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어깨 총상입니다만... 생각보다 위험한 곳에 탄환이 맞았고... 9mm이지만 할로 포인트˚처럼 탄환에 상처가 나 있고, 그로 인해 파편화˚˚ 효과가 나와서...”
오른쪽 어깨에 총을 맞고 쓰러진 얀붕이를 지켜보면서 의사가 담담하게 눈앞에 있는 그녀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얀붕이가 쓰러진 이후 눈에는 생기가 없어졌고, 그에게 자주 보였던 활발하고 활동적인. 밝게 빛나고 있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주 차가운 얼음 같은 사람이 되었다. 지금도 눈에는 생기를 잃은 채 그녀는 의사에게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래서. 수술은 성공이라는 것인가요?”
“그... 죄송합니다. 성공이라고 확실하게 답변을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치료를 한 상태이지만 파편이 된 탄환이 어깨의 동맥을 포함해서 위험한 곳에 들어 갔기에.. 오른팔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원상 복귀는 불가능에...”
그녀의 앞에서 조금 긴장했는지 땀을 흘리면서 의사는 병상에 누워있는 얀붕이의 상태를 그녀에게 하나씩 보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가 어떻게 말을 하더라도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처음부터 그는 끝났으니까.
“얀붕이의 수술이 성공적이지 않고, 완벽하게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좋습니다. 당신, 지금 당장 짐 싸서 이 병원에서 나가십시오.”
그녀는 감정이라고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의사에게 선고를 내렸다. 사유는 그저 얀붕이를 완벽하게 치료하지 못한 것. 사실 얀붕이는 의사의 말대로 생각보다도 위험한 상태였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얀붕이의 본래 상태보다 그 상태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의료진의 책임이 더 커진 상태였고, 그녀의 감정없는 말을 들은 의사는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꺼냈다.
“아.. 아가씨.. 하지만 절 포함해서 다른 수술대의 의료진들은 최선을..”
“그딴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에게 있어 얀붕이는 내 목숨이야! 나의 전부 그 자체란 말이야! 그런데도! 최선을 다한 게 겨우 그것 따위밖에 되지 않는다면! 그딴 의사고 의료진이고 전부 필요 없단 말이야! 다시 말합니다! 당신은 해고입니다! 그 책임을 지고! 지금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
평소에는 전혀, 평생을 살면서 화를 내지 않을 것 같았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올리면서 눈앞에서 말도 되지 않은 변명을 한 의사를 향해 말했다. 지금의 상태가 생각보다도 많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의사는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수긍하고 그대로 병실을 빠져나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 의사가 나가자마자 화를 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녀는 말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얀붕이의 손을 잡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얀붕아.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너에게 사실을 말해줬으면.. 네가 이렇게까지 상처입지 않았을텐데.. 정말로 미안해 얀붕아.. 널 상처입힌 그년을.. 내 손으로 처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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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가씨... 제발.. 용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가씨!!”
이곳은 원래 얀붕이와 그녀가 함께 있었던 Alpha A3. 하지만 이곳에는 얀붕이는 없었고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이 벗겨져 벽에 팔다리가 매달려 있는 여자와 생기 없는 눈으로 말 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녀만이 존재했다.
“아가씨..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용서를...”
벽에 매달려 있는 그녀는 다름 아닌 얀붕이를 권총으로 쏜 그녀였다. 얀붕이를 총으로 쏘았던 그때 보여주었던 모습은 완전히 보이지 않았고 그저 눈앞에 있는 그녀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만을 구하고 있었다.
“용서..? 제가 당신을 용서할 거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말을 하곤 바로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권총의 총구를 이젠 벽에 매달려서 용서를 구하고 있는 그녀의 머리에 겨누었다. 비록 권총이지만 사람을 사살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총구가 자신의 머리로 오자 더욱 목소리를 높이면서 용서만을 구하고 있었다.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아가씨..!!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겐.. 연인이.. 있습니..”
“연인? 그래요. 연인!! 듣기 너무나도 좋은 말이네요!!! 그런데... 당신은... 제게 연인보다 더 소중한 그런 사람을 상처입혔어!! 제게 있어 그는 연인 이상! 가능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부부가 되어서 혼인신고도, 결혼식도 올리고 싶은 그런 사람을!! 네년이 그 더러운 손으로 상처입혔어!!”
“아..가씨.. 제..발..”
“닥쳐!! 넌 네가 무슨 짓을 한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어차피 그 상태로는 절대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넌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네가 한 짓은... 그저..!!”
그녀는 이미 이성을 거의 놓은 상태였다. 방금 있었던 의사에게 해고라고 말하는 것보다도 더욱 분노에 차 지금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그녀를 향해 일말의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 정도로. 눈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고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는 그녀를 당장이라도 이 세계에서 사라질 수 있게 만들 정도로.. 그렇게 그녀는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방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스피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가씨! 방금 담당의에게서 들려온 소식입니다! 현재 의식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조금만 지나면 전부 사라질 것 같았던 이성의 끈을 어떻게든 붙잡고 눈앞에서 반쯤 기절해있는 그녀의 머리를 노리던 총을 내려놓고 조용히 두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기도가 아닌 얀붕이가 다시 자신의 품에 돌아왔다는 안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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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으...”
빌어먹을... 아주 익숙한 천장이야. 어떻게 된 게 병원 천장이라는 것은 내가 어릴 때 나 지금이나 전혀 바뀐 게 없어... 그냥 하얀색에 빛나는 형광등이나 전구 하나. 예전부터 봤었던 그 망할 모습이네.
“얀붕아... 얀붕아아... 이.. 일어 난거야?!”
으.. 그렇다고 내 몸 흔들면서.. 만지지.. 말란 말이야.. 안 그래도 어깨가 아파서 진짜 죽겠는데.. 또 눈물 흘리려고 글썽대고... 바보 같이..
“울지 마. 이 바보야...”
“얀붕아.. 얀붕아아아... 나... 나.. 히끅.. 얀붕아아아!!!”
으으으윽... 그러니까.. 흔들면서 만지면... 머리가 흔들린다고..! 어깨도 같이 흔들려서 두 배로 어지럽고 아프단 말이야..
“너... 여긴... 어디야...”
“히끅.. 흐끄윽.. 여.. 흑... 기는...”
울거나 말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하란 말이야... 도대체.. 울면서 말하면 이해도 되지 않는데... 으윽.. 또 흔들어.. 저 바보가... 아프다고..!!
“일단.. 진정 좀 해봐...”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도를 할 가치는 있겠지..
“쓰다듬어 줄 테니까... 조금만... 진정 해.. 봐...”
“히.. 끄.. 으으... 히끄.. 으윽... 헤...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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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진정은 되었.. 으윽..”
“가.. 간호사아아...!! 얀붕이가 죽어가아..!!!”
아직 안 죽었고, 전혀 안 죽어가 이 망할 자식아! 오히려 네가 울면서 엄청나게 내 몸을 흔들어 대는 너 때문에 진짜로 아파서 쇼크사로 죽을 뻔했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여긴 어디야?”
“여긴.. 얀챈 제1 종합 병원이야. 네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얀챈 그룹 소속의 병원이야.”
얀챈.. 그룹이라고? 안 그래도 뉴스에서 그 개자식들 기사라도 나올 때마다 토악질이 나올 것 같은데 여기가 그 망할 그룹의 소속 병원이라고..?
“...나와. 지금 당장 이곳을 나가게.”
“절대 안 돼! 이곳을 빠져나가면 치료는 어떻게 받으란 말이야! 절대 안 돼!”
“날 막지마! 그리고 너! 날 납치하면서 날 알고 있는 모양인데.. 내 과거는 모르는 모양인가 보지? 미안하지만 난 이곳은 절대로 질색이라고! 지금 당장 빠져나가게 비켜!”
“절대 안 비켜 줄거야! 안 그래도 위험한 상태인데! 절대로 안 비켜!!!”
빌어먹을... 나는 그런 그룹의 병원 따위는 이용도 하기 싫었단 말이야! 잠깐만.. 애초에 내가 다친 곳은 그 하얀 복도였을텐데.. 어떻게 내가 이곳에 와서 치료를 받은 거지? 그럼.. 쟤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너.. 넌 도대체 정체가..”
“아가씨! 급하게 부르시길래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잠깐만.. 아가씨? 방금 내가 들은 게 아가씨란 말이야?! 그럼 쟤는.. 혹시 이 빌어처먹을 자식은..!!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지금 당장 말해!! 네년 정체가 도대체 뭐냔 말이다!!”
“...알겠어. 내 정체는... 현재 얀챈 그룹 회장의 손녀. 네가 그렇게도 싫어했던 그 사람의 손녀인 얀순이야.”
***
yO! 얀붕이 친구들 안녕!
솔직히 말해서 이 전개가 엄청나게 급전개가 되는 기분이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빌드업이라 생각하고
재미있게 봐주었으면 좋겠어!
계속 봐줘서 정말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