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순붕이, 그리고 몬붕이, 출장나간 그 둘이, 올라오는 고속도로에서 연속 차량 추돌에 휘말려 죽었다.


 덕분에 직장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모두의 얼굴에 가랑비가 그득하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으나, 점점 우리 마음을 젖혀가는 그런 가랑비.


 오래토록 살아와 여기서 좋은 부장님으로 계신 부장님도, 그것을 숨기진 못했다.


 반대로 보자면 그들이 우리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이였는지 알 수 있었다. 모두의 마음에 가랑비가 있었다.


 부장님이 사소한것으로도 덕담을 해주며, 내일 출근은 사성 장례식장장에서 그 둘의 장례에 참여하고 끝난다고 말했다.


 나는 내 자리에서 가만히 있었다. 모두들 퇴근할때에도, 부장님마저 보고하러 올라갈때도.


 부고를 들었을때,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내 마음속 하늘은, 지금 가랑비가 내리고있었다.


 이미 수많은 국화꽃의 화단이 되어있는 그들의 자리에서, 국화꽃 하나를 더 올리니. 나를 감도는듯 하면서도 젖혀가는 가랑비가 결국 폭우로 변해버렸다.


 회사에서 적응을 도와주었던, 수많은 은혜가 남아있던 그들의 명복을 내 폭우속에서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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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하며 마음속 폭우에 휩싸일 순 없었기에, 집으로 돌아와 거실의 소파에 앉으니, 어디선가 기름냄새가 진동을 했다.


 기름냄새가 나는 주방으로 가, 조리된 전을 바라보았다.


 자기 아내가 해준거라며 김치전으로 보이지 않는 검은색 무언가를 맛있게 흡입하는 순붕이와, 그게 무슨 전이냐고 깝죽대며 어린 딸이 구워준 쿠키를 씹어먹는 몬붕이가 생각났다.


 내 마음속 폭우가 더욱 거세어졌다. 마치 태풍을 해안선에서 목도하듯이. 내 마음속 화로를 천천히 젖혀갔다.


 내 마음을 조정하는 그대는, 우렁각시인가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요?


 맛있는 전을 먹은것이 분명함에도, 성이 차지 않았다. 항상 그렇듯 갤질하며 뻘글이나 쓰려고 했지만, 그럴 기분도 아니다.


 그저 내 마음속을 비행하며 기상을 바꾸는 비행사에게 주문을 넣듯, 간단한 주문같은 뻘글을 쓰고 일찍 잠에 들었다.


" 응애 나 김얀붕, 위로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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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지 않은 날씨에서 항해하는건 매우 좋지 못한 선택이다. 숙련된 항해사가 말하듯.


 내 마음 또한 그렇다. 나의, 나만의 우렁각시가 해주는 식사마다 그들이 떠올랐다. 고사리 나물하면 한정식집으로 회식을 가서 고사리 나물 접시를 서로의 쪽으로 밀어주는 순붕이와 나.


 서로 치고박고 싸우기 일상이지만, 서로를 소중이 대하던 몬붕이, 자기 자녀들을 눈꼴시럽게 자랑하던 몬붕이와 그걸 바라보며 나도 저런 아이들이 있었으면 하는 나.


 파도에 휩쓸리는 작은 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파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거대한 배는 아닌 나는 파도의 영향을 받으며 슬픔이라는 가랑비같은, 그렇다고 해서 가랑비만은 아닌. 그런 해류에 몸을 맡기고있다.


 특히나 그 해류는 그 둘의 반려가 자신의 남편은 어떤 사람이였나며, 물어볼때, 그리고 영정사진을 볼 때. 더욱 거세졌다.


 마치 철근같이 단단하던 순붕이는 철근을 녹여 무너뜨릴 열기의 미소를 짓고있고, 정열적이고 쾌락적이던 몬순이는 누구보다 냉정하지만 화려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영정사진에 들어갈만한 사진을 찾지 못해,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을 가져온것 이였다.


  너도 거기 있어야할 사람이 아닌데, 누구보다도 마치 건물의 철근같이 태풍속에서도 든든히 서있어야할 사람인데. 네 뒤에 서있는 몇 사람이 태풍속 그 철근 안에서 살고있는데.


 나는 아직 어린 아이인것 같다. 어른이라는 이름의 껍데기으로 유영하고있는, 어른을 뒤집어쓴 아이.


 그래서 나는 그 둘의 반려에게 몇마디 하고 완전히 젖은 화로에 불을 때면, 연기가 많이 나는것처럼 꺽꺽대는 추태를 부릴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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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식은, 회사보다 더 빨리 끝났다. 두 사람의 부모님이 가족끼리 조용히 처리하고 싶다며 우리는 보내주신것이다.


 격정적으로, 지칠때까지 회삿일을 하던 때보다 힘이 더 든다.


 죽음이란 우리 곁에 머무르지만, 익숙하지 않은것, 익숙해져선 안되는것.


 이 착잡한 기분을 에스프레소로 내려보내기 위해, 단골인 가게이자 카페로 발을 옮겼다.


 오늘은 더욱 카페가 한적한듯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침 근처에 있던 축음기가 째즈를 틀었다.


 카운터로 걸어가자, 얀순씨가 웃음을 지으며 응대한다.


 에스프레소와 달달한 디저트를 주문하고, 해가 내리쬐는 소파에 가서 앉는다.


 에스프레소가 나오고, 뜨거운 에스프레소의 향기를 음미하며 마셨다.


 좋은 향기, 씁슬함, 그리고 약간의 기름맛.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진정된다.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슬픈 곡조의 째즈가, 내 가랑비와 섞인다.


 참으로 아름답다면 아름답고, 슬프다면 슬픈, 느낌이 아닐 수 없다.


 눈을 감고, 한모금을 더 했다.


 눈을 떠보니, 분명 카운터로 돌아간게 분명한 얀순씨가 내 앞 의자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카운터에 계셔야하는것 아니냐, 나도 모르게 퉁명스레 물어보니 손님이 매우 안와서 이래도 봐주실거라며, 날 보곤 웃으며 말했다.


 뒤이어 그녀는 표정이 슬퍼보이는데, 뭔 일 있느냐 물었다.


 나는 한모금을 더했다.


 친하게, 가깝게 지내던 동료들이 추돌사고로 죽은 이야기.


 그리고 한모금.


 그들의 죽음에 슬퍼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한모금, 누군가가 내 말을 들어준다는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에스프레소보다 효과가 좋았다.


 내 마음속의 가랑비도, 점점 사라지는듯 싶었다.


 그녀가 이런걸론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며 꺼내는 말은, 젖어버린 화로를 말렸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녀가 무엇과 가장 비슷할지, 한모금, 한모금 하며 생각해보니, 태양이 떠올랐다.


 그래, 그게 좋겠다. 그녀는 젖어버린 화로를 말려주는 강렬한 태양이요, 폭우가 쏟아지는 대양에 햇빛을 내리쬐어 대양을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부드러운 태양이다.


 그녀가 하는 말을 다 듣자, 에스프레소를 전부 마셔버렸다. 디저트의 달달함은 애초에 필요 없었다, 그녀가 이미 대체해주었으니.


 내 이야기를 들어줘 고맙다고, 말하니 아니라며 손사래치는 나의 태양은, 마치 미 서부의 사막과도 같았다.


 언제 한번 시간 되냐고 묻자, 당연하다며 말이 많아진 그녀.


 완전히 마른 마음속 화로에 수십 장작이 더해졌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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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디저트는 치즈케잌인데, 얀붕이가 포장해가서 얀순이가 저녁에 맛있게 먹음


 비판, 수정거리를 말해조.


 글쓰는 누렁이인데, 어째 쓰는 소설보다 이게 더 반응이 강렬한거같음. 그래서 내가 그거 안쓰고 이걸쓰지


 열렬히 화답해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