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cm의 작은 키

창백한 피부의 음침한 분위기지만,

타고난 고혹적인 고양이 눈의

도화살을 지닌 얀순이.

4차원적인 사고 방식이 귀여운 것이 아닌

또라이같은 방향으로 흘러간지라

그녀의 외모를 시기질투한 일진 얀진이들에게

처절하게 왕따당했다.

그렇게 그녀의 어둠은 점점 깊어져만 갔는데

어느 날 얀순이 반에 한 남학생이 전학왔다.


"안녕, 난 얀붕이야. 우리 친하게 잘 지내보자."



아이돌같은 여리한 인상의 미남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강골, 장군의 상을 품은

기백있는 외모에 그에 걸맞는 체격.

중후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목소리는

위압감까지 뿜어나왔다.

그의 눈길은 반 아이들은 훑어봤고

얀순이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얀순이는 화들짝 놀라 얼른 눈을 피했다.

그것은 마치

죄악의 삶을 살던 창녀가 성자의 거룩한

손을 맞잡는 듯한 수치심, 황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왕따 당하며 수치스런 일들을 당할 때만 뛰던

심장이 그의 존재만으로 뛰기 시작했다.

얀순인 그를 감히 제대로 쳐다보지는 못했지만,

흘끗흘끗 훔쳐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얀붕이와 말이라도 붙여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


얀붕이는 확실히 걸출했다.

반 친구들과 빨리 친해졌고 어느새 무리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남학생들을 이끌고

쉬는 시건이면 나가 축구를 했고,

교실 안에선 여급우들과도 즐겁게 어울리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럴 수록 그를 향한 얀순이의 동경은

점점 깊어져갔는데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그녀를 괴롭히려고

얀진이 패거리가 다가왔다.



"야, 너 뭔데 자꾸 얀붕이 훔쳐보냐?

너 얀붕이 좋아하냐?"


그 말에 순간 얀순이는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뛰어댔다.

그 모습을 본 얀진이는 더 짓궂어졌다.


"뭐야~ 이년 얼굴 빨개지는거 봐 ㅋㅋㅋ

너 혹시 얀붕이 생각하면서 자위하고 그러냐?"


죽고싶을 정도의 수치심이 얀순이를 덮쳤다.

왜냐? 사실이니까!

하지만 걸리면 절대 안됐기에 

얀순인 절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얀진이는 괴롭힘의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얀붕아~! 얀붕아~!"


멀찍이서 폰을 보고있던 얀붕이가 대꾸했다.


"왜?"


그러자 얀진이가 신이라도 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가 너 좋아한데~ 미친 ㅋㅋㅋ"


그러자 반 학생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얀순이를 향한 조소가 섞인 비웃음 말이다.

하지만 전학생이었던 얀붕이는 알턱이 없었다.


"뭐? 장난하는 거야? 뭐야?"


얀붕이는 긴가민가 하면서 얀순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럴 수록 얀순이의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고, 체온도 

또한 높아져갔다.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

이미 눈에선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얀순아, 장난이야 아님 진심이야?"


얀붕이는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물어봤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얀진이가 끼어들며 말했다.


"얘 완전 걸레에 왕따야, 너 생각하면서

자위하고 그런데 ㅋㅋ 너 체육복 같은 거

잘 챙겨라? ㅋㅋㅋ"


얀진이는 인싸 얀붕이가 자기와 같은 부류일 거라

생각하고 그도 왕따 가해자가 되게끔 부추기려했다.

그러나


"얘를 왜 왕따를 시켜? 뭐 큰 잘못했어?"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당황한 얀진이가 말까지 버벅거리며 말했다


"아.. 아니; 기분나쁘고 음침한 년이 너 자꾸 훔쳐보니까.."


그 말을 들은 얀붕이가 거세게 쏘아붙였다.


"근데 쟤를 왜 괴롭혀? 내가 너 기분 나쁘면

똑같이 따시켜도 되냐?"


얀붕이의 눈매와 목소리에서 나오는 위압감에

완전히 압도되어 얼어붙은 얀진이

그녀는 대꾸도 못하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미..미안해.."


그런 그녀를 내려보면서 경고했다.


"쟤랑 잘 지내라 어째라 안 할 건데,

그냥 쟤 건들지도 말고, 신경 쓰지도 마. 알았냐?"


얀진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자 얀붕이가 울고있는

얀순이에게 고갯짓하며 말했다.


"얀순아, 나와."


......,


운동장 계단에 걸터앉은 두 남녀.

그들의 손엔 아이스크림이 하나 씩 들려있었다.

얀순인 아무 말 못하고 바닥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고, 얀붕이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먼저 말을 꺼냈다.


"나 좋아한다는 거... 그거 진짜야?"


그 질문에 얀순이의 머릿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했던건


'이 년 너 생각하면서 자위한대'


라는 오해를 풀.. 아니 적어도 붕이는 오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다급해지면 뇌기능이 저하라도 되는 것일까?


"나 너 생각하면서 자위한 적 없어!"


말같지도 않은 말을 꺼내버린 얀순이.

하지만 얀붕인 배려심있는 신사였다.

상대방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대화를

잘 유도했다.


"알어~ 아까 그 못된 년들이 너 괴롭히려고

그딴 소리한 거."


얀순이는 그의 음성에 안도감이 북받쳐 올랐고

금새 울음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런데


"저기... 나 좋아해줘서 고마워. 근데

나 사귀는 애가 있어서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