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yandere/22261527?p=1


이거 보고 끄적거림


========



"다녀올게, 얀붕아."

"그래, 잘 다녀와."

자연스럽게 얀순이의 볼에 입술을 맞췄다. 얀순이는 그제서야 만족한 얼굴로 집을 나섰다.

얀순이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내 입가에서는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아니, 지울 수 없었다.

흔들던 손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입가에 경련이 일어난다. 그제서야 나는 집 안으로 돌아왔다.

얀순이가 돌아오기까지 열 시간. 예전이였으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어떻게든 밖으로 나갈 통로를 찾아보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어딘가에는 출구가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강해지게 된다.

똑똑. 얀진이가 자고 있는 방문을 두드린다.

"얀진아, 자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불도 덮지 않은 채 아기처럼 웅크려 있는 얀진이가 보였다.

".....미안해, 우리 딸."

조심스럽게 얀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는 나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진 나의 딸. 이 아이가 태어난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7년 전 , 얀순이가 빨간색 줄이 두 개 그어진 테스트기를 가져온 날. 그날 얼마나 참담함과 절망을 느꼈던가.

'얀붕아, 이거 보여? 이거 보이냐구. 자, 만져봐.'

사랑스럽다는 듯이 배를 만지는 얀순이가 얼마나 가증스러웠는지 모른다.

점점 불어나는 얀순이의 배를 보며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10개월 후, 얀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내 품안에서 꼼질거리는 하나의 생명을 느꼈을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한 행복을 느꼈다. 내 피가 이어진, 나의 아이. 쭈글쭈글하고 못생긴 얼굴이였지만, 얀순이가 완벽하게 화장을 했을 때의 얼굴보다 훨씬 아름답고 예뻤다.

부질없는 희망을 가진 것도 그날이였다. 어쩌면 얀순이와, 조금은 다른 방식일지 몰라도 부부로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얀순이를....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믿었다. 내가 얀진이를 처음 안았을 때 느낀 그 감정을 얀순이도 느꼈을 것이라고.

그러나 아니였다. 얀순이는 얀진이에 대해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얀순이는 단순히 사랑의 증명으로서 얀진이의 존재를 인식했을 뿐이였다. 마치 계약서에 찍혀 있는 인주처럼.

그때 확신했다. 내가 해야 한다. 내가 키워야 한다.

만일 나조차도 얀진이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얀순이는 얀진이를 보육원에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얀진이는 내 손에서 자라났다. 최대한 평범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 얀진이의 앞에서 얀순이와 나의 복잡하게 엉킨 관계를 드러내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언제나 공포에 질리게 되는 얀순이의 앞에서 진심을 담은 미소를 지었고, 사랑을 담은 말을 속삭였다.

자연스레 얀순이가 나에게 휘두르는 폭력도 뜸해졌고, 집안 구석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CCTV도 하나 둘씩 사라져갔다.

얀진이는 내 기대대로 비뚤어지지 않고 정상적으로 잘 자라났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였다. 나만을 사랑하고, 나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내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을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정말로, 아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얀진이를 향해 손을 들어올릴 지는 몰랐다.

아무리 사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가 이어진 자기 자식을 그렇게 싸늘한 눈으로 바라볼지는 몰랐다.

만일 어제 내가 얀진이를 감싸지 않았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얀순이는 손대중 따위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빠아....?"

"안녕, 우리 딸. 잘 잤어?"

얀진이의 얼굴에 자그마한 미소가 피어난다.


==


더 끄적이면 읽어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