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육촌인 얀붕이를 좋아하는 금수저 아이돌 연습생 얀순이는 없냐

육촌인 얀붕이를 좋아하는 금수저 아이돌 연습생 얀순이는 없냐-3

육촌인 얀붕이를 좋아하는 금수저 아이돌 연습생 얀순이는 없냐-완


“딩동~”


지옥 같은 서울의 지하철을 타고 잠실역을 지나, 나는 한 고급 아파트 입구에 서 있다.


“누구세...들어와”


인터폰이 끊어지고, 대리석으로 장식된 정문 앞에 있는 유리문이 열린다.

평소라면 바로 따뜻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었겠지만, 지금 만큼은 한 걸음도 움직이고 싶지 않다


“뭐해 얀붕아? 계속 가만히 있을 꺼야?”


유리문이 닫히기 전에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니 바로 엘리베이터가 열려 있었다. 처음 몇 번은 그냥 운이 좋았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고급스러운 아파트여서 인터폰을 할 때 자동으로 내려온 것 같다.

최상층을 눌렀지만 몇십 초도 안 돼서 문이 다시 열렸다. 흰색 문 앞에 터치식 도어락이 보인다.


‘옛날에는 이곳에 오기만을 매일같이 기다렸는데…’


손을 닿는 순간,


“쿵”


“어 우리 얀붕이 벌써 왔어? 음? 얀붕아 너 머리 부닥쳤어?”


“……얀순아 안녕”


“멍청하긴. 빨리 들어와. 너 할 거 많아. 일단 설거지부터 해“


자연스럽게 나한테 허드렛일을 시키는 저 여자의 이름은 얀순이. 내 육촌이고, 어려서부터 알았던 사이이다.

내가 왜 한 달 전부터 주말마다 얀순이에 집에서 이런 짓을 하게 됐냐면,, 다 내가 저질렀던 일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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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 할아버지는 아니고, 외가 쪽 큰할아버지라던데, 한 번도 만나 뵌 적은 없었다.

학원이 있어서 가족들과 같이 가진 않았고, 학원이 끝나고 혼자 찾아가게 되었다.


“어 이게 누구니? 혹시 얀진 누나 아들 얀붕이니?”


“아… 네. 맞습니다, 얀진이 이모.“ 


“야 많이도 컸네. 얀붕이는 접객 끝났으면 저쪽 대기실에 가 있어. 얀순이도 거기에 있을 거야“



이래서 외가들끼리 모이는 데 가기 싫었다. 과거에 내가 했던 잘못이 떠오른다.


원래 얀순이랑 나는 어려서부터 많이 친했던 사이였다. 매일같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만날 때마다 신나게 놀고 웃었으면서 지냈었다.


초등학교를 입학할 무렵, 나와 얀순이는 더는 만나지 못했다. 그동안 학교와 학원을 계속 다니면서 살았다. 다시 만났던 때는, 사립 영재원 학원에 다닐 때였다. 그때, 나는  얀순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똑똑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옛날부터 내가 제일 잘난 줄 알았다. 항상 선생님께 대들고, 반 친구들을 업신여겼다. 나는 혼자 지내는 일이 많았다. 어차피 주변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 지루하고, 같이 놀 친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히 다니게 된 사립 영재학원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어른들 말고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진리표, 정수론, 하나같이 이상하고 도저히 내가 풀 수 없어 보였던 문제들을 척척 풀어내면서 그들은 비웃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내가 그동안 어떤 짓을 내 주변에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약했었다. 곧이어 학원에 어떤 여학생이 들어왔다. 예쁘길래 다들 관심을 보일 줄 알았지만, 그 여자애는 기초 문제조차 풀지 못했다. 

그동안 나를 놀려댔던 무리의 시선은 이제 여자애를 향하기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시선, 그다음에는 핀잔으로 넘어가더니, 결국에는 쉬는 시간에 그녀가 듣는 앞에서 공공연하게 험담을 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똑같이 당했던 나는 당연히 막았어야 했지만, 과거의 나는 나약하고 쓰레기 같던 인간이었다. 결국, 나는 걔네들의 험담에 동참했다.


갑자기, 그동안 잠자코 누운 채로 듣고만 있던 여자애가 울면서 나갔다. 나는 그제야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곧바로 사과하려고 여자아이를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다시 수업을 시작해서 실패했다. 


다음에 만날 때 꼭 사과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다음 주에도, 그 다다음 주에도, 그 여자애는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야, 그 여자애가 나와 가장 친했던 얀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일 이후로 나는 성격을 크게 고치게 되었다. 남을 업신여기는 말투를 없애려고 노력했고, 반 친구들이랑 어울리기도 했다. 내 주변에 있었던 착한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들 덕분에, 과거에 모나고 안 좋았던 내 모습은 조금씩 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한테는 항상 지워지지 않은 죄책감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단 한마디의 말, 아니 한마디의 말이라도, 난 얀순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지만, 단 한 번도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다시 만날 수도 없었고, 앞으로 다시 만날 일도 없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바로 저기에 있다니...


“얀붕아, 몸이 안 좋니? 계속 왜 가만히 안 좋은 표정을 짓고 있길래... 어디 아픈 데라도 있니?”


“아, 아니에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제 다시 과거와 마주하게 될 시간이 다가왔다.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고, 혹시라도 잊어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만큼이라도 다시 제대로 사과를 해야 한다. 


조용히, 그러나 굳게 다짐을 하면서 문을 열었다.


“토톡토도톡톡톡”


염색한 갈색 머리카락, 꽉 꼈는지 가슴 부분의 단추를 풀어 놓은 정복, 화장한 얼굴, 그리고 계속 폰만 만지고 있는 여자애.


얀순이는 내 기억 속과 많이 바뀌어 있었다.

여전히 키는 작았지만, 화장해서 그런지 어른스러워졌다.

아니, 아이돌이라고 하기에도 의심하지 않을 외모였다.


순간 얀순이가 문자를 멈추었다.


“흐음...”


나랑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서는 그녀는 나를 아래서부터 훑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녀가 소파에서 일어서더니, 내가 들어왔던 문을 잠갔다.


“얀순아, 혹시 옛날 일 기억해...? 미얀....읍?”


몰캉한 게 내 입술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손에도 이상하게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눈앞에 있는 얀순이의 눈동자와 손끝에 느껴지는 살결과 블라우스, 곧바로 얀순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았지만 사고가 따라주지 못했다.


“춥, 추릅, 춥”


그렇게 몇 초 동안 얀순이는 나와 입술을 맞추었다. 그러고서는 내가 물을 틈도 없이, 얀순이는 느닷없이 내 뒤쪽을 향해 걸어갔다.


“띠롱”


동영상 녹화가 끝나고 나는 소리의 주인공은 내 뒤에 놓여 있었던 아이패드였다.


“얀붕아, 이것 좀 볼래?”


얀순이가 보여준 아이패드에는 바로 앞에 얀순이랑 내가 한 행위가 녹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 뒤에 절묘한 각도로 찍혀서, 마치 내가 치한 행위를 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페북 팔로워 수가 은근 많거든? 그런데 이 영상이 업로드되면 어떻게 될까?”


잠깐이나마 내가 한 행동들을 잊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였다. 

오히려 그녀는 내가 한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젠장젠장젠장젠장'


그녀는 오늘 내가 이 곳에 무조건 올 것을 알고, 심지어 내가 할 행동을 예측하고, 나에게 복수를 하려고 철저히 준비했다.


철컥


“얀순아, 얀붕이랑 오랜만에 지냈는데 잘 지냈어?”


대답하기도 전에, 문을 열고 얀진이네 이모가 들어오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매서운 분위기가 사라졌다.


“응 , 엄마! 얀붕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그냥 이야기했어.”


“그래? 다행이네. 이제 슬슬 갈 시간이야. 얀순이는 빨리 연습실로 가고, 얀붕이는 혼자 가야 하니까 짐 정리해야지”


아무래도 얀진이네 이모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연습생? 뭐 소속사라도 들어 간 건가? 애초에 얀순이네 아버지가 가수니까 당연한 건가...


“으아, 싫은데...”


“그래도 일요일에 온종일 쉬잖아. 엄마·아빠는 주말에 집에 없을 거지만, 그때 푹 쉬어.”


‘들었지? 일요일에 찾아와라. 새X야.’


말은 안 했지만 순간 나한테 보여준 살기만으로, 내가 뭐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하고 얀진이네 이모와 얀순이는 뒤돌아 나갔다. 나는 잠시 멍하게 병원 복도에 서 있다가,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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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얀순이가 집으로 부른지도 한 달, 네 번째가 지나고 있다.


“얀붕아 설거지 아직도 안 끝났어? 나이 많으신 우리 집 가정부보다 못하네?”


아니 그럼 애초에 가정부가 그런 일을 하는데 당연하지.


“아 참 그리고 설거지 끝나면 옥상 테라스에 카페에 좀 갔다 와. 캐러멜 마키아토에 생크림 빼서 시나몬 시즐링이랑 페퍼민트 시럽 첨가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와플에 올리기.


“잠깐, 캐러멜 마끼…. 뭐? 다시 한 번만 말해줄 수 있어?”


“뭐야, 이런 단순한 주문도 못 해? 멍청이야? 영상 뿌려?”


“알겠어 기다리라니까? 고무장갑 벗고 바로 갈게!”


“바로 위층이니까 시간은 10분 줄게.”


나는 곧바로 퐁퐁 냄새가 손에서 나는 채로 필사적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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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손님, 캐러멜 마키아토에 생크림 빼고 계핏가루에 페퍼민트 시럽 맞으시죠?”


“아니 계핏가루 말고, 시나몬이요.”


”손님, 계피가 시나몬이에요.”


시발

쪽팔려 죽을 것만 같다


“그리고 손님, 우리 클럽에는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없습니다. 일단 와플만 드릴까요?”


“네...?”


”저희는 바닐라랑 초콜릿, 그리고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만 있습니다.”


“그럼 혹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구할 수는 없을까요?”


“아파트 지하 1층 편의점에 파는 거로 알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바로 결제를 하자마자 또다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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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삐삒삐삑


쿠웅


“얀붕아 왔어? 그럼 얀붕이가 잘 주문 했는지 볼까?”

얀순이는 땀 범벅인 나한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트레이를 가져갔다.

“음... 내가 시킨 데로 다 잘 했네? 그런데 얀붕아, 내가 10분 내로 가져오라고 했는데, 5분이나 늦었네?”


“허억...헉, 민트, 헉 아이스크림....허억....가게에서 안 판다고, 허억... 편의점까지 갔다 왔어.”


“그래? 그렇다고 용서해 줄 것 같아?“


냠,

그러면서 얀순이는 티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었다. 저게 뭐가 맛있다고 먹을까.


“뭐 그러면, 세수 좀 하고 놀이방 좀 치워 놔”


“헉…. 헉……. 알았어”


한겨울이였지만 뛰느라 온몸이 땀 범벅이 됐다.


“얀붕이 땀 냄새...❤️


뭔가 얀순이가 말한 듯했지만 화장실에 있어서 들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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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고된 집안일에 지쳐 죄책감 따위는 잊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이런 갑질을 버티는 것은 협박과 더불어 어린 시절에 관한 죄책감 때문인가.


그나저나, 이 여자애는 나이가 고등학생인데 아직도 레고를 가지고 놀고 있는지 모르겠다.


심지에 테X닉 레고다. 그 악명높은 난도도 있지만, 다른 어떤 장난감보다도 더 어려운 정리 난이도를 가진 물건이다.


‘젠장, 주말까지 와서 뭐 하는 짓이냐, 이게.’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을 해 보면, 상당히 건전한 취미를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 소속사에 다녔던 친구를 본 적이 있는데, 종일 학교에서 자고, 점심시간이 되면 바로 차를 타고 연습실로 갔다. 

맨날 음악 이론을 외우고, 종일 춤추면 녹초가 돼서 들어오면, 몸과 더불어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다른 연습생들이 마약이나 다른 더러운 짓거리를 하는 것에 비해서, 상당히 건전한 취미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도 얀순이랑 이거 조립하면서 놀았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 얀순이는 엄청 소심했었고, 놀이방에서 혼자 이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해 봐도, 설명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옆으로 가서, 도와주기 시작했다. 첫날에는 다 만들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만날 때 절치부심해서  만들 수 있었다. 그때부터 얀순이가 나한테 말을 걸고 친해지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어? 저거 그때 같이 만들었던 거 아닌가?’


집 모양 레고다. 한 번에 세 가지나 만들 수 있는 시리즈라 기억이 난다. 마당에는 여자와 남자 피규어가 꽂혀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거라 반가움이 앞섰다.


‘한번 지붕을 뜯어 볼까?’


이런 종류의 레고는 지붕이 쉽게 뜯긴다. 안에 장식품과 레고들이 있었지만, 이상한 게 눈에 들어왔다


‘편지?’


꼬깃꼬깃 하트 모양으로 접어진 편지가 있었다. 익숙한 느낌이다. 건든 것을 알면 얀순이가 바로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결국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편지를 폈다.


‘이거…. 내가……. 쓴거야...? 나.는. 얀. 순. 이.가·세·상.에. 서. 제·일. 조. 아…?’


쪽팔린다. 아까 까페에서 했던 실수보다 더 쪽팔린다. 어린 시절에 나는 싸가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염치도 없었구나.


저런 상류층 아이돌이 될 운명의 여자애는 그 수준의 상류층 남자애랑 이어질 것이다. 물론 그 남자는  매우 불행하겠지.


잠깐 그런 생각을 하고, 바로 집 뚜껑을 덮고,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먼지가 많이 슬어 있어 눈치를 못 챌 것 같았다.


“얀붕! 청소 언제 끝나!”


음료를 다 마시고 빨 때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어어, 지금 가”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그럼, 뭘 해야 하는지 알지?”


”...사진찍기”


항상 일과가 끝나면, 저번에 다시 만났을 때처럼 얀순이는 사진을 찍는다. 아무래도 영상 하나로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네 멋대로 움직이다간 죽여 버릴 줄 알아”


그러면서 저번처럼 얀순이는 혀를 내 입속에 집어넣었다. 동시에 내 손을 짚어 들더니, 자기 허리 쪽으로 가져갔다.


“음흣❤️"


갑자기 얀순이에게서 이상한 소리가 나와서 움찔했다.


“움직이면 죽인다고”


곧바로 내 몸에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띠링”


그렇게 몇 초 동안 가만히 있다가, 드디어 영상이 종료되는 효과음이 들렸다.


이제 이러면 끝이다. 이제 집에 돌아가고, 가끔 얀순이가 문자 보내는 것만 바로 답장하면, 적어도 토요일까지는 편하게 있을 수 있다.


물론 학원에 다니지만, 차라리 종노릇 짓을 하느니 공부가 편하다.


“아 참 너 얀챈고 다니지? 내일부터 나도 거기 다니기로 했으니까, 심부름 좀 부탁해.”


“뭐?”


”지금 따져드는거야?”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그럼 내일도 잘 부탁해~”


망했다.


얀순이는 오후에 연습실로 가긴 하지만, 그래도 점심시간까지 꼬붕 확정이다.


나는 빨리 도망치듯이 얀순이가 먹었던 카페 트레이를 들고  빠져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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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얀붕이, 그래도 꽤 오래 버티네...”

남자애가 나간 공허한 집 속, 여자는 혼자 중얼거렸다.

“히히 그래도 몰래 얀붕이 옷을 빼돌렸다. 아 얀붕이 냄새 너무 좋아♥하루종일킁카킁카하면서 맡고 싶어. 또 언제 부를까?”

여자는 남자의 체취를 따라 방금까지 있었던 놀이방으로 향했다.

“헤헤 얀붕이랑 내가 함께 지낼 스윗트룸 레고♥ 한번 열어 볼까?”

먼지가 쌓여 있어서 남자는 안 건든다고 착각했었지만, 여자는 매일같이 장난감 집을 보는 게 일상이었다. 부셔트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만지다 보니 먼지가 쌓이게 된 것이였다.

“얀붕이가 나한테 해준 약속♥♥

새로 연습하는 노랫가락에 맞추어 흥얼거리며, 여자는 지붕 뚜껑을 열었다.

“어…. 편지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