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그런거 난 몰라! 그러니까 나랑 그냥

같이 가자!"


한 눈에 보기에도 부티가 흐르지만,

철딱서니 없는 기운도 풍기는 어린 아가씨.

그녀의 투정 앞에 한 까까머리 중이 대답한다.


"아가씨... 아가씨 이러는 거 아시면 어르신께서

크게 경을 치실 겁니다. 그리고 전 이미 속세를

떠난 몸. 출가한 중놈 그만 잊고 멋진 남자 찾으십쇼."


하지만 아가씨는 타협할 의향이 없어보였다.

두 눈에 분노와 울음을 가득 담고서 질러댔다.


"내가 사람들 시켜서 이 절에 불이라도 질러야

나오겠어? 얀붕, 너땜에 여기있는 사람들 다치길 바래?"


원래 사람은 자신의 고통보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타인이 고통 받을 때 더 아파하는 법.


"아가씨!... 좋습니다. 아가씨와 한 번만 시간을

보내드리지요. 하지만 두 번 다시는 이러지 마십쇼."


얀순이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마. 한 번이면 충분하니까."


하지만 그것은 중의적 표현,

그녀가 코트 주머니에 넣어둔 최음제를

만지작 대며 황홀하게 웃고 있었다.


(니가 이것까지 버티나 보자 이 땡중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