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재부팅 완료. 로그 요원 감지.]

 

“씨발 안다고! 안다고!”

 

손목에 있는 주황빛을 빛내고 있는 시계를 뒤로 두고 자동소총의 탄창을 새로 끼웠다. 주변에는 떨어진 탄피들이 전투가 격렬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씨발. 씨발! 씨발!!”

 

“꼭꼭 숨었니?”

 

 

 

어느날 아침. 아무도 환영받지 않는 격리구역의 고층 빌딩에서 한 현수막이 걸리고 줄에 매달린 요원들의 시체가 겨울바람에 흔들렸다. 

 

‘얀붕 요원 안 오면 디비전 요원을 족족 죽여버리겠다.’

 

펄럭이는 현수막의 글에 다른 요원들과 피신해있는 시민들의 눈살에 떠밀려 장비들을 챙기고 고층 빌딩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들어가자 주황빛의 시계가 미친 듯이 반응을 보였다.

 

[로그 요원 감지. 1차.....시스템....재.....재부.....]

 

“왔구나! 얼마나 기다렸는데!”

 

입구에 들어가자 접수처 위의 2층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놀라 위를 바라보니 역시 그녀였다. 금발을 포니테일로 묶고 미소짓는 푸른 눈길을 얀붕에게 보내주고 있었다. 손에는 한 자루의 저격 소총이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그 무엇보다 목에 목걸이처럼 주황색 시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빛을 발했다. 

 

“누나! 누나 맞아?”

 

얀붕의 누나. 뉴욕에 투입한 1차 요원. 전부 다 죽은 줄 알았는데, 누나가 살아있었다. 누나를 따라서 요원이 되었고 2차로 뉴욕에 투입해서 미친 듯이 전 뉴욕을 수색했다. 하지만 누나의 흔적은커녕 식별조차 발견되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다.

 

“기다려봐. 내려갈게!”

 

2층 난간에서 뛰어내려 부드럽게 착지를 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아~~~ 좋다. 이대로 계속 있고 싶다. 많이 큰 거 아냐? 내가 올려다보는 것이 말이 돼?”

 

얀붕의 얼굴을 한 번 쓰다듬어주며 바라보고, 다시 안아주고. 얀붕은 그런 누나를 밀쳤다.

 

“잠깐만. 돌았어? 이곳에 오는 요원들 다 죽인 거야?”

 

누나의 눈이 살짝 무서워졌다.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서 얀붕의 목을 겨누었다.

 

“너 누구야. 얀붕이 아니지. 내 얀붕이는 그런 소리 안 할 텐데. 개새끼들. 본진을 폭발시켜야 하나?”

 

그리고 얀붕의 시계를 강제로 들어 올려 조작을 하자 두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아냐! 내 얀붕이야! 내 동생이야! 아! 그래도 사랑하는 이의 얼굴까지는 못 따라 하구나. 다행이야!”

 

웃으면서 이리저리 얀붕의 주변을 빙빙 돌며 강아지처럼 냄새를 킁킁 맡았다. 

 

“그래, 맞네. 내 동생은 이렇게~ 사랑스러운 냄새가 나는데.”

 

[“얀...순....요....원.....들리나? 얀....순....요.....”]

 

지직거리며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얀순이가 얀붕의 시계에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 얀붕을 올려다봤다.

 

“이 여자 누구야. 누나밖에 없다고 했잖아.”

 

얀붕이 다시 누나를 밀쳤다. 

 

“누나 미쳤어? 정신 나갔어? 생각해보니까 아까부터 무슨 말이야! 마치. 마치.”

 

“연인처럼 말한다고? 맞아. 나 너 사랑했었어. 아니, 지금도 사랑해. 미래에도 사랑할 거야.”

 

그리고 뒤를 이어 깨달았다는 듯이 머리에 검지를 올리면서 웃었다.

 

“아! 맞아. 까먹고 있었어. 너를 너무나 사랑해서. 네 여친. 내가 죽였는데. 모르지?”

 

1차 요원 투입과 동시에 실종된 여자친구의 흔적. 다른 요원의 말에 찾아가 보니 발가벗긴 채로 십자가에 매달려 처참히 죽어있었다. 특히 수많은 칼자국 아래에 자궁과 심장이 도려나 있었다. 상실감과 분노감이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누나가. 네가. 감히.”

 

“좋아! 화내! 이 빌어먹을 세상에 화내! 이 전염병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나만 바라보고 있잖아! 어떤 수를 쓰더라도 나를 안보더니! 아! 좋아! 그 눈!”

 

두 팔을 활짝 벌려 더욱더 도발했다.

 

“그리고 네 여친. 귀엽게 울더라.”

 

그리고 시계를 조작하자 두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친 자의 웃는 목소리와 구걸하는 비명의 목소리. 이성의 끈이 뚝 하고 끊겼다. 돌격소총을 들어 올려 곧바로 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얀순이는 연막과 함께 웃음소리를 남기며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는 천장을 향해 로프를 타고 올라갔다. 얀붕이가 연막을 해치고 위를 향해 사격을 가했으나 커다란 총소리와 함께 가슴에 충격이 전해져왔다. 심장을 겨누고 똑바로 쏜 것이다. 만약, 본부에서 준비해준 특별한 방탄이 아니라면, 평범한 방탄이라면, 이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아. 씨발. 그래도 아프네.’

 

여전히 전해져 오는 충격에 쓰디쓴 인상을 쓰고 어느새 사라진 천장을 바라보고 올라가고자 줄을 잡았다.

 

“어? 올라오려고? 줄 타고 올라오면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야!”

 

미치광이의 웃음이 뒤로 사라지자 얀붕이는 진땀을 닦으며 줄을 놓았다. 부비트랩일 수 있었다. 결국엔 계단 문을 박차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잉~ 부비트랩 없단 말이야. 누나는 사랑스러운 동생을 죽이기 싫은걸? 아. 그래도 살짝 그 뒤로 다른 여자랑 잤는지는 궁금하네?”

 

계단을 타고 교태 같은 얀순이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에 응답하려고 계단 틈으로 소총을 갈겼다. 하지만 정신병이 심각해지는 것 같았다.

 

“화끈해! 잠자리에서도 화끈할까? 빨리 올라와! 누나가 침실 만들어놨으니까! 여친하고는 비교도 안 될걸?”

 

계속 여자친구를 빌미로 도발을 감행하고 있었으나 얀붕이는 도발에도 걸릴 정도로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미친 자의 웃음소리를 쫓아가며 어느새 막아놓은 계단을 바라보았다. 문은 마치 들어오라는 듯이 빼꼼하고 열려있었다. 문을 소총으로 조심스럽게 열자 탄이 날아와 총신을 박살 냈다. 그것에 대응하려고 자동 터렛을 아무 방향으로 던졌다.

하지만 자동 터렛이 몇 번 반응하더니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터렛도 없고, 오면서 사용한 물품들로 가방은 텅텅 비어있었다. 

 

“헤헤헤. 비겁하게 안 할게. 나와. 페어플레이 하자. 아직, 너 돌격소총 있잖아.”

 

얀붕이가 남아있는 돌격소총의 탄창을 확인했다. 끼어있는 것까지 포함해서 3개. 승산은 있었다. 문을 박차고 점사로 아무 방향을 향해 제압사격을 가하며 주변을 빠르게 바라보았다. 평범한 사무실. 저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얀순이가 보였다. 그걸 알아챈 찰나 두 번째로 가슴에 크나큰 통증이 느껴왔다. 다시 한번. 심장을 노리고 정확하게 사격했다. 머리나, 다른 제압 부위가 있을 텐데. 이를 빠득 갈며 사무실의 책상 뒤로 엄폐했다. 종종 들려오는 총성에 손만 내밀어 사격을 가했다. 

 

“그만 얼굴 좀 보여줘. 다시 보고 싶다.”

 

“그러면 탄에 맞던지!”

 

그리고 얼굴을 내밀어 얀순이가 있는 위치로 정확하게 사격을 가했다. 얀순이가 엄폐를 하며 연막을 터트렸다. 고개를 다시 숙였다. 탄창을 꺼내서 아직 탄이 있음을 확인했다.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얀붕이의 머리가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슬슬 게임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꼭.꼭.숨.어.라. 머.리.카.락.보.일.라.”

 

목소리와 함께 빛을 발하는 전등이 하나, 두 개 꺼지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오로지 내가 있는 위치의 전등 환하게 켜졌다.

 

“꼭.꼭.숨.어.라. 머.리.카.락.보.일.라.”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몇 번 쏘니 탄이 떨어졌다. 급격하게 좌절감이 들기 시작했다. 

 

[시스템 재부팅 완료. 로그 요원 감지.]

 

“씨발 안다고! 안다고! 씨발. 씨발! 씨발!!”

 

“꼭꼭 숨었니?”

 

탄창을 새롭게 갈아 끼웠다. 얀순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태도, 흥분도, 분노도, 그 어떠한 감정도 없는 목소리였다.

 

“이제 재미없다. 게임 끝내자.”

 

얀붕이가 얼굴을 들어 올렸다. 해당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사격하도록. 하지만 얀순이는 바로 코앞에 얀붕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격소총의 개머리판으로 얀붕이의 머리를 아주 세게 가격했다. 머리가 어질해짐을 느끼며 고통을 느껴볼 시간도 없이 눈앞이 흐려졌다. 

 

“.....잡았다.”

 

마지막 목소리를 끝으로 필름이 끊기게 되었다. 

 

 

무언가가 차가운 것이 확하고 끼얹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니 속옷만 입은 얀순이가 빈 통을 버리고 수건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은 따뜻했다. 침대에 누워있었으나 양 손, 양 발은 밧줄로 꽁꽁 묶여있었다. 속옷만 똑같이 남겨두고 얀붕이는 발가벗겨져 있었다. 얀순이가 침대 위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두 눈은 어떠한 감정인지도 읽어낼 수 없었다. 얀붕이 위에 앉아서 물을 다 닦아내고 권총을 들어 올렸다.

 

“질문 1. 그 뒤로 다른 여자랑 잤어? 안 잤어?”

 

“뭔 소리.”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권총으로 얀붕이의 어깨를 가격했다. 망치로 세게 맞는 기분이었다. 

 

“내가 이기지 않았나? 질문에 답해.”

 

권총으로 얀붕이의 입에 쑤셔 넣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눈이었다. 슬픔의 눈. 제발 아니라고 대답해주라는 눈. 말하라고 권총을 뒤로 빼냈다.

 

“애초에 섹스도 못 해봤다고. 상황 터지고 이렇게 된 거 아냐.”

 

만족스러운 대답에 특히 관계도 가지지 않았다는 말에 함박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질문 2. 누나를 여자로 바라본 적 있어? 없어?”

 

“없어.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잖아.”

 

어깨에 다시 한번 고통이 느껴졌다. 두 번, 세 번, 네 번. 어깨에 감각이 사라졌다. 그리고 얀순이가 권총을 들어 엄지발가락을 향해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어마어마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내려다보니 엄지발가락이 사라졌다. 얀순이가 소독약을 부어버리고 붕대로 빠르게 감아주었다. 

 

“안심해. 죽이지 않아. 다시 한번. 대답해줘.”

 

“씨발...알았어...봤어. 어릴 적에. 누나 가슴 보고...”

 

얀순이가 감격에 차오르는 표정으로 브래지어의 끈을 풀었다. 살짝 큰 가슴이 두 눈앞에 나타났다.

 

“이 가슴? 말하지 그랬어? 보여줬을 텐데. 흠~ 내가 원하던 대답은 나를 상대로 첫 자위를 할 때였는데. 누나 부르면서 성대하게 갔으면서. 뭐. 그럭저럭 만족한 대답이야.”

 

그리고 본인의 가슴을 가리며 권총으로 심장을 겨누었다.

 

“나도 이 짓거리 하기 싫어. 다음 말에 똑바로 답해.”

 

얀붕이가 침을 꿀꺽 삼켰다. 차라리 죽을까.

 

“나 사랑해? 안 사랑해? 솔직히 말해도 돼. 오히려 이거 거짓말하면 방아쇠 당길거야.”

 

솔직한 대답. 얀순이의 눈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옛날에는 가족으로 사랑했어. 지금은...안 사랑해.”

 

“그렇...구나.”

 

얀순이가 살짝 슬픔에 잠긴 눈으로 권총을 내렸다. 얀붕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려고 하는 찰나 얀순이의 두 눈이 급속도로 미쳐가며 다른 한쪽의 엄지발가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다시 한 번의 고통과 비명 속에 얀순이가 미친 사람처럼 말했다.

 

“지금까지 내 옆에 없었으니까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거네? 그러면 지금부터 내 옆에 있으면 나를 사랑하는 거겠지! 그러면 이제부터 나만 바라보게 하면 되겠네!!! 나만 있으면 평생을 나만 사랑하겠지? 걱정하지 마. 여긴 디비전 개새끼들도 못 찾는 곳이야.”

 

잠시 숨을 가다듬고 얀순이가 질문을 했다.

 

“또 다른 질문. 나 사랑해? 아니면 나 좋아해?”

 

얀붕이는 여전히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미친 웃음소리를 들었다. 여전히 비명을 지르는 얀붕이를 뒤로하고 얀순이가 웃으면서 재차 질문했다.

 

“빨리. 빨리. 듣고 싶어. 나 사랑해? 아니면 나 사랑해?”

 

얀붕이가 고통 속에서 다시 기절했다. 눈을 다시 떠보니 침대에 여전히 묶여있었지만, 얀순이가 그 위에서 새근새근 잠들고 있었다. 엄지발가락은 치료했는지 붕대로 묶여있었다. 조용히 꿈틀대기 시작했지만 오른 어깨는 말을 듣지 않았다. 마비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왼손으로 조용히 주변의 상황을 더듬었다. 상황은 최악으로 가기 시작했다. 일부러 여자친구를 들먹이며 본인의 감정을 휘둘리게 했고, 그 함정에 스스로 걸어갔다.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다. 얀순이가 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얀붕이의 몸 위에서 행복하듯이 두 눈을 마주 보았다.

 

“이런 순간을 얼마나 꿈꾸어 왔는데. 드디어 이루어졌어.”

 

얀붕이가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얀순이가 히히 웃으면서 가슴을 간지럽혔다.

 

“나도 알아. 지금 상황에서 너는 나의 마음속에 안 들어오겠지.”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방탄까지 챙겨입고 뒤를 돌아보며 말해왔다.

 

“그거 알아? 내가 왜 너의 가슴만 겨누고 쐈는지. 팔이나 다리 날려버리면 그만인데.”

 

얀붕이가 호기심의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얀순이를 쳐다보았다. 얀순이가 다가와 뺨에 입을 가볍게 맞추고 답변을 주었다.

 

“너의 마음만을 잡기 위해서.”

 

얀순이가 한 옷장 문을 열자 얀붕이는 탄식을 흘러내렸다. 온갖 총기류들이 검은빛을 발하며 얀순이를 환영해주고 있었다. 얀순이가 아무 총을 집어 들고 얀붕이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주고 문밖으로 나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엄지발가락의 고통도 사라졌고, 오른쪽 어깨, 팔의 신경이 박살이 나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로지 왼손만 말을 듣고 있었다.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하고 목도 마르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잠만 자는 것도 싫었다. 탈출하고 싶어도 주변에 날붙이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깨끗한 장소였다. 잠시후 계단에 무거운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요원인가? 아니면 얀순인가?’

 

잠시 갈등하다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이 맞는다니까. 이곳에서 흔적이 끊겼다고.”

 

“그러면 진입준비를 하자. 신호에 맡길게.”

 

요원들이었다. 얀붕이가 기쁨에 가득 차서 소리를 질렀다.

 

“여기야! 여기라고!! 나 여기에 있어!!!”

 

문이 열리며 들어온 것은 얀순이였다. 얀순이의 손에는 피범벅이 되어있는 시계 2개가 빛을 발하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시계 2개에는 요원들의 대화가 흘러나오고 곧이어 총성에 비명을 지르며 조용해졌다.

 

“여기에 아무도 못 온다니까? 그나저나 배고프다. 너도 배고프지?”

 

얀붕이가 충격에 표정이 일그러져 얀순이를 바라보았다.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아. 이거? 부비트랩에 어떤 요원 몸이 폭사하더니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어. 헤헤.”

 

잘했냐는 듯이 웃어 보이며 두 눈을 빛내 보였다. 한 손에는 물, 한 손에는 빵을 들고 다가왔다.

 

“빵? 어떻게..”

 

“흠...아직 밀가루가 남아있으니 어떻게든 만들어봤는데. 왜? 지금까지 영양가 없는 전투식량만 먹은 거야? 본부가 그렇게 열악해?”

 

그리고 얀순이가 한 번 웃어 보이며 얀붕이의 두 눈앞에서 빵을 먹어치우고 보란 듯이 물을 일부러 흘리면서 마셨다. 마치 남아돈다는 듯이.

 

“날 사랑한다면 먹게 해줄게.”

 

얀붕이가 꼬륵 거리는 배를 바라보며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얀순이를 바라보았다.

 

“적이 준 것을 먹느니, 차라리 굶어 죽겠어.”

 

얀순이가 씨익 웃으면서 옷을 벗고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야...샤워까지? 어떻게 된 집이야.’

 

얼마 지나자 개운하다는 듯이 물기를 탈탈 털며 목욕 가운을 걸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얀순이가 얀붕이의 상처를 정성스럽게 치료하고 다시 위에서 얀붕이와 눈을 마주치며 잠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상한 동거를 시작한 지 며칠이나 흘렀는지 모른다. 근육이 붙어있는 얀붕이의 몸이 약하게 보일 정도로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아음. 맛있어.”

 

얀붕이가 두 눈앞에 버터를 빵에 바르고 먹는 얀순이를 바라보았다. 배고팠다. 목말랐다. 풍요롭게 생활하는 얀순이의 모습에 한계가 오고 있었다.

 

“사랑한다면 준다고 했었지?”

 

얀붕이가 마지막으로 힘을 쥐어짜 말했다. 얀순이가 그런 얀붕이를 가만히 봤다.

 

“물론.”

 

“어떻게 해주면 될까? 응? 사랑한다는 말? 키스? 애무? 섹스? 뭐든지. 하라고만 하면 해줄게. ”

 

얀순이가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가와서 털썩 옆에 누웠다.

 

“그럼. 하루 동안 나 사랑한다고만 말해줘.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줘. 정성스럽게 말해줘. 연인에게 대하듯.”

 

“사...사랑해. 사랑해...”

 

그렇게 조용한 방에는 얀붕이의 죽기 일보 직전인 사랑한다는 말만 들려오고 있었다.

 

“응. 정확하게 24시간. 수고했어. 자. 입 벌려봐.”

 

얀붕이의 벌린 입에 얀순이가 물을 흘려주었다. 밥도 주었다. 얀붕이가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얀순이가 가끔 먹이다가 멈추고 물어보았다. 

 

“나, 사랑해?”

 

“응. 아주 사랑해. 이제 너 없으면 안 돼.”

 

얀붕이의 말에 얀순이는 끝까지 먹이고 얀붕이의 속옷을 내렸다. 얀순이도 속옷을 벗고 얀붕이를 내려다보았다.

 

“사랑한다면 알지?”

 

“해! 해도 돼! 나 버리지 말아줘. 뭐든지 할게.”

 

얀순이가 승리의 교성을 내지르며 그날 일어나서 물을 마시는 얀순이의 허벅지에 정액이 흘러 내려왔다.

 

“어디가. 안 돼. 나 버리지 말아줘.”

 

그 뒤로 왼손으로 강아지처럼 기어가는 얀붕이가 나가려는 얀순이의 발목을 잡았다. 정말 강아지와 같은 눈빛에 얀순이가 어찌할 줄을 몰랐다. 얀순이가 쭈그리고 얀붕이의 눈높이를 맞추면서 말해왔다.

 

“사랑한다고 키스하면 안 갈게.”

 

얀붕이가 몸을 날려 얀순이 몸에 올라타서 키스를 해주었다. 얀순이가 말을 했다.

 

“나 이제 정말 사랑해? 연인으로 해도 될까? 너랑 결혼해도 될까?”

 

얀붕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제발. 내 옆에만 있어 준다면. 영원히 사랑할게. 그냥 이 방에서 나가지 말자. 응?”

 

얀순이가 키득거리며 그런 얀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디비전들도 워싱턴으로 간 모양이야. 이제 이 세상에는 우리밖에 없어. 서로를 바라보며 살자. 늙어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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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디비전 돌리다 핵쟁이 만나서 현자 타임에 써봄. 도대체 핵을 왜 쓰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