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이제 곧 출근 시간이였다.


아슬아슬하게 집안으로 들어온 얀붕이는 땀투성이의 자신을 거울 너머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 여자가 누구였을까 하며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___


얀순이는 어려서부터 한가지 병에 걸렸다.

후천적인 병이였다.

색을 보지못하는 그런 병에 걸렸다.


완전한 흑백세상에서 얀순이는 선과 면에 있는 색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흰색과 검은색 회색으로 세상을 구분할수는 있었다.

원래 자신이 보았던 색들은 모두 볼수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름답다는걸 알았다.

자신의 실력을 알고있었기에 그녀는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이걸 이용했다.


남들보다 더 높게 올라가는것이 그녀의 목표이자 희망이였다.

그녀의 직업은 아이돌이다.

남들은 상상도 할수없는 연습과 어두움에서 노력으로 우뚝선 그녀는 누가보아도 멋졌다.


그리고 그녀의 노력이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다.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억압이 지치게 만들었고

자신이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게 지쳤다.


그러다가 어린애처럼 가끔은 때를 쓰고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않고 가만히 있기도한다.

오늘 그녀가 나온이유도 지친 자신을 달랠 무언가를 찾던중

우연히 보았던 한 펜을 가지고 싶어서 몰래 밖으로 나왔다.


안에서 알면 난리가 날게 분명했지만

그녀는 위로받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네 감사합니다아~"


자신의 평판이 걱정되어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해준다.

자신도 자신에게 인정받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어떤색인지 모를 모양만 이쁜 펜을 들고

공허한 발걸음을 옮기며 소속사로 가는 횡단보도 앞에 도착했을때

한 남성을 만났다.


무언가 불편해 보였지만 어디 아프냐고 물어볼 용기는 나지않았다.

이게 무언가 잘못되어 자신에게 피해가 오면 어쩔까

아니면 저사람이 자신에게 무슨말을 할까 라는 불안감이 그녀를 묶었다.


그래서 일부로 차가없을때 횡단보도를 지나가기로 했다.

같이있으면 둘다 안좋을거 같으니까

그런데 걸음을 앞으로 옮기자

누군가 자신의 소매를 당겼다.


"저..빨간..불..이에요.."


이제 그녀는 눈치챘다.

이 사람은 자신의 팬이구나.

그래서 우물쭈물하며 불안해 보였구나

그의 얼굴을 보니 역시 아까보다 더 불안해 보였다.


이제 진짜 아이돌로서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는구나 라 생각했다.

활동한지 1년이 안되었지만 그녀는 인지도가 대단했다.

선천적인 아픔을 이용한 마케팅은 그녀를 대단한 스타의 길로 이끌었다.


이 사람도 그들중 누군가이겠구나 하며 건너편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마움의 표시로 싸인을 해주려했다.

형태만 있는 하얀 펜으로


"나중에 해주세요."


"아..네."


얼떨결에 대답했고 그는 가버렸다.

다시 따라가기엔 그의 발걸음이 너무 빨랐다.

그녀는 결국 끝까지 그의 붉은 귀를 눈치채지 못했다.

좀 귀만 검게물든 사람이구나 하며 그녀는 소속사에 도착했다.



___


"오늘 작업도 끝.."


크게 숨을 한번 내쉰 얀붕이가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미튜브를 오랜만에 켰다.

여러 동영상들이 추천목록에 올라왔다.


그러다 낮에본 얼굴이 동영상에 나왔다.


'흑백여신 얀순 10번째 무대'

조회수:728만 

좋아요:12만 싫어요:1.2천


자신과 비교도 안되는 숫자들에 놀랐다.

심지어 2일전 영상임에도 저정도의 관심이였다.


그 채널에 들어가봤다.


'채널 YC'

구독자:820만


또 한번 어이없는 숫자에 웃음이 나왔다.

인터넷을 켜서 얀순에 관해 검색해봤다.

맨 처음으로 나온건 흑백소녀라는 키워드였다.


'흑백소녀가 뭐지..?"


처음보는 단어에 얀붕이는 홀린듯 그 키워드를 클릭했다.

그리고 수많은 정보들이 나열되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단어는 '색약' 이였다.


자신처럼 색을 잃어버린 그녀를 보자 알수없는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관심이 가는 사람이 생겼다.


그게 집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였고

그리고 아주 유명한 사람이라는게 관심을 더 주었다.

그녀의 동영상들을 몇개 보았다.


물론 그녀의 무대위에서의 모습도 멋졌지만 그 노래들의 의미도 아름다웠다.

자신의 상황을 노래하기도 하고

색이없는 세상을 아름답게 부르는 모습에 문득 눈물이 났다.


자신에게 없는게 그녀에게도 없다는걸 알고나니

알수없는 동질감이 들었다.


그녀에게 새로운 팬이 생겼다.


___


"수고했습니다."


그녀에게 모두 수고했다고 인사한다.

그녀의 11번째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후 그녀는 소속사로 돌아갔다.

연습실로 들어간뒤 오늘 영상을 보며 자신을 피드백했다.


그러다 문득 새벽의 일이 기억이났다.

다시 만나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연습은 딱히 하지않고 일찍 잠을 잤다.


알림을 어제와 똑같이 맞추고 잠을 청했다.

내일도 그 사람이 나올거라는 막연한 가능성을 믿고 그대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___


오늘도 사람없는 새벽에 그가 일어났다.

그렇게 또 같은 신발을 신고 검은 마스크를 신고

길기만한 머리카락을 가려줄 후드를 덮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어두운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워주었다.

그렇게 똑같은 길을 질주하고 다시 물을 마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또 그녀를 만났다.


이번에는 그녀가 날 기다리는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또 머리가 지끈거려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지나가려고 했다.

숨도쉬지 않고 지나가려했는데 이번에는 그녀가 내 소매를 잡았다.


"저..그러니까...."


그녀는 지금 후회중이다.

몰래 밖으로 나와서 하는짓이 남자를 기다리는것이라니

소속사나 팬들이 알면 난리가 나는 그런 일이였다.


그리고 나올 이유가 딱히 없었는데 나온것도 후회중이였다.

바보같은 자신의 자존감때문에 이런것 같다.


"아..그..."


그렇게 어버버 거리던중 이번에도 그가 말을 걸었다.


"아 저..그 팬이에요."


얀붕이는 후회중이다.

어제 본 그녀가 사실 아이돌이라는것과

어제 싸인을 안받는다고 한 그 말에 후회중이다.


그리고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을 한것도 후회중이다.

하루만에 바뀐 태도를 보면 그녀가 뭐라고 생각할까


"아 진짜요?"


그녀는 그런 생각은 딱히 안하는것 같았다.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관심이 가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중간중간 어떻게 말을 받아주어야 할지 몰라서

웃기만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팬과 이야기하는게 재밌어 보였다.


말하면서 그녀는 나에 대해 궁굼해 하는것 같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이제 그녀는 돌아가야했고

나도 돌아가야 했다.


"저.. 나중에 한번 더 이야기 해보실래요..?"


얀붕이가 용기를 내어 물어봤다.

데이트신청 같은 느낌에 그녀가 웃으며 답해주었다.


"내일은 1시간 일찍 나오세요."


그말을 하고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게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 도망가려 했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붙잡았다.


"어..저..그게...돌아가야.."


그녀의 얼굴이 점점더 빨갛게 변했다.

그럴의도는 아니였다.


"빨간불이에요.."


그녀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붉어진게 보였다.

그녀는 아마 느끼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니 미안해졌다.


나중에 보자는 말을 뒤로 그녀와 다시 멀어졌다.

그녀가 총총거리며 가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사람에게 빠지면 벗어날수있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내가 그랬던것처럼.'


위인이 왜 위인인지 알것같았다.


___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온 얀붕이는 이번에는 컴퓨터를 키지 않았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걸 시도했다.

가위를 들고 거울앞에 섰다.


"후..."


그리고 머리카락을 제대로 빗질하고 나니 턱밑까지 앞머리가 내려왔다.

대부분의 여성보다 훨 긴 머리카락이였다.

그리고 하얀 머리칼을 자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마치 눈송이 같았다.

한움큼 쥔다음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렇게 몇번의 가위질을 끝내고 자신을 바라보았다.


"...미용실 가야겠다."



___


미용실중 가장 사람이 없는곳에 도착했다.

거기 서있는 미용사 청년이 날 바라보았다.


"어떤 스타일로 잘라드릴까요?"


사람과의 대화가 익숙치 않은 얀붕이는 아무렇게나 잘라달라고 하고 후드를 벗었다.

마스크도 벗고나니 청년의 눈이 달라졌다.


"우와... 영화배우세요..?"


"..네?"


그가 가위질을 시작했다.

어떻게 자르는지 보고싶었지만 눈이 마주칠까봐 앞의 유리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계속 말을 걸었다.


"아.. 너무 하얗고 잘생기셔서.."


"아아.. 그냥 방구석 백수에요."


그렇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다 거울을 한번 보았다.


뒤에는 여자손님 두명이 날 지켜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날 비추는 거울을 보고있있다.


"자~ 머리감으러 가실게요."


고등학생정도로 보이는 두명이 날 보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하얀머리의 남자가 미용실에서 이러고 있는걸 보며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는것 같다.


"자 여기 앉아주시고요."


"저.. 그.."


물을 틀고 바로 머리를 씻기려는 그에게 한가지 부탁을했다.


"얼굴에 수건좀 덮어주실래요..?"


"아....네."


실망한 말투였다.

이유는 모르지만 옆에서 떠들던 둘도 실망한듯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머리를 자르고나니 뭔가 달라보였다.

하얀 거지에서 하얀 사람정도로 바뀐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공짜로 해드릴게요."


"진짜요..?"


나도 모르게 고맙다고 말할뻔 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한가지 부탁을 했다.


"대신 여기 많이 와주세요."


"아.. 네 뭐.."


주머니에 손을 한번 넣었다가 뺀뒤 뒤를 돌아보니

뭔가 손님이 많아졌다.

같은 교복을 입은 사람이 많아졌다.

다 여성이였지만


"또 오세요!!"


활발한 청년인거같다.


그렇게 다시 마스크를 썼다.

후드도 덮고 다시 집으로 가려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오빠. 왜 후드쓰세요..?"


"저요..?"


아까 그 미용실의 손님들이 따라온것 같다.

사람이 좀 많아진게 느껴지니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드는것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아무런 느낌이 안들었다.


"오빠 저희랑 사진찍어주세요."

"여자친구 있으세요?"

"전화번호 있으세요?"


그래도 머리는 아팠다.

그래서 다 거절하고 집으로 겨우 돌아왔다.

중간에 뛰어서인지 목이 말랐다.


"김치주러 왔어요."


주인 아주머니댁의 아들이 문을 두드렸다.

물을 따른 컵을 탁자에 놓고 문을 열었다.


"우와..형.. 어디 코스프레 나가시는거에요?"


"아니.. 그냥 미용실."


그가 내 얼굴을 이리보고 저리보며 말했다.


"김치 잘먹는다고 전해줘."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았다.

오늘은 이상한 날인것 같다.


___


얀순이는 오늘 연습에 집중을 못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그녀가 흔들렸다.


'분명.. 색이였어."


예전에 볼수있던 붉은색.

그게 아까 전 그와의 대화에서 잠깐 보였다.

그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오늘은 쉬겠다는 말과 함께 그녀는 자신의 대기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와의 만남을 계속 기다리는 중이다.

하루가 원래는 아주 짧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길어졌다.

잠을 자고싶어도 심장소리가 너무 커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버둥거리며 하루가 끝이났다.


___


얀붕이와 얀순이는 둘다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얀순이가 이번에는 먼저 나와서 밖을 돌아다니다 그 횡단보도 앞에 도착했다.

저 건너편이 그와 처음으로 만난 곳이였다.


신호등의 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왼쪽 오른쪽 둘러본후 걸어갔다.


"빠빠아아아아앙!!"


그녀의 눈과 빠르게 달려오던 승용차의 라이트가 마주쳤다.

빠르게 달려오는 승용차를 피해아 하는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 어디선가 누군가 달려왔다.

그리고 몸을 던져 그녀를 안고 아슬아슬하게 승용차를 피했다.

술을 마신건지 경적만 울리고 그래도 도로를 빠져나가는 그 차를 보며 얀순이는 멍해졌다.


자신이 죽은건지 산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허억..흐윽...괜찮아요..?"


"아..?"


머리를 자른 그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자신을 밀쳐서 구해주었다는 정보가 뇌에 닿았다.


그리고 놀란 감정을 주체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어린애처럼 우는 그녀를 얀붕이가 들어서 건너편으로 데려왔다.

가볍다.

얼마나 노력을하면 이런 몸이 만들어질까?


그렇게 건너편으로 온뒤

벤치에 그녀를 앉게했다.


많이 놀란듯 얀붕이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 때어냈다.


"많이 놀라셨죠..?"


그녀가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다행히 그녀몸에 상처는 나지 않은것 같다.


하지만 얀붕이의 왼쪽 어깨는 많이 까져 피가 나왔다.

그녀가 잠시 몸을 떨더니 고개를 들었다.

아픈척만 안하면 그녀는 피를 못보니 그냥 웃었다.


"어깨! 설마 다치신거에요? 저 때문에?"


"조금 까졌어요. 그런데 어떻게 본거에요..?"


얀붕이는 당황했다.

그녀가 어떻게 색을 볼수있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___


"그래서 저랑 있으면 색이보인다..는 건가요?"


"그.. 네..."


그녀가 웅얼거렸다.

그 말에 난 기분이 이상했다.


흑백이 아닌 다른색을 볼수있다니.

그런데 그게 왜 붉은색인지는 잘 몰랐다.


"전 오늘 흰색으로 입고왔는데 말이죠."


"아.. 그러니까요.. 왜이럴까..?"


"어디 아프실수도 있어요. 머리로 떨어지셨거나."


걱정해주는 얀붕이의 얼굴을 보며 얀순이는 눈앞의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붉은 눈동자가 그대로 비춰지는걸 그대로 보고싶었다.


"저.. 이름이 뭐에요..?"


"아! 전 그.. 얀붕이라고 합니다."


서로의 이름을 알고나니 대화가 더 편해진것 같다.


"저.. 얀붕씨.. 그..."


"네?"


"저랑..그....같이..네..."


더듬거리는 그녀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얀순님이


랑. 뭘 같이 할까요?"


"그.. 할일 없으시면.. 그... 저랑.. 같이..일을..."


얀순이는 그가 백수인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다른 일을 하고있었어도 억지로 끌고 올 의향은 있었다.


"매니저..같은거요?"


"아! 네 그거요 그거."


그 말을 하고 5초동안의 정적이 생겼다.

얀순이에게는 5시간같은 공백이였다.


"음... 저같은놈이 갑자기 얀순님의 매니저를.."


"아니에요 그냥 하실거죠..?"


얀붕이는 고민했다.

미튜브 채널을 운영하는걸 제외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자신같은 사람이 얀순의 옆에 있어도 좋을까?

라는 고민이 들었다.


"저.. 사실 백색증이라는 병이 있는데..."


"전 색맹이잖아요."


사실 고민할게 뭐가있을까

좋아하는 아이돌의 매니저가 될수있는데


___


"이런친구는 어디서 데려온거래?"


소속사 사장님이 얀붕이를 맘에 들어했다.

다른 남자들이 그를 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았다.


"근데 우리 친구 이름이..?"


"얀붕입니다!"


"아.. 얀붕이? 그래 절대 금지되는 수칙 몇개만 알려줄게."


바로 다이랙트로 매니저가 된것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거."


여러 수칙들을 말하던 사장이 마지막 수칙을 말했다.

얀붕이도 귀를 열어 잘 새겨들었다.


"절대 연애는 다른사람이랑 하거나 금지야. 뭔 뜻인지 알지?"


그렇게 몇가지 수칙을 전해듣고

원래 있던 매니저에게 몇가지 사항들을 전해들었다.


그녀가 언제 일어나는지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물론 공연같은 큰 일이 있을때는 자신이 담당한다고 전해주었다.

그녀가 이것에는 태클을 걸려고 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매니저가 되었다.

물론 말만 매니저였지 매니저다운 일들은 경험이 없어서

원래 매니저분이 담당해주셨다.


___


그녀는 많이 심란했다.

얀붕이를 겨우 여기까지 데리고왔다.

사장을 겨우 설득시켜서 얀붕이를 매니저로 만들었지만

공연이나 다른 행사에는 데리고가지 않는다는 말에 기분이 나빴다.


물론 그와의 시간이 항상 소중하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더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얀붕이가 없는 공연과 다른곳을 다니다보니 그녀는 최고가 되어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그와 함께 나누는 대화를 즐겼지만

무언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이제 슬슬 소속사에서도 그녀의 자리가 더 커져갔다.

그동안 얀붕이는 계속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공부했다.


물론 자신이 저렇게 완벽해진 그녀를 담당할 일은 없었기에

기본부터 준비하고 천천히 기다리는 중이였다.


그때쯤 사장이 무언가를 제안했다.

이번에 새로 데뷔한 한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가 되라는 일이였다.

얀붕이는 자신의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수락했다.


그녀는 이제 다가갈수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___


얀순이가 처음으로 사장에게 욕을 쏟아냈다.

얀붕이를 다른 그룹에 넘겼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사장은 예전과는 달리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당장 내 눈앞으로 데려와. 그리고 앞으로 내 모든건 걔가 관리할거야."


"아니.. 그..그건.."


"옆동네 소속사가 요즘 잘나간다는데..?"


"아니..아니에요.."


이젠 사장도 설설 긴다.

그렇게 그녀가 억지로 얀붕이를 빼내왔다.


그리고 얀붕이는 3일간 잠을 자지못했다.

그가 배워야할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팬들의 눈에 띄는건 안좋다는거.


얀순이는 이제 대놓고 얀붕이를 만지기 시작했다.

처음은 다쳤던 어깨였다.


그러다가 남들이 없을때는 다른곳을 더듬으며 쾌락을 느꼈다.

그를 볼때마다 보이는 붉은색이 그녀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러던중 그의 손에 상처가 났던적이 있었다.


그의 손에서 나오는 피가 그의 몸에있는 붉은색과 연결되어 더 밝게 빛나는것이다.

그때쯤 그녀는 얀붕이에게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은 호기심이였다.

그래서 그의 목을 일부로 긁어서 상처를 냈다.

상처가 보인다.

검은 선이 어깨와 손으로 연결 되었다.


그 선이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선명해졌다.


그 이후로 얀순이는 그의 몸을 도화지처럼 색칠했다.

소속사에서는 별다른 저지를 하지못했다.

딱 한번

그가 처음 담당했던 그룹의 한명이 그만하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 결과는 그룹 자체가 해체되었다.

그 일 이후로 얀붕이는 저항의 의지가 사라졌다.

자신이 불행하면 남들이 행복할것이 확실하니까


그렇게 몸에있는 상처들이 점점 늘어나며 그녀의 눈이 변화를 맞았다.


"얼굴이 그냥 하얀색이야..?"


"...백색증이.."


얀순이가 점점 그의 색을 볼수있게 되면서

그의 하얀색에 질려갔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얼굴과 모든 피부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얀붕이는 항상 몸에 붕대를 감고 살았다.

피가 부족해서 빈혈로 쓰러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집착은 끝나지 않았다.


얀붕이는 자신의 얼굴과 몸을 보았다.

하얗기만 했던 몸은 이제 흉측하게 변했다.


"난....괴물이야..?"


예전에 그가 이런 질문을 한적이 있다.

누군가는 아니라고 답했다.

또 누군가는 괴물은 없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은 이제 관계없이 그는 괴물이다.

빨간 괴물



___


"죄송합니다. 이제 못해먹겠어요."


이 말을 끝으로 얀붕이는 최대한 도망쳤다.

소속사에서는 그의 위로금처럼 많은 돈을 주었다.

그녀가 벌어다 준 것이겠지


이제는 후련하다.

예전에는 후드로 가렸지만 이제는 붕대로 가려야하는것만 제외한다면

다 좋았다.


더 이상은 버틸수 없다는걸 알았다.

짧은 매니저 인생을 이제 너무 지친것 같았다.


___


"왜 안막았어."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사장에게 말했다.


"이젠 그만하자고. 내가 다른애 붙여줄게. 그러니까.."


쨍그랑 소리와함께 유리병을 얀순이가 집어던졌다.


"왜 안막았냐고."


"네가 사람인지 의심이든다."


"닥쳐."


그녀의 분노를 막을 길은 없었다.

사장은 한결같이 그만두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다시 자신에게 질리기 시작했다.

다시 세상이 흑백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자신과 그가 운명이라면

분명 자신의 몸의 상처도 색을 볼수있으리라.


그런데

상처는 그저 하얀색이였다.

아무 색도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흑백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 흑백의 세상에서 그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 노력은 쉽게 해결되었다.

원래 살던집에 찾아가 주소를 묻고

다른 집을 찾아가며

일상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채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았다.


"나 새벽에 깨워."


"내일 할일은.."


"네가 알아서 하겠지."


무책임하게 일을 던져놓고

그가 산다는 동네로 왔다.


그리고 새벽이 밝았다.


새벽에도 이제는 사람이 북적거린다.

오늘이 그녀가 억지로 만든 공연날이라서 그럴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에도 걸어다니고 있었다.

홀로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보며 좌절하고 있을때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가 다른게 보였다.


온몸을 긴 옷들로 가리고

하얀 마스크를 낀

몸이 전부 붉게 빛나는 그가 앞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찾았다."


___


얀붕이는 몰래 이곳으로 도망와 살고있었다.

전과 같은 생활

하지만 이번에는 몇번이고 도망갈수있는 돈과 의지가 있었다.


그렇게 전과 같은생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새벽운동은 이제 나가지 않았다.


딱 하루

먹을거리를 사러 나가는 새벽의 끝자락

이때를 빼고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오늘도 필요한걸 사러 나왔다.

그렇게 필요한걸 전부 산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얀순이는 그걸 모두 보고있었다.


___


그의 집안이 난장판이 되었다.

얀붕이는 도둑이 들었다고 의심하는 중이였다.


"대체.. 뭔놈이 속옷이랑 물을 다 가져간건데?"


세상에는 미친놈이 많다는걸 실감했다.


그래서 어쩔수없이 새벽에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밖이 너무 조용했다.


있던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본 얀붕이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그걸 인지하고 몸에 전류가 흘렀다.


마지막 장면은 누군가 웃고있는 장면이였다.


___


"으.. 아파..?"


일어나자마자 고통이 그를 반겼다.

그의 붕대가 모두 벗겨진 채로 그가 눕혀져 있었다.

왜인지 몸에 힘이 안들어갔다.


"내가 먹인 약은 힘을 못주게 하는 약이래."


익숙한 목소리에 얀붕이는 도망가려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건 변하지 않았다.


"제발..크흐..."


"아니야. 넌 걱정하지마."


그녀가 누워있는 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손은 무언가 달랐다.


길게 자른 손톱이 날카롭게 서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한번 빨더니 내 몸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아파!!! 아프다고!!! 그만!!!"


"내가 아플때는 어디있었어?"


그 말에 숨이 턱 막혔다.

그녀가 입에 무언가를 물렸다.


"넌 말할자격 없어."


그렇게 말하며 손톱으로 내 몸을 마구 휘젓는다.


"으읍!! 그으으으!!"


그녀가 점점 흥분하는게 느껴졌다.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그녀가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네 색을 나한테 묻혀줘!!! 날 니껄로 만들어줘!!"


온몸을 뒤흔드는 고통이 감각을 다시 되찾아주었다.

그대로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마한...그만.."


제갈을 벗겨내고 그녀를 밀어내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건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의 몸에 묻은 내 피가 두뇌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헤헤..이제 넌 어디 못갈거야.."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 얀붕이는 어지러움에 쓰러졌다.


___


"아이돌 얀순씨가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컨디션 저하라는데요."


뉴스에서 그녀의 이름이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컨디션 저하는 맞다.


"뭐? 화장실가고 싶다고?"


"어쩔수없지. 같이가자."


그녀의 왼쪽 손목과 얀붕이의 오른쪽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있었다.

원래는 회색이였지만

지금은 붉은색인 

수갑으로 채워져있다.










아이돌 매니저보고 쓴거

조금 비슷할수도있음

너그럽게 용서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