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황제와 신하들이 모인 회의장에, 그날은 조금 다른 인물이 앉아있었다.
자신의 여행길을 지나던 중, 여황에 의해 초대받아 며칠 몸을 의탁하게 된, 현자라고 불리는 노인이였다.
그리고 여황제는 무언가 질문했고, 현자는 잠시 침묵했다.
"...무엇을 말하시는 겁니까. 여황님. 당신은 이미, 이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천인지하 만인지상의 지도자 이십니다."
"하하하하! 그래, 현자여. 너의 말이 맞다. ...다만, 그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지 않느냐?"
"...음."
한 대륙의 지배자라는, 누구도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업적을 이뤄내고, 제국의 지도자로서 이름을 내걸고 활동중인 여황에게는 악취미라 불리는 행동이 있었다.
어느 때든, 난데 없이, 갑자기, 정말이지 아무도 알 수 없는 타이밍에, 근처에 있는 신하 중 한명을 붙잡고는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왕이 될 상인가?' 하고.
그리고 이번에는 그 장난질의 대상이, 그 고명한 현자였다. 신하들은 그녀를 말려야 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자신이 장난질의 대상이 안 되었다는 안도감이 있었고, 현자라는 자의 대처를 보고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여황님이 황제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이 대륙에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북단 알리안츠 산맥의 구석에 살고있는 아이부터, 최남단 바헨쿰의 어부까지도 말이죠."
"그래, 맞는 말이다. 정말이지 너의 말에는 틀림 하나 존재하지 않는구나."
"과찬이십니다."
현자가 꾸벅-고개를 숙였고, 여황은 흡족하게 웃으며 잔을 한잔 들이켰다.
"그래서-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에 있지? 나는 내가 왕이 될 상이냐는 질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말에, 회의실이 단숨에 얼어붙었다.
현자는 잠시 눈을 감았고, 입을 열었다.
"지배하실 것이지만, 지배자의 상은 아니십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왕의 상은... 아니십니다."
"이보게! 그게 지금 무슨 말인가! 지금 여황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인가!"
"현자라고 하기에 봐주려 했으나, 더이상 두고 볼 수가 없군! 여황님! 저 자는 제가 처리하겠습-"
"그만."
여황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현자의 말에 시끄럽게 불타올랐던 회의실은,
단번에 조용해졌다.
"믿겠다. 너는 분명히 현자가 맞군."
"...과찬이십니다."
"과찬이라니. 가치는 타인이 결정하는 것이고, 너는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분을 지극히 모시거라. 제국을 떠나실 때까지, 한 치 불편함 없게 말이다. 경호실장에게 전해놓거라."
"네."
"나 왔어. 잘 있었지?"
"응. 오늘도 고생했구나."
"고생은 무슨. 내가 뭘 했다고."
황제가 칩거하는 궁에는, 예외 사항은 절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하나의 조건이 있었다.
그녀가 사용하는 침대의 뒤에 위치한 방문을, 절대로 열지 말 것.
그곳에 출입할 수 있는 인원은 여황 자신, 그리고 경호실장과 그의 직속 부하 몇명 정도 뿐이였다.
애초에 여황의 방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들조차 몇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에서 일하는 인원들 끼리는 그 방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었다.
있'었'다.
눈을 감고, 이지적인 미소를 띄고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청년.
그가 바로, 여황제가 가진 비밀이였다.
"오늘은 기분이 좀 좋아보이네."
"응. 현자라고 하는 할아버지를 만났어. 정말 현자인지, 다 알아보더라고."
"그래?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은걸?"
"음... 몸이 좀 더 나아지면, 그때. 내가 소개시켜줄게."
"몸이 나으면... 그래..."
"항상 고마워."
제국의 신하들도 모르는, 남의 이야기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도 모르는, 그녀가 황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였다.
그녀는 한낱 계집아이에 불과했다.
그리고, 사랑을 알게 되었다. 걱정과 불안, 질투를 느끼게 되었다. 어느새 집착을 깨달아 버렸다.
'그'는 너무나 찬란히 빛나는 사람이였기에, 자신 따위는 그저 바라만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러나 눈덩이같이 불어난 마음은 눈사태를 일으키듯이 커져나갔다. 결국은 그를 망가트려 버리고 말았다. 다리를 망가트리고, 눈을 뽑아버리고, 정신을 부셔트렸다. 그저 새장에 그를 넣고싶었을 뿐이건만.
그녀는 군인이 되었다. 그녀가 속한 나라는 다른 왕국과 전쟁을 일으켰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경제라던가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대체제를 선택한다거나, 등등.
한명을 죽였을 때, 손발이 덜덜 떨려왔다. 살인의 두려움을 깨우쳤다.
열명을 죽였을 때, 떨림이 멈췄다.
백명을 죽였을 때, 그녀는 적국의 악몽이 되었다.
천명을 죽였을 때, 그녀는 영웅이 되었고,
만명을 죽여갈 때 즈음, 그녀는 역사가 되었다.
그녀가 명성을 얻고 한 일은 그녀의 나라를 집어삼키는 것이였다. 무능한 지도자를 갈아치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방에 유폐된 것도 그때 즈음이였다.
그 이후로는 연속된 정복전쟁이였다. 그녀는 타고난 걱정과 불안의 인간이였기에, 그 무엇하나 자신의 위나 옆에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혹시나 매력적인 그를 노리는 자가 나타나면 어쩌겠는가. 초조했다. 다른 모든 나라를 깨부수고 자신의 영토로 만들었다.
그녀는 그를 지배하기를 원했고,
그 욕망 하나는 대륙을 통일한 제국의 뜻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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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이 될 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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