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네 가족은 조금 별난 점 몇가지를 빼면 평범한 가족이었어.



아내와 남편은 결혼한지 30년차인데도 아직도 신혼처럼 불타듯 사랑했고.


둘 다 백수여서 하루종일 집에 있는데도 부딪히는거 없이 서로를 사랑했고.


...아무튼 서로를 엄청나게 사랑했다는거야.



그 나이가 되도록 사랑한다는건 아주 드문일이었지. 아주 드물었어.



 그런 얀붕이와 얀순이 사이에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얀희.





어렸을때는 아빠한테 죽자고 안기고. 커서 아빠와 결혼하겠다고 이야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어서 울기라도하면, 엄마대신 아빠를 찾으며 엉엉 울곤하던.



얀붕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었지.




하지만 슬프게도, 얀희도 나이를 먹어 중학생이 되고 아빠에게서 떨어지기 시작했어.




아빠한테 안기는 일도 없어졌고.



등교할때도 가볍게 다녀오겠습니다.

하교했을때도 가볍게 다녀왔습니다.


얀붕이는 어느 날 얀희와 나눴던 말이 저 두 마디 뿐이라는걸 깨달았어.



얀붕이는 한숨을 내쉬었어.




얀희에게 사춘기가 온거지.







대충 맞는 말이긴 했어.  한 절반정도.









사실 얀희는 얀붕이를 너무너무너무 좋아한 나머지.





얀붕이를 남자로 보기 시작했던거야.





매일 신혼처럼 불타듯 사랑하는 얀순이와 얀붕이를 보면서 조기 성교육을 6살때부터 해왔다는걸 얀붕이는 알고 있었을까?


전혀!



중년에 접어든 둘은 얀희가 크기 전까지...그러니까 초등학생 2학년 내지 3학년때까지 매일매일 사랑을 나눴어.




하지만 똑똑하고 총명한 얀희는...


아니, 이 경우에는 얀붕이가 뒤쳐졌다고 해야하나.



얀붕이가 어렸을때는 스마트폰이라는게 없었으니까.



6살이었던 얀희가 스마트폰에서 매일밤 부모님이 하는게 뭔지 알게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그 뒤는..일종의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발현이었을까.




그녀가 사랑해마지 않는 얀붕이가 매일 다른 여자와 몸을 섞는다는걸 인식한 얀희의 나이는 7살이었어.








다른 아이들이 반즈가 들려주는 놀라움과 마법이 가득한 이야기, 오랫동안 잊힌 세계에 대한 이야기, 영광스러운 구원의 이야기를 보며 꿈을 키워 나갔던 나이에 그녀는 NTR물을 본 셈이었던거지.



7살 때부터.




참으로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어.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얀희는 뒤틀리고 말았지.



평범함과 담을 쌓게된거야.




하지만 얀붕이네 가족에게 있어 진정으로 비극이었던 것은 얀희가 아주 똑똑한데다 총명하고 거기다 겸손하다는 점에 있었어.






그게 뭐가 문제였냐면.


얀희는 아주 똑똑해서 부모님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있는지 잘 알고 있었고.


아주 총명해서 그래서 자기가 매일 밤 부모님이 뭘 하는지 알고있다는걸 들킨다면 무슨일이 일어날지도 대충 짐작이 갔고.



겸손하기까지해서 자기 객관화가 아주 잘 이루어졌다는거지.



요컨대 얀붕이가 얀순이를 뻥 차버리고 자신과 결혼하리라는 상상따윈 하지 않았다는거야.



자신은 얀붕이의 딸이고. 얀붕이는 자신의 부모니까.




이런 사실을 초등학교때 알고서 그녀는 그야말로 제 몸을 깎는듯한 노력을 들여서 이상적인 가족을 연기해왔어.




그러다 그녀는 결국 마음이 부숴지고 말았어.





15살때. 그녀는 사춘기를 가장해서 모든 연기를 그만뒀어.




가증스러운 그녀의 엄마. 얀순이를 노려보기도하고.



얀붕이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럴수록 비참해지는건 얀희 자신이었어.





이미 승자가 결정된 경기에 갑자기 난입해서 이 경기는 무효라고 외쳐도 아무 지장이 없듯이.









얀순이는 오히려 얀희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듯했어.




보란듯이 얀붕이와 스킨쉽도 하고, 얀희가 학교에 간 날이면 하루종일 성교하며 온 집안에 체취를 남겨놓기도했지.




얀희는 한계에 다달았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것 같은 기분이었지.



이미 그녀는 미쳐버린지 오래였는데 말야.








그녀는 자신의 부모를. 얀순이를 살해하기로 결심했어.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을때는 놀랐지만, 얀희는 알고있었어.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하고싶었을거라고.










문제는 방법이었어.




얀붕이는 얀순이를 굉장히 사랑했어.




얀붕이가 얀순이를 따라서 죽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얀희 자신이 얀순이를 죽인걸 들키면 안됐어.




얀순이가 죽는다면 얀붕이를 살게할 유일한 동력은 자신이니까.



자신이 얀순이를 죽인다면, 그리고 그걸 들킨다면 그는 미련없이 얀희를 죽이고 자신도 따라죽을거야.



그리고 다시는 얀순이를 이기지 못하겠지.







그래서 그녀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어.


아주 치밀하게. 자신이 의심조차 받지 않도록.


얀순이가 없는 미래를 그리며.



10년간 갈구해왔던 사랑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결행 하루 전.






















얀순이는 얀희를 손쉽게 제압한채. 얀희의 목덜미에 칼을 들이밀었어.





얀순이는 슬퍼했어.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또다른 비극의 끝이었음에.





얀희는 그녀의 첫번째 딸이 아니었어.



그리고 얀순이를 죽이려했던 첫번째 딸도 얀희가 아니였지.




얀붕이와 얀순이는 백수면서, 매일 사랑을 나누는데,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건 얀진이의 사망보험금 덕분이었어.




그리고 얀진이도 꼭 지금과 같이 얀순이를 증오하는 눈으로 처다보며, 얀붕이에 대한 사랑을 부르짖었었지.








그리고 결말 또한 얀진이와 다름없을거야.











이 비극은 다시 되풀이 될까?







물론이지. 




얀붕이와 얀순이가 얀희의 죽음을 슬퍼하고, 


매일같이 울며지내다 그 슬픔을 견딜수 있게 됐을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을 누가 죽였는지 깨닫지 못하는 한.  계속 될거야.




그리고 결말또한 같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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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