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알콩달콩한 연애 시절을 보냈던 얀붕이와 얀순이.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3년의 연애를 밀도있게 채운 둘은 어느새 결혼하고 부부가 되었어.


하지만 사랑만으론 안 되는 것도 있었는지, 아이를 가지기가 너무 힘들었던 얀순이. 얀붕이는 1년이 문제가 아니라 5년까지 안 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며, 어차피 나 애 키우려면 직급도 높아지고 돈도 좀 모은 이후가 낫지 않겠냐며 나름 위로를 해보지만 얀순이의 우울은 날을 더해갔지. 그러면서 원래는 눈만 맞으면 자석마냥 엉켜붙던 부부관계마저도 스트레스 받는 가족계획의 일환처럼 여겨져서 몸도 소원해지기 시작했어.


얀순이의 우울감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연애할 때 자주 하던 같이 한강변 조깅하기도 안 나가기 시작했어. 집에서 집안일 좀 하고 그냥 TV만 보는 얀순이가 안쓰러워 밖에 나가 같이 운동하자고 꼬셔봤지만 영 심드렁한 얀순이. 결국 집에서 과자 먹고 TV 보는게 일상이 되자 예전의 보기 좋던 몸매는 망가져서 벌써부터 40 후반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었지.


그런 악재가 있었지만 얀붕이와 얀순이는 서로를 사랑했어. 하지만 얀순이의 사랑은 조금 과격해지기 시작했어. 얀붕이의 입사동기인 얀진이가 자꾸 신경쓰였던 얀순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얀붕이가 오랜만에 동기들하고 회식하고 온다고 하자 폭발해서 미친듯이 전화를 걸어서 히스테리를 부렸어. 이 사건 이후로 얀붕이가 요즘 아내가 많이 불안하다며 자기는 한동안 이런 자리는 못 올 것 같다고 동기들에게 얘기해서 해소되었지만, 한 번 폭발한 얀순이는 여전히 진정하지 못하고 얀붕이가 기회가 되면 자기를 버리고 다른 예쁘고 섹시한 년에게 갈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히는거지.


어느날, 얀붕이가 회사에서 전화를 걸어서 PC 켜서 자기 개인 공인인증서 좀 USB에 옮겨달라고 해. 얀순이는 PC를 켜고 작업을 하다가 바탕화면에서 ‘마눌’이라는 폴더를 발견하지. 얀순이는 꿀 떨어지는 별명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폴더를 열어봐. 


폴더에는 얀붕이가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와 한강둔치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어.


얀순이는 그걸 보고 이성을 반쯤 잃었지...


USB를 가지러온 남편을 식칼을 꼬나들고 맞이한 얀순이는 속사포로 남편을 밀어붙여.

“어서와 창놈새끼야.”

“한강을 그렇게 잊을 수가 없었나봐?”

“돼지같이 살쪄서 집에만 있는 마누라는 못 데려가겠으니 젊은 씨발년 꼬셔서 데려가고 그런 것 같던데.”

얀붕이가 상황파악조차 안돼서 말도 제대로 못하니 얀순이는 남편이 정곡을 찔렸다고 생각했어.

얀순이는 그대로 얀붕이를 난자해버렸어.


반쯤 열린 현관문 사이로 들려온 비명소리에 현장으로 온 이웃들이 참혹한 광경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고, 얀순이는 현행범으로 체포됐어.

얀붕이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더 이상 자기의지로 움직이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


경찰 조사에서 얀순이는 남편의 외도 현장을 눈으로 확인했고,  격분을 참지 못해 남편을 찔렀다고 진술했어. 경찰들이 PC에서 사진 파일을 꺼내와서 보여주자, 얀순이는 이 사진이 맞다고 말했어. 조사관은 잠시 뒤 얀순이의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이 사진 속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어. 얀순이는 자기라고 말하고서는 잠시 뒤 이 두 사진 속 인물이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그제서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된 얀순이는 다시 한 번 PC 속 여자의 얼굴을 본 뒤 혼절해버리고 말아.


얀순이는 1심에서 5년형을 받고 항고를 포기하지만, 악화된 정신상태 때문에 병보석을 신청해. 수감 6개월차에 병보석이 인정돼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얀순이는 탈출하는거지. 얀붕이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간 얀순이는 얀붕이 병실을 찾아 들어가고, 경악한 간호사들 사이에서 하늘만 멍하니 보고 있는 얀붕이를 발견해. 사람인지 앰보싱한 시체인지 구분할 수 없는 얀붕이를 보고 광년이처럼 오열하는 얀순이. 

“얀붕아 미안해 얀붕아 잘못했어”

“얀붕아 용서해줘”

“어떻게 해야 얀붕이가 나를 용서할까”

“어떻게 해야 얀붕이가 나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발작하듯 우는 얀순이와 얀순이를 잡으러 달려온 교도관들이 롱샷으로 들어오며 끝나는 그런 소설


그런 소설을 누가 좀 써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