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나같은 것들이 얼마나 있냐고?


음...나도  몰라.

너도 알다시피 우주는 꽤 넓고 내가 만나본 녀석들은 얼마 없거든.


물론 그녀석들은 인류에게 관심이 없어, 아니 이곳에 생명이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지


나보다 강한 놈?... 아마 있을걸? 뭐야 딴놈한테 관심이라도 있어?! 날 없에달라고 부탁하게!?


아...걱정...미안 내가 좀 흥분했네.

별로 신경쓰지마 너하나 지키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고. 놈들이 구태여 이 철덩어리 행성에 관심을 가질리도 없으니까.

.

.

.

원하는거?

음...인간의 기준으로 설명하기 어렵네.

일단은 너와 같이 있는거야. 저 별이 사라지기 전까지

수명? 걱정하지마 그런건 문제가 아냐.




"...후우..."


침대에서 일어난 얀붕이는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해 얀진이를 두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회사에 가서 뭐라 말해야 하나."


엄청 화낼거 같은데...


"일어났구나 얀붕아!"


내가 일어난 것을 알아차린 얀순이가 문짝을 열어젖혔다.


"좋은 아침"


이제 슬슬 그녀와의 아침도 익숙해 졌다. 매일 아침마다

 활기차게 맞이해 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얀붕이는 생각했다.



출근하니 얀진이는 나오지 않았다.

술먹고 아직까지 자고 있나 싶어 전화를 해봤지만 긴 전화음만이 울릴 뿐이었다.


"얀붕씨 혹시 얀진양이랑 연락 가능한가?"


"갑자기 무슨 일이죠?"


"아니 오늘 얀진양이 안와서 말이지 아무리 연락해도 받질 않아"


술먹고 어디 쓰러졌나?

혹시몰라 다시 전화를 해봤지만 당연하게도 받질 않았다.





얀진이는.

퇴근 시간이 되도록 타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니 부장님은 나에게 얀진이의 집에 가봐달라고 부탁했다.

어차피 걱정되어 갈려던 얀붕이는 흔쾌히 수락하고 곧바로 얀진이의 집으로 향했다.


"얀진아 집에 있어?"


불안한 마음에 몇번이고 문을 두드렸지만 차가운 정적만이 감돌았다.

다급했던 그는 문 손잡이를 잡았고.

문은 잠겨있지 읺았다.


집에 들어가자 얀붕이는 확신했다.


얀진이가 사라졌다.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같이 술마시고 난 뒤 무슨일이 생긴 거다.


"무슨"


머리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길가다 쓰러져 병원에 있나? 아니면 무슨 사고라도?

그때 같이 갔었어야 하는데 후회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회사에서 한통의 문자가 왔다.


 

근처 cctv에 그녀의 모습이 잡혔는데 어떤 여자와 함께 있었다는 문자내용과 함께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얀붕이는 황급히 동영상을 틀었다. 어두운 화면 속

만취 상태로 걷고 있는 얀진이 그리고



"...설마"




그길로 얀붕이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너...어제 어제 밤에 뭐하고 있었어!"


난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얀순이에게 가다갔다.


"얀붕아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빨리 대답해!"


얀순이의 팔뚝을 부여잡은 얀붕이의 목소리가 커졌다

불안. 초조

그런 얀붕이의 심정을 모르는 듯 그녀는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벌레를 퇴치했을 뿐이야."


벌레

그 두글자만으로 얀붕이는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이 미친 괴물새끼야! 얀진이를 어떻게 했어!"


이성의 실이 끊긴 얀붕이는 단숨에 멱살을 잡고 들어올려 집 전체가 울릴정도로 소리질렀다. 


"...왜 그년 걱정을 하는거야? 얀붕이는 날 사랑하는거 아니였어?"


"어쨌냐고!"


"얀붕이에게 달라붙는 벌레에겐 그에 맞는 죄값을 치르게 해줬지"


"똑바로 설명 하라고!"


얀순이는 내 분노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건 진심이다. 진심으로 자신이 한 행동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거다.


"아마 지금쯤 개한태 뜯어먹히고 있을걸? 가죽은 다 벗겨놔서 뜯기 편할 거야"


....

마지막 희망이 꺼졌다.

얀진이의 죽음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파고들었다.

몸에 힘이 풀려 얀붕이는 그대로 주저 앉았고 얀순이는 쓰러진 얀붕이에게 다가갔다.


"그깟 벌레가 뭐라고. 얀붕아 너에겐 내가 있잖아."


벌레.

벌레라고

얀순이는 마지막까지 얀진이를 벌레라 지칭했다.

요컨대 그녀에게 있어서 얀진이는 치워버려야 할 벌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불가능하다.

얀순이를 계속 봐온 그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통감했었다.

애초에 인간이 아닐 뿐더러 얀붕이보다 힘이 몇십배나 강한 얀순이다. 

자기 입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모르고  설령 받고 있더라도 한낮 인간이 상대할 범주가 아니였다.

그렇기에 


안면을 정확하게 강타당한 얀순이보다 때린 얀붕이는 더 놀랐다.


"끄윽!"


급습당한 얀순이는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자빠졌다.

동시에 얀붕이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붉은색 액체가 그의 손을 뒤덮고 있었다.


공격이...통한다.

 

"얀붕아...갑자기 왜그래?"


정면에서 안면을 강타당했는데도 그녀는 멀쩡히 얼굴을 들었다.

최소한 얼굴은 멀쩡하지 않았다. 

하지만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였다.

지금 얀붕이에게 든 생각은 하나뿐이였다.


얀진이에 대한 복수





둔탁한 주먹질 소리만이 거실을 가득 매웠다.




다음편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