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안 가면, 안 돼?"


어린 소녀들이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소녀들과 눈을 맞추며, 나는 소녀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제일 선두에 서 있는, 은발에 붉은 브릿지를 한 아이. 그 아이는 오이겐.


옛 독일군의 중순양함, [프린츠 오이겐]의 이름을 이어받은 아이. 그래, 이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이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이 아니다. 성정 큐브로 만들어낸 함선 소녀들. 그리고 이 함선 소녀들은 전부 다 내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나는 메탈 블러드.......에 파견온, 극동 지방. 옆에는 [중앵]과 위쪽에는[동황]과 [북련]사이에 껴있는, 자그마한 빌어먹을 불지옥 헬반도 국가에서 짬밥 먹고 있는 장교.


.........


정확하게는 난 이곳에 파견온 기술 장교다. 인적 자원 교류를 통해서 파견된, 기술 장교.


제일 짬이 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짬처리 당한 것. 메탈 블러드 해군에서도 대한민국으로 기술 전수를 위해서 파견되기도 파견 됬고, 나 역시 기술 장교로 교류를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다.


말이 기술장교지 내가 하는 일이라곤 병력 관리, 함선 소녀 관리다. 즉, 이제 막 태어나서 불안정한 함선 소녀들을 안정화시키고, 그녀들을 우수한 [병기]로 만들기 위한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오라는 이유로 말이다. 참 지랄맞게도 강국들 사이에서 끼어 있는 소국 답게 가지고 있는 건 인적 자원밖에 없고, 인적 자원 다루는 기술과 부족한 기술력을 [인력]으로 때우는 등의 노하우를 인정받고 이곳에 파견나가게 된거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오 씨발. 엿 같은 소리를.


그 인적 자원을 공밀레 시키다가 인적 자원을 여기저기 빼앗기고 다니는 호구 국가면  호구 국가지. 개 자식들.





그런것과는 별개로, 잠깐이지만 나도 이 아이들과 적잖이 정이 들어버렸다. 약혼자도 있고, 그 약혼자와 결혼하러 돌아가는거다. 처음에 까칠했던 행동과는 별개로, 아이들은 이젠 강아지 마냥 따라다니고 있었다. 홀슈타인 항에 있으면서 나는 그녀들의 보모가 되었고, 그녀들의 무장, 전술들에 대한 연구를 도맡아서 했고, 그 결과 이대로 성장한다면 이 아이들은 메탈 블러드의 전력이 되리라.


그만큼 대한민국 해군도 여러가지 노하우를 얻었을거고.


"......돌아가야지. 나도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고, 가족이 될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없는거야?"


"너희들같이 귀여운 아이들이 내 여동생들이었으면 좋겠네. 하지만, 알고 있지? 너희들은 메탈 블러드에 속해 있고, 나는......잘 알려지지도 않은 곳에 있는, 소국의 장교. 그리고 언젠가는 헤어져야 해. 그리고, 내가 여기에 오래 있는 걸 위에 있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실제로도 이 아이들이 병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날 불러온거고, 왠 옐로우 몽키 하나가 자신들의 병기가 될 여자들에게 접근하는게 별로 좋아보이지 않겠지. 뭐, 예상 성장도대로라면 그녀들은 아주 쭉쭉빵빵한 글래머러스한 여성이 될거니까. 뭐, 그것과 별개로 나에게 있는건 [그녀]뿐이니까.


오르지도 못할 나무는 쳐다도 안 본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간다. 그리고-




돌아가자마자 날 기다리고 있던건, 해군 장성인 아버지와 붙어먹고 있는, 약혼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7년 후, 현재 / 홀슈타인 메탈 블러드 해군 기지 [ am 02 : 00]



콕-콕-


".......!!"


"어라~ 지휘관? 좋은 아침. 좋은 꿈 꿨어?"


"........아니. 악몽이다. 그리고 오이겐, 내 볼 찌르지마라."


"또 그 꿈?"


하아- 하면서 일어난다.  좋은 아침은 개뿔. 완전 밤이구만. 내 이름은 김해진. 그래, 7년전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고 있다가 약혼녀랑 아버지, 해군 장성인 아버지와 붙어먹고 있는 약혼녀를 목격하고 빡돌아서 아버지를 두들겨 팼다가 상관 살해 미수죄로 해군 교도소에 영원히 수감될 뻔했다. 가증스럽게도 강연아, 그 년은 처음부터 내가 아니라 해군 장성이자......지금은 해군 참모총장인 아버지와 재혼한 썅년이었다.


.........졸지에 나는 약혼녀를 무자비하게 강간하려고 했던 강간마로 포장되어 있었고,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라는 개같은 논리를 깰 수가 없었고, 마찬가지로 순순히 인정하면 5년으로 끝내주겠다는 아버지였던 쓰레기의 말에 배신의 피눈물을 흘리고 있던 나. 


끝까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랑했었던 여자였는데, 나의 사랑이 부정당하고, 가족에게 조차 배신당한 이 개같은 기분을, 고작 형을 덜 살기 위해서 인정할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내가 3년째 복역중이었을때-


그리고-


내가 떠나온지 1년만에 메탈 블러드에서의 일이 터졋고, 3년째에 메탈 블러드 해군 지휘부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메탈 블러드의 상층부의 사람들, 그 사람들은 나의 신병을 요구했다.


이유는-


"또 [그 여자] 생각한거야? 후후- 우리 귀여운 곰 지휘관- 누나가 위로해줄까? 우리들만 생각나게 해줄테니까. 그런 개같은 년 따위 잊어버리고, 우리들만- 바라보는거야. 그게 당신이 여기에 있는 이유잖아?"


그렇게 내 귓가에 속삭이며 귀를 깨무는 오이겐. 이젠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여기에 다시 불려오게 된 이유.


......뭔가 이상하게 자라버린, 그녀들때문이었다.




내가 떠나간 이후, 메탈 블러드는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는 함선소녀들, 애드미럴 히퍼급 중순양함 히퍼와 오이겐, 도이칠란트급, 비스마르크 1,2번함과 라이프치히급, Z시리즈 구축함들, 샤른호르스트급 1,2번함, 그라프 체펠린 1번함2번함에 프린츠 하인리히에 베저, 프리드리히 데어그로세까지. 사실상 프리데는 내가 손덴건 아니지만 내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했다가 도저히 통제가 안되는 것을 보고, 과거에 그녀들을 유일하게 통제했던 동양인을 찾고 찾아서 온거란 것.





그리고 내게 가슴을 들이밀며 짖궂은 장난을 치고 있는 이 녀석.


프린츠 오이겐. 


내 손을 붙잡고서 제발 가지 말아달라고 했던 꼬맹이가 지금은 성숙한 여성의 매력을 발산하며 날 유혹한다.


........글쎄.


그 꼴을 보고 나니, 이제 여자한텐 스지도 않는다.


"누나는 개뿔. 이제 태어난지 10년째인 꼬맹이가."


"그럼, 내가 꼬마인지 아닌지 가슴, 만져볼래? 부드럽다구- 후훗-"


.......항상 놀리는 식이다. 아마도 그녀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받아줄, 그런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메탈 블러드에선 기술 제공 해주는 대가로 날 그녀들의 감정을 받아주고, 지휘를 할 것을 요구했다. 그게 싫으면 다시 깜빵으로 가던가, 이런 곤란한 상황에서 그녀들을 잘 [제어]할건지,  계속 감옥에 있던지.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제어라고 했던가.


적어도,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나를 그저 수단으로만 바라본 아버지와, 날 배신한 그년에게 지지 않게- 마지막으로 내가 무고함을 증명하고, 여기서 보란듯이 성공하기 위해서 나는 살아남아야 했다.


그리고-


그런 독기를 품고 일한 결과, 나는 40세의 나이로 중장의 자리에 올랐고, 지금 이 홀슈타인 항의 모든 메탈 블러드 함선들을 지휘할 권한을 가진 지휘관, 함대를 맡게 되었다. 세이렌과의 전투는 격렬했고, 그 세이렌의 기술을 빼앗아서 메탈 블러드의 함선을 강화하고, 인류의 재해권을 지키는 것. 사실 그것말고도 다른 속셈이 있지만, 이제와서 어딘가 망가져버린 인간에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변변치 않은 기술장교에서, 메탈 블러드 해군의 중장까지. 그리고, 위풍당당한 메탈 블러드 함대를 지휘하는 자. 


마냥 좋은건 아니다.


그만큼 나는 이 어딘가 나사빠진 메탈 블러드의 여자들을 상대해야 했으니까.


벌컥-!




"지휘관!! 너, 너!! 오이겐!! 너 뭐하는거야!!!"


"음, 사랑의 교미? 내 풍만한 가슴으로 지휘관을 치유해주려고? 아~ 히퍼는 이게 없어서 못하지 참."




그렇게 뒤로 들어와서 히퍼의 흉부를 만지작거리는 오이겐. 부디 내 앞에선 안 해줬으면 좋겠다. 이미 여자를 상대로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하는 몸이라지만, 그렇다 해도 이걸 보여주는 건 좋지 못하다.


"야!!!!"


.......후우- 지금 새벽 2시건만. 다른 함선들도 자고 있으니 부디 조용히 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여전히 내 책상위에 잔뜩 쌓여있는 서류들을 본다.


마지막으로 본 시간이 11시쯤이었으니.......3시간 정도 그대로 자버렸군. 그리고 다시 한 번 서류를 집어든 순간, 그 서류를 자신의 가슴팍에 꽂아버린 오이겐이 날 향해 말했다.


"지금 시간은 2시야. 자야 할 시간이라고. 자기?"


".......난 널 애인으로 삼은 적은 없다만."


그리고 그것에 오이겐이 눈빛을 바꾼다.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잡아 죽일 것 처럼. 당연하게도 여기서 막는다.


"아직도 그 망할년을 마음에 품고 있는거야? 지금이라도 당장........"


"....지휘관으로 명령한다. 오이겐. [국제 분쟁]을 일으킬 만한 일에 관여하지 말 것. 알겠나."


"쳇."


"대답은?"


"알았어. 그걸 원한다면야. 나도 지휘관이 곤란해지는건 싫으니까. 곤란하게 할 수 있는건.....나뿐이니까. 후훗-"


그리고 그렇게 명령하고 나서야 표정을 풀며 재미없다는 듯 툴툴거리는 오이겐. 그리고 어느틈엔가 이 소란틈에 모두가 깼는지, 대부분이 잠옷 차림으로 지휘관 집무실에 모인 상황이고, 곧 이어 비스마르크급 1번함, 비스마르크 역시 날 보면서 말한다.



"과로는 몸에 좋지 않다. 지휘관. 그러니 이쯤 하고 잠드는 게 어떤가? 그리고 오이겐- 넌 비서함이면서 왜 이렇게 서류가 쌓인......"


"적어도 놀진 않았어. 저기 쌓인 서류 보여?"


"......Verdammt(빌어먹을)."


그리고 다른 한켠에 보고할 것으로 가득한, 결제가 끝난 서류들 뭉치들, 적어도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것보다 많았고, 그것을 보고는 비스마르크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리고, 내게 다가온다.


"지휘관, 경은 우리의 기둥이다. 일에 열심히인것도 좋지만, 쉬는 것도 일이다. 만약 경이 쓰러진다면 나는- 당신을 쓰러지게 만든 상층부를......"


그리고 검은 기운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이거참, 여기서 더 오래 작업하다가 진짜 모항이 불바다 되는 꼴 볼 거 같다.


.......아쉽지만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도록해 비스마르크. 내 목적은 오랫동안 살면서 벽에 똥칠하면서 사는거니까."


"....벽에, 똥칠?"


"치매 걸릴때 까지 산다는 관용어지. 내가 있던 곳에선- 자주 했던 말이지. 내 몸이 한계 이상으로 혹사당하면서 일하는 건 이제 적당히 할 생각이니까."


이미 떠나온지 7년. 가끔가다가 들려오는 고향의 소식. 그리고 그 고향의 소식들을 보면 역시나, 머저리같은 놈들. 중앵이랑 북방연합, 동황에게 쳐맞을대로 쳐맞고 있다는 소식 뿐. 군사적인게 아닌 여러가지 외교적인 문제로 말이다. 나라가 힘이 없으니 그모양이지. 그리고 지금의 메탈 블러드가 적색 중축의 수장이자, 이글 유니온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력을 가지게 된 이후, 이글유니온에서 극도로 경계하고 있고, 로열 네이비에서도 잔뜩 경계하고 있고, 아이리스 리브레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샤르데냐쪽도, 중앵도 있으니 어느정도 대립은 하고 있지만 공공의 적인 세이렌을 토벌할 때 까지는 잠정적인 분쟁을 멈춘 상태다.


그러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즉, 불만 붙이면 터질 화약고와도 같은 상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류를 들어올린다. 서류라기보단, 초대장이지만.


"중앵쪽에서의 초대 만찬이로군."


"거절하도록 해라."


비스마르크가 눈을 부릅뜨면서 내게 말한다. 당연하게도 갈 생각 없다. 거기도 별로 좋은 동네도 아니고, 특히나 그 1항전의 아카기, 그 속 검은 여우가 뭔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고. 몇번 중앵 함대와 모의전투를 치루고 나서부터 계속 들러붙는 기색이 강하다. 들리는 말로는 지휘관이 함대원들에게 완전 인간 이하의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고.


나도 만나본 결과로는 딱 한 마디만 말할 수 있었다.


키모오타.


존나 못생긴 아저씨라는 것과 성희롱까지 덤이다.


........쯧-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다만."


"거부하도록 해. 지휘관. 앞으로도 계속."


"빼앗길까봐 그러나. 글쎄, 적어도 내 처음을 지탱해준 건 너희들이다. 게다가- 이미 망가져버린 남자란 걸 알면, 그녀들도 포기하겠지."


".....망가지지 않았어. 경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런 날 구원한 건 너희들이야. 감사하고 있다고. 그리고, 내가 여기에 남는 걸로, 너희들에게 보답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거다."


소중한 부하들이자, 힘들때 날 지탱해준 여자들이다. 이미 몸은 충격으로 여자에 대한 모든 흥미를 잃어버린지 오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들을 소중히 대하고 있다.


그녀들의 무거운 사랑을, 받아내고 있다.




그리고 침대로 간다. 당직실에 자리잡은, 내 침실. 그리고 그곳으로 가자마자 오이겐이 따라들어왔고, 오이겐은 내 옆에서 곁잠을 잔다. 7년전, 다시 오이겐을 봤을때, 오이겐을 포함해서, 오랜만에 제외한 메탈 블러드의 함선소녀들의 눈엔 다크서클이 가득해있었다. 안정화 당시 그녀들은 힘들어했고 오이겐은 특히 내가 곁에 없으면 제대로 휴식도 못 취할 정도로 피폐해졌다.


지금은 이렇게, 내 옆에서 곁잠을 자기 위해 있는 오이겐. 그리고 이제서야 여기 온건-


아마도 내가 일어날 때 까지 기다렸겠지.



".....헤헤, 이리와- 지휘관."


"......여전히 혼자서 못 자는거냐."


"그건 지휘관도 마찬가지잖아."


........글쎄. 적어도 오이겐이 함께 하면서, 나도 잠은 악몽없이 잘 꾸고, 잘 잤던거 같다. 차가운 감옥에서도, 나는 독방에 갇혀서 홀로 고통받아왔고, 제대로 잠도 들지 못했으니까. 타인의 온기를 느껴야 제대로 악몽없이 잘 잘 수 있었다. 


"괜찮아. 난 기다릴 수 있어. Ich liebe dich- 이게 진짜일까 농담일까?"


"농담일거 같은데."


"......훗, 뭐 좋아. 그럼- 오늘도- 내 온기를, 내 체취를, 잔뜩 베기게 해줄테니까. 다른 아이들이 질투하도록."


그리고 그렇게 날 꼭 끌어안으며 잠드는 오이겐. 그리고, 나 역시 오이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당연하게도- 나는......아직도 그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날-


다시 한 번 중앵측에서 편지가 날아왔다.


그리고, 그 편지속에는, 대한민국 생포된 해군총장, 그 곁에 묶여있는, 여인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오이겐과, 다른 철혈 함선들의 눈은, 심상치 않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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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 몬챈에서 글 싸는 놈임.

언제 쓸진 모르겠지만 몬챈에서 글 싸는거 어느정도 끝나고나면 이것도 잘 써볼게.


참고로 남주는 배신때문에 트라우마 때문에 여자한테 성적 흥분을 못 느끼는 상태임

그래서 야쓰는 아마 거의 없을거고 끝에서나 나올거야. 그래도 얀데레 요소 잘 넣을 수 있도록 해볼게.


시간되면 다음에 또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