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화 https://arca.live/b/yandere/22214659

평소와 같이  출근을 했지만, 친한 동료도 없으니 딱히 인사할 사람도 없다.

나는 조용히 내 자리에 앉아 묵묵히 내 할 일을 했다.

"얀 대리, 좋은 아침이야."

오랜만에 부장님을 뵌 것 같다.

"안녕하십니까. 부장님."

"그래. 얀 대리가 내가 시키려던 일을 착착 해뒀더군."

"예? 부장님이 전화로 지시하신 거 아니십니까?"

"내가? 전화로? 글쎄다... 내가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진 건지..."

"업무에 너무 열중하셔서 혹시 잊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 뭐 어찌 됐든 이렇게 빠릿빠릿하게 하는 모습 보기 좋아. 자 다들, 우리 얀 대리처럼 준비성 철저하고 빠릿빠릿하게 일처리들 하자고 다들."

이런. 어그로가 끌렸다. 회사 내에 있던 내 위 부장 아래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 순간에 내게 쏠렸다. 광역 어그로 면역은 없는데.

오늘 하루는 부장님 덕에 조금 불편한 날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얀붕 오늘도 수고했어! 아까 택배가 왔어. 얼른 설치하자!"

"어어... 그런데 이거까지 필요할까? 만약에 화재가 네가 있는 방에서 났는데, 이걸 못 열면 어떻게해?"

"에이 걱정 마! 이 집은 철통 보안이라구. 항상 안전하다 이 말씀! 만약 불이 나더라도 수동으로도 열 수 있으니까 괜찮아."

"그래도 음..."

솔직히 불안했다. 정말로 있을리는 없지만 불이 나거나 은하가 고장이 나면 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수동으로 열 수 있으니 괜찮겠지 싶다.

"얀붕이는 날 못 믿는 거야?"

"아니야. 혹시나 해서 그랬지. 네가 얼마나 안전을 중요시하는데."

"그럼 그럼. 어서 달아보자. 잘 작동되는지 봐야지!"

은하는 나를 챙겨주기 바쁜 거 같다. 항상 나를 위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보안에 열심이다.

전자식 창문 잠금장치의 설치가 완료되고 은하는 알아서 연결한 다음 테스트를 해본다.

모터가 4번 정도 돌아가는 소리가 돌리더니, 모든 창문과 동기화를 마쳤다고 하는 은하.

"이제 얀붕이 창문을 까먹고 열고 가더라도, 내가 잠글 수 있게 됐어!"

이로서 보안은 한층 강화됐다.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발신자는 동료. 전화를 받자 내게 내일 밤에 약속이 있나며 묻자, 나는 없다고 했다.

동료는 혹시 내일 여자 한 명만 만나 줄 순 없냐고 말이다.

나는 이전에 여자에게 당한 일이 있고부터 그 이후로 여성과의 접점을 피하거나, 최대한 멀리했다.

그런 나를 잘 알고 있었던 동료 였지만, 그가 나에게 부탁한 건 뭔가 급한 일인 듯 하니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그가 말하길 그녀의 이름은 혜진. 나이는 나보다 2살 연상이었다.

같은 회사의 상사로 능력이 좋아 일처리도 잘 해서 꽤나 높은 직급에 있다고 하며, 외모도 출중하다고 하지만 문제는 지랄맞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게 소개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했지만, 그녀가 어느새 동료와 팔로우 되어있던 내 SNS계정까지 찾아내어 나를 지목했다고 한다.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만일 나를 소개하지 못한다면 회사에서의 입장이 난처해질거라는 협박을 들어서 나에게 전화 했다고 한다.

"진짜 안되겠으면 안 가도 괜찮아."

이렇게 말하는 동료의 본심은 제발 가서 한 번만 만나주면 안되겠냐는 거겠지.

나는 뭐 한 번 만나면 되는 거겠지 하며, 알겠다고 말 하자 동료는 정말로 고맙다며 다음에 어떻게든 보답하겠다 했다.

그렇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한 후 전화를 끊고 3분쯤 지났을까, 동료에게 전화가 다시 오고 내일 저녁 7시 회사 정문 앞 도로로 나가있으라 전해주고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한다.

"얀붕아 내일 누구 만나는 거야?"

"응. 우리 회사 상사가 날 좀 보자네."

"그래? 그래. 그렇구나."

"왜 그래? 문제라도 있어?

"아니, 그냥."

은하는 좀 영문을 모르겠는 말을 하고는 아무 말이 없다.

나도 적당히 유튜브를 보다 잠이 들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일어났지만 은하는 아무 말도 없었다. 고장이라도 난 건가? 생각하며 시계를 보니 이미 8시에 근접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지각할 게 분명했기에, 난 은하를 부를 세도 없이 빠르게 머리만 감고 머리를 말리면서 옷을 입고, 양치질을 하며 매우 바쁘게 움직어며 준비했다.

이제 신발을 신고 집을 뛰쳐 나가려 하는데 문은 은하가 열어주다보니 내가 열 수 있는 방법은 공구를 사용해 옆에 조그만한 구멍으로 클립만한 걸 찔러 넣어야했다.

너무나도 급했는데 은하는 불러도 답이 없었다. 공구 방으로 냅다 뛰었다. 신발을 벗는 행동은 할 시간도 없었기에 신발을 신은 채로 공구함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던 와중.

"미안해! 얀붕아. 재부팅이 너무 오래 걸렸어 지금 현관 열어줄게!"

참 빨리도 왔다. 진짜 저걸 없애야하나 수번은 고민했지만 지금이라도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일단 열었다 하니 바로 현관으로 달려갔다.

최대한 빠르게 달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났지만, 내가 도착한 그 시점에 지하철이 출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 조금만 빨리 재부팅이 끝났었으면 이 사단이 나지 않았을 건데.

내가 늦게 일어난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하지만 하필 오늘이 출근 날인데 오늘 새벽에 재부팅이라고? 도대체 왜. 왜 그런건데. 안 그래도 사원들에게 좋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었는데 부장님의 광역 어그로 이후로 약간 더 안 좋아졌는다.

오늘은 세게 까이겠지. 정신이 있는 거냐면서.

상상만 해도 회사에 가기 싫어진다. 진심으로 은하년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일단 회사가 끝나고 진지하게 집에 가서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주변 시선이 날카롭다. 악재란 악재는 다 겹쳐서 지하철이 지연되었기 때문에 8시 반 출근인데 9시 반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냥 사퇴하고 이런 눈치보지 말고 살까?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오늘 하루만 버텨보자며 내 일에만 집중하여 어떻게든 하루를 넘겼다.

저녁 6시 45분. 어제 동료랑 했던 전화의 약속이 생각나 조금 빠르게 퇴근을 해도 된다는 부장님께 허락을 받고 나가는 도중에도 시선이 매우 매서웠지만, 애써 무시하고 정문 앞 도로로 나가있었다.

7시가 되자, 내 앞에 꽤나 비싸보이는 차가 멈춰섰다. 창문을 내리니 동료의 말대로 미인 분이 나를 바라보며 '네가 얀붕이니?'라며 물어본 후 나를 차에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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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이 점 점 길어지는데 루즈해지는 건 아닐지 쪼끔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