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얀순."


머리가 치덕거릴정도로 내게 포션을 부어대는 검은 머리의 청초한 미인. 평소에는 쿨하고 말이 적어 나와 친해지고 싶지 않을 줄 알았다.


 "포션 그만부어."


 "시..싫어... 죽지마.. 죽지말라고.."


 "씨발 포션 그만 부으라고"


어릴때부터 나는 입이 험했다. 


 "아니 씨발."


머리는 계속 떨어지는 포션으로 인해 질척했고, 눈이 감겨 잘 떠지지 않는다. 몸은 바다에 잠겨 익사한 시체마냥 축 늘어져서 온몸에는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죽지말라고.. 죽지말라고.. 제발.. 얀붕아.. 죽지마..."


 "야. 나 지금 잘 안보이거든. 눈도 침침한게, 목소리도 좀 막히는 거 같고. 아무튼"


내 묫자리 정도는 나중에 정할 줄 알았더만. 


 "어짜피 포션 부어도 못 살아나니까. 유언정도는 좀 얌전하게 들어라 제발."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조금의 미동조차 없었던 계집애가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


 '이래선 포션인지 눈물인지'


 "야, 지금 너 때문에 뒤진거 아니니까. 죄책감.. 은 가질련지 모르겠지만, 죄책감 갖지말고"


 "얀붕아.. 제발.. 죽는다고 하지마.."


 "아. 지랄말고 더이상 못살아. 내가 내몸은 제일 잘 안다고 했잖아"


곧 분명하게 숨이 끊어진다. 


애초에 둘만으로는 이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없다. 이미 얀순이도 알고 있었을테고. 나도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지만. 그렇지만 그 누구도 생색내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다.


 "그냥 잔말말고 들어. 일단 우리 누나한테 나 뒤지면 나오는 사망보험금 전부 돌려놔. 누나 나 때문에 남자하나 제대로 못 만났었으니까. 이젠 결혼도하고 행복하게 살라고 전해줘."


 "........."


 "그리고 너 이년아. 던전 같은거 알아볼때는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팀원들하고 상의라도 하던지. 너가 강하다고해서 모든 사람들이 전부 너만큼 강한건 아니니까."


얀순의 눈에 당혹스러운 빛이 맴돌았다.


 "내가.. 강하다고...?"


 "어. 그동안 인정하기에 자존심도 상하고해서 인정 안했는데, 뒤지기 직전에 자존심 세워봐야 뭐하겠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넘어가려는 숨을 간신히 붙잡고 마지막으로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을 전했다.


 "너도 행복해지길"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얀순이가 행복해지길 원했다. 


 '너도 만만찮게 불쌍하니까'


천천히 눈이 감겼다. 세상은 검게 불들고 귀에 물이 찬 듯이 고요함에 짓눌렸다.




*


 "나는... 너의 죽음을 인정 할 수 없어"


눈물로 번진 얼굴이 생기없이 새하얗다. 분명 마지막 공격은 내가 맞았어야했다.


 '검후'


단지 허울뿐인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강하다는 자각은 있었다. 그렇지만 그 이름이 갖는 무게는 우스웠다.


뭐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 점점 동료들은 떨어져나갔다. 혼자가 편했지만 어쩐지 외로웠다. 


 '야'


처음에는 신경도 주지 않았다.


결국 자신을 이용하고 도망가거나, 독단적인 행동에 지쳐 떠나갈 것이 분명하니까.


그럼에도 얀붕은 조금 달랐다. 검후? 힘? 상관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내가 얼마나 강하든 신경쓰지 않았다.


 '야 씨발련아. 너 니 좆대로 하지좀 말라고'


자신의 의견은 굽히지 않고. 점점 나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처음 그 차이는 지렁이와 호랑이 정도의 차이였을텐데.


죽기 직전에 보여줬던 그 움직임은 나조차도 넘어버렸다. 그게 갑자기 나왔던 힘이든, 지금까지 쌓아왔던 힘이든.


얀붕은 살아있었다면 나 따위는 그냥 넘어버렸을것이다.


 "근데"


 "그 따위 이유보다도"


 "왜 나는 너가 사라졌다는 것에 더 슬픔을 느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