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편

다음 편





 정희은을 먼저 돌려보내고 서고에 들어간 정유진이 책을 뒤적이는 척 하며 주변을 힐끗 둘러보았다.

 지금쯤 돌아올 정윤경을 찾는 눈빛이기도 했지만 아이의 눈은 다른 사람을 한 명 더 찾고 있었다.


 바로 수십 분 전 일이다. 지하 휴게실에서 서고로 올라와 아무 책을 꺼내들고 앉은 정유진에게 누군가가 걸어들어와 쪽지를 툭 올려놓고는 다른 말도 붙이지 않고 떠나버린 것이다.


 책장을 넘기려던 손 위에 놓인 쪽지 한 장에 정유진이 고개를 들어 돌아보았지만 쪽지를 준 이는 말 한 마디 없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무언가를 피하고 있는 눈치였다.


 아이가 쪽지를 집어들어 펼쳐보았다. 안에는 어린아이가 썼을 법한 글씨로 집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편지든 전화든 상관없으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꼭 연락해줘. - 다현이가'


 끝에 붙어있는 그 문구를 보고 아이가 떠올린 건 바로 지난주, 이 자리에서 자신의 손목을 붙잡았던 옛 친구의 얼굴이었다.


 강다현. 정유진이 전학을 가기 전 다니던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고 유일하게 자신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였으나 갑작스럽게 학교를 옮기고 난 뒤 그것으로 모든 연락이 끊겨버렸다.

 지난주 일요일 서고에서 강다현이 정유진의 손목을 붙잡은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러나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는지 강다현은 바로 오늘 다시 도서관에 나타나 정유진을 기다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 정유진은 받았던 쪽지를 접어 주머니에 숨겨둔 채로 정윤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쪽지야 숨기면 된다 쳐도 둘이 다시 마주치게 되면 그 정윤경이 의심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 정윤경이 아이를 따라 그대로 계단을 따라 서고 쪽으로 올라왔다면 강다현과 마주쳤거나 아이가 집어든 그 쪽지를 보았을지 모르나 이제 도서관에 도착한 척 하려 그녀가 빙 돌아 도서관 정문으로 들어온 것이 아이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밖에서 둘이 다시 마주치지는 않았는지 정윤경이 로비를 지나쳐 이제 막 서고로 들어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그녀가 앉아있는 아이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책 잘 읽고 있었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그녀가 속삭였다.


 강다현은 마주치지 않았어도 지하실에서 자신 몰래 아이가 정희은을 만나고 왔다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음에도 그녀의 그 속삭이는 말투에는 일부러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말하려는 티가 났다.


'너 지금… 다른 생각 하고 있는 거 아니지?'


'집에 돌아가면.. 우리 아가 예전처럼 되돌려놓는 것부터 해야겠어.'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은 둘 사이의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대화가 계속될수록 아이의 표정에 점점 주눅이 드는 걸 지켜보며 정윤경은 정희은이 아이를 점점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원래부터 아이가 정희은을 싫어하고 있었거나….


 만약 정희은이 정말로 아이에게 남모를 연심을 품고 있다면 예전에도 저렇게 아이에게 강제로 사랑의 증표를 달라고 강요한 일이 있었을 것이고 그럴 때마다 정유진은 오늘처럼 내키지 않으면서도 억지로 애정표현을 해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그 사랑한다던 잠꼬대도 그런 이유였을까..?


 물론 지금까지 아이가 자기 친누나를 싫어한다는 말을 꺼낸 적은 없다. 그러나 정윤경이 떠올렸던 정희은에 대한 망상들 위에 생각이 얹혀지며 확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정윤경은 아이가 점점 정희은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결론을 냈다. 처음에는 자신의 친누나가 보고 싶어 어떻게든 연락이 닿고 만나게 됐을지 모르나 정희은의 저 강압적인 집착을 다시 겪고 나서는 마음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알아낸 일과 그녀가 바라는 일이 뒤섞여 있었으나 정윤경은 그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걸 구해줄 사람은 정윤경 자신이었다. 가족을 빌미로 어떻게든 아이와 연을 이어서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려는 그 역겨운 집착을 끊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자신 외 누가 있으랴 생각했던 것이다.


 도서관을 걸어나오며 정윤경은 아이의 손을 꼭 붙들었다.

 자신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다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이, 그녀는 사악한 '가족'으로부터 아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결심이 확 서고 있었다.




==========




 원한다면 바로 지금 당장이라도 정희은을 찾아 죽일 듯 의욕에 찬 정윤경이었으나 그녀는 서두를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망쳐버린 작업의 매듭부터 지어야 했다. 3주째 이어지는 현금 저장고 추적뿐만 아니라 정윤경은 코리와 함께 지난주 목표를 놓쳐버린 뒤부터 지금까지 그 사이에 수집된 정보들을 다시 분석해야 했고 그렇게 월요일과 화요일이 흘러갔다.


 수요일이 되어 다시 추적에 나선 정윤경은 자신이 집을 비운 지금 이 순간에도 정희은이 아이를 몰래 만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또다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겨우 이겨내며 국도 바로 옆 산속에 숨겨진 현금 저장고를 찾아낼 수 있었다.


[겨우 찾아냈군. 보안은 어떤데?]


"위장도 잘 돼있고, 보안장치도 철저해. 우리 능력으로 뚫으려면 몇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럴 것 같았어.]


"그럼 앞으로 계획은?"


[원래 계획은 잠시 휴식하고 재정비하는 거였는데, 일정이 밀려서 그럴 시간은 없겠고.. 일단 내일 다 모이지. 계획은 그때 말해줄 테니까.]


"...알았어."


 바로 다음날, 정윤경은 처음 의뢰를 맡았을 때 자신과 함께 일할 동료들을 만나봤던 교외의 버려진 건물을 다시 찾았고 거기서 의뢰인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보여주며 해결사들에게 작업 계획을 설명해주었다.


"--우리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현금 저장고를 맡은 보안 책임자는 이놈 한 명이야."


"잡아야겠네."


"잠깐, 저장고 습격하기에도 인원이 부족할 텐데, 그건 누가 맡지?"


"계획을 들어봐."


 습격하기에 앞서 정윤경이 미리 동선을 확보해두었던 담당 보안 책임자를 추적해 붙잡아 심문하고 가지고 있는 휴대폰과 보안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동선을 확보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정윤경이 모두 맡았었기에 이 일도 그녀가 맡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시간이 되면 혹시나 새로 발견된 정보는 없는지 확인도 해보고."


"그 다음은?"


"바로 저장고를 공격할 거야."


"너무 급한 거 아니야? 그러면 뭐하러 책임자를 조져?"


"진짜로 공격할 건 아니거든."


 의뢰인이 손에 쥔 프레젠터가 딸깍이자 스크린이 지도가 그려진 다음 슬라이드를 표시했다.


 두어 명의 해결사로 저장고를 거짓 공격하면 조직원들은 현금을 노린 습격임을 깨닫고 바로 경계 상태에 들어갈 것이다. 바로 이때 보안 책임자의 휴대폰으로 조직원들에게 거짓 명령을 보내야 한다.


"가진 현금을 모두 차량에 싣고 이곳으로 옮기라고 말을 하는 거지."


 프레젠터가 이번에는 레이저를 쏘아 현금 저장고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아… 우리가 미리 거기서 매복하고 있으려고?"


"그렇지."


 현금 저장고의 보안을 뚫을 수 없다면 상대가 직접 해제하게 만들면 된다.


 저장고를 직접 기습한 상황으로 착각한 조직원들은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허겁지겁 현금을 차량에 싣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려 할 것이고, 그렇게 급하게 차에 실려 옮겨지는 현금은 보안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차를 습격해 빼앗는 건 보안 장치들을 하나하나 뚫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었다.

 그저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이쪽에서 지정을 해주면 될 뿐이다.


"어딜 가든 꼭 조직원들 중에서 겁쟁이들이 몇 놈 있거든. 우리는 그놈들이 경계를 서는 날에 습격하면 되는 거야."


"그런 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내가 알지."


 이번 작업에서 떡대 역할을 맡은 해결사 중 하나가 손을 들어 묻자 의뢰인을 대신해 코리가 일어나 대답했다.


"나랑 이 친구가 같이 조직 내부 정보를 좀 수집했거든. 오고 간 문자나 카톡 분석하다 보면 누가 겁쟁이 취급당하는지는 다 알 수 있어."


 '이 친구'로 같이 지목된 정윤경도 고개를 끄덕였고 떡대도 그대로 수긍하며 손을 내렸다.


"...혹시 더 질문 있나?"


 방 안이 조용했다.


"좋아. 계획 시행일은 사흘 전에 통보해줄 테니까, 그때까지는 다들 다른 의뢰 잡지 말고 대기하고 있어."


 브리핑을 끝낸 의뢰인이 해산 사인을 내자 해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흩어졌고 정윤경도 그 무리에 섞여 주차해둔 자신의 차를 찾았다.


 차에 타 시동을 걸려던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 누군가의 별이 되기엔 아직은--♫"


 도민주였다.


"여보세요."


[어 윤경아, 나 민주인데, 저번에 네가 알아봐달라고 한 거 있잖아.]


"조사는 다 끝났어? ……찾은 거라도 있는 거야?"


[어, 오늘 바로 조사한 거 나왔어. 근데, 그.. 임현재랑 같이 일했던 애랑 만나봤거든?]


"그런데."


[나도 정희은이랑 연결이 없을 줄 알았는데, 들어보니까 진짜 골때리는 거 하나 있더라. 조사한 내용이랑 비교해 봐도 얼추 맞는 것 같아서….]


"뭐길래 그래?"


[......와서 듣는 게 나을 거야.]




==========




 나른한 금요일 오후.


 임현재의 사무실 문이 확 열리며 바깥의 더운 공기가 잠깐 들어왔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손님에 티셔츠만 입고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던 임현재가 화들짝 놀라며 반쯤 눕혀진 의자에서 튕겨일어났다.


"어으 깜짝야! 뭐야, 누구야.. 정윤경? 갑자기 또 뭔 일이냐?"


"잘 있었어?"


 허겁지겁 겉옷을 주워입는 임현재는 상관하지 않고 정윤경이 또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천천히 걸어와 접대용 소파 하나를 차지해 앉는 그녀의 표정이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의뢰 하나 넣으려고 왔어. 혹시 시간 괜찮아?"


"시간은 되는데 싫어. 너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려고."


 그녀의 집착 어린 의뢰에 신물이 났는지 임현재가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고 넘겨짚었다.

 그러나 정윤경은 짜증 하나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무슨 의뢰일 줄 알고?"


 하며 여유롭게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뭔데 또?"


 정윤경을 돌아본 임현재가 강박보다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고 그제서야 관심을 좀 가졌는지 반쯤 누운 의자에 다시 가려다 말고는 소파 쪽으로 걸어와 책상에 걸터앉았다.


"네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별 건 아닌데."


"뭔지부터 좀 말해봐."


"복잡한 거 아냐. 작은 거 하나만 해 줘."


"작은 거?"


"자, 여기."


 정윤경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임현재에게 건넸다.


"......!!"


 그걸 받아 펼쳐본 임현재의 표정이 점점 창백해졌다.


"........이걸 어떻게--"


"다른 사람한테 할 필요 없고, 너 유진이랑 면식 있지? 유진이한테 가면 돼. 걔도 모르면 좀 섭하잖냐."


 평소 임현재가 쓰던 장난기 섞인 말투를 따라하기라도 하듯이 정윤경이 일부러 가벼운 목소리를 냈다.


 임현재는 종이를 쥔 채로 몸이 굳었으나 이내 표정을 애써 가리며,


"이제는, 거, 하다하다 뭔 잡스러운 일까지 의뢰를 넣네 너는."


"그래서, 해줄 거지?"


"...너 이것도 정희은 때문이지?"


"아닌데? 그냥 유진이한테 하는 의뢰인데 뭐가 문제야?"


 임현재가 더 말을 얹기도 전에 정윤경이 그의 물타기를 재빠르게 막았다. 지난번처럼 "정희은 죽이겠다고 자꾸 억지부리지 좀 마." 같은 대답은 아예 받지 않겠다는 투였다.


 그리고 아주 쐐기를 박으려는 듯 정윤경이 일어나 되물었다.


"참 이상한데? 내가 정희은을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뒷조사를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능력 밖이라서 못하겠어? 정말 너도 감 많이 죽었구나, 이런 자그마한 청부도 못 하는 꼴이 된 걸 보니. 그리고…."


 소파와 탁자 사이를 돌아 어느새 임현재 바로 옆까지 걸어온 정윤경의 입가에 살짝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


"이거, 애초에 네 책임 아니야?"


 임현재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번에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 말마따나 명목상으로 이건 정희은이나 정유진에게 직접 해를 끼치는 의뢰는 전혀 아니었다. 아니 해를 가하는 결과라 해도 오히려 명분은 그녀 쪽에 있었다.


 만약 그가 이걸 받아들이면 그의 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틀어져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까지 거부한다면 자신이 현재 정희은과 모종의 연관관계가 있다는 걸 그녀 앞에서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었다.


"어떡할래?"


"........"




----------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초등학생들의 발걸음이 하나같이 가벼웠다.


"유진아 다음주에 봐!"


 하며 손을 흔들고 뛰어가는 한유나의 표정만 봐도 그러했다.


 그러나 정유진은 불금이니 주말이니 그런 것따위 상관없는 듯 평소처럼 터덜터덜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주말이 더 걱정일 것이다. 정윤경의 엄명에 함부로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토요일은 하루종일 집 안에 갇혀서 정윤경의 누나 노릇에 어울려줘야만 했고, 그나마 밖에 나갈 수 있는 일요일에는 자꾸만 무서워지고 있는 정희은을 만나 그녀의 히스테리를 풀어줘야 했다.


 정희은이 싫어진 건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는 점점 자신이 알고 있던 상냥하고 자애로운 누나의 모습은 사라지고 분노와 집착이 어린 정윤경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그녀의 얼굴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이제는 차라리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내가 잘못한 걸까….'


 어쩌면 자신이 누나를 그렇게 만든 걸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녀도 말했었다. '너 없는 동안 누나는 너무 신경쓰이고 걱정됐다'면서.

 그렇다면 빨리 그녀에게 돌아가면 끝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우리 아가 예전처럼 되돌려놓는 것부터 해야겠어.'


 그녀에게서 자꾸만 보이던 정윤경의 그림자. 그것 때문에 아이는 정희은의 품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런 답답한 생활을 할 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조금씩 솟고 있었다.


'그래도….'


 정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가족이다. 그 누가 가족을 자기 마음대로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이렇게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다 해도 정희은이 원래 어떤 사람인지 정유진은 알고 있다. 조금만 함께 지내다 보면 자기가 알던 그 자애로운 누나로 돌아와 예전 같은 삶을 되찾을 것이고 이런 악몽 같은 일 따위는 다 잊고 살게 되리라.


 게다가 아무리 무서워진다 해도 친누나도 아니고 원래 자애로운 것도 아니며 떳떳하지 않은 일을 업으로 삼은 정윤경에게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도 그것만큼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힘들어도 같이 참고 견디자던 정희은의 말을 아이는 상기했다. 조금만 더 참자. 누나가 원래 모습을 되찾을 때까지 더 참고 기다려 주자.

 그렇게 생각하며 교문을 나와 학교 앞 문방구를 지나치며 걷던 그때였다.


"정유진!"


 웬 성인 남성의 목소리가 자신을 불러세웠고 아이가 그대로 멈춰서며 그쪽을 돌아보았다.


"어… 아저..씨..?"


 아이가 잠깐 낯설어하다가 지난날 병원에서 만났던 그 남자임은 기억해냈지만 이름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그래, 아저씨 기억하지?"


 임현재가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자동차 열쇠였다.


 조금은 험상궂게 생긴 외모였지만 정윤경과 함께 자신을 구해준 사람 중 한 명이었기에 아이는 뒷걸음질치지 않았다.

 그러나 임현재 쪽은 그 순진한 모습이 또 마음에 걸리는지,


"후우…."


 하고 아이를 내려다보더니 잠깐 한숨을 푹 쉬었다.

 뭔가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이의 물음에 임현재가 잠깐 답을 망설였다.

 그러다 적당한 말을 떠올렸는지 자세를 낮춰 눈높이를 맞추고는 운을 떼었다.






"...아저씨랑 잠깐 얘기 좀 할까."




====================




4막 종료.


떡밥 회수 타임. 이제 최종장으로....

짧은 것 같다면 미안. 어떻게든 연중엔딩 안내려고 버티고 있는 중이라서 그렇다




근데 잠깐 여론조사 좀 할게

게이들은 우리 유진이가 정윤경 / 정희은 중에서 누구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그냥 게이들 생각을 듣고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