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을 주면 더 오래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자기 때문에 괜히 머리 싸매고 낑낑대며 고생하고 있다는 이상한 쾌감 때문에 계속 후배한테 어려운 책 빌려주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귀여워하는 선배가 보고싶다


그래서 나중에 '어려우면 우리집 가서 같이 읽을래?' 하며 작업 걸고는 집에서도 머리쓰며 책에 열중하는 후배한테 은근슬쩍 약 들어간 음료를 먹이고는 무방비 상태로 널부러진 후배를 사랑스러워하며 자기가 봤던 저수위 관능소설 내용을 모조리 후배한테 써먹어보는 선배가 보고싶다


차마 따먹지는 못하는 대신 남주의 몸을 마음껏 탐하고 난 뒤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후배를 깨우며 "많이 어려웠나 보네? 졸기까지 하고." 라고 무심한 듯 토닥여주고 집으로 돌려보낸 뒤에 아직 자기 방에 남아있는 후배의 온기를 느끼며 다음에는 또 어떤 책을 줄까 하고 행복하게 고민하는 선배가 보고싶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부실에 들어올 때마다 헤실헤실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후배를 보고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싶은데 책을 읽을 때도 뭐가 그리 좋은지 행복 가득한 표정으로 책을 읽는 모습에 머릿속에서 자꾸만 어제 봤던 후배랑 웬 낯선 여학생이 같이 걷던 모습이 생각나 이상한 예감을 떨치지 못하고 고통받는 선배가 보고싶다


그래서 그 뒤로 후배한테 주는 책들이 점점 어려워져서 매일 동아리 끝나고도 자기 집에 데려가서 같이 책읽는 걸 아주 일상으로 만들려는 선배가 보고싶다


그 뒤에 후배가 자기 집에 올 때마다 항상 약을 탄 음료를 먹이고 몰래 입술을 훔친다든지 귓가에 대고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하고 속삭인다든지 후배가 들고 온 가방에 몰래 도청기를 넣어두는 선배가 보고싶다


그러다가 오늘은 아예 후배한테 승부를 걸어보려고 자기 집에서 후배에게 할 온갖 유혹들을 상상하며 집에 같이 가자고 하려는데 하필 그날 후배가 오늘은 친구랑 약속 있다면서 뭔가 잔뜩 기대에 찬 그 헤실헤실거리는 표정으로 부실을 나가려는 걸 보고 절망하는 선배가 보고싶다


그 말을 들은 선배는 결국 질투심과 사랑과 정욕과 분함을 참지 못하고 후배의 양 손목을 붙잡아 벽에 밀어붙이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