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 좀 놔줘라, 응?"

제길, 그 녀석이 다시 찾아왔다.
매번 나를 어떻게 찾는지 그저 감탄할 다름이다.

"그 씨발련도 죽였잖아. 그리고 너 왕국에서 훈장도 받았다며? 좋겠네 좋겠어."

마왕. 세상을 한때 자신의 발 밑에 놓았던 년. 

그년 면상에 마법 한번 때려박겠다고 얼마나 기를 썼는지. 

"우리 이제 볼일 없잖아, 그치?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말좀 듣자, 응?"


무슨 애새끼도 아니고, 들은 척도 하지않고 내 앞의 길을 틀어막고 있다. 

"그러니깐 좀 나와!"


소리지르며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 


씨발 움직이지도 않네. 졸라 무거운 성검 들 때부터 알아봤어야했는데. 


"거짓말... 거짓말쟁이"


그녀가 나를 바라보다 나즈막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새빨간 머리에 자주색 눈, 몇주 전까지 매일보던 보랏빛 눈에 내가 비친다. 


내가 부담되니깐 빤히 쳐다보지 말라고 몇번을 말했건만, 한숨이 새어나온다. 

"마왕 잡으면, 나랑 같이 살기로 했잖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녀가 말했다. 


어딘가 뒤틀려 보이는 표정. 한기가 등을 타고 오소소 올라온다.


시발. 저 표정보면 그 날은 진짜 좆됐었는데. 


불안한 기운이 내 몸을 잠식해간다.

"그거 몇살 때 얘기냐, 도대체. 7년전이야 7년전."

그녀가 가끔 이럴때, 나 나름대로 해결법을 생각했었다. 그 해결법이 조금...그렇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지마..."

그녀의 머리를 한손으로 붙잡고 입술에 입을 맞췄다. 


말랑말랑. 


아니 감촉을 느낄때가 아닌데. 

미리 영창해둔 전이 마법을 사용할려 손짓을 하려다, 

덥석. 


그녀가 내 손을 잡아 깍지를 껴버렸다. 

"내가, 모를줄알아?"


파아, 입을 내게서 땐 그녀가 말하더니 다시 입을 맞춰 내 혀를 탐했다.


 원래 그녀는 반경 10m 이내로 마법을 금지시키는 기술을 항상 사용하고 있는데, 그녀의 감정이 요동치면, 기술이 잠시 풀린다. 


그때 도망치려 했는데, 무슨 요상한 짓을 했는지 전혀 통하질 않는다.


씨발 이게 아닌데.

내 혀와 그녀의 혀가 맞닿는다. 

그녀의 체액이 내 것과 뒤섞인다.

체리맛 향기가 혀에서 느껴진다.


 혀를 유린당하는 동안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회전시키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마왕 죽이고나서 비밀리에 연구했던 내 개인마법. 

마나의 절반이 날라가 되도록이면 쓰지않으려 했지만, 방법이 없다.


 그녀가 손깍지를 끼지않은 반대편 손을 가볍게 한번 휘둘렀다. 


손짓 한번,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손짓 두번, 금이간다. 마나를 잡아두던 무언가가 금이 간것마냥, 줄줄히 새어 나온다.


손짓 세번,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내 팔을 거의 부러뜨릴 듯이 쥐려했지만,


손짓 네번, 그녀가 사라진다. 시점이 변동한다. 

나를 쳐다보며 손을 뻗던 그녀에서, 내 집으로.


 마나가 빠져나가는 탈력감에 머리를 감싸쥐며, 간신히 침대에 몸을 뉘었다. 


낡아빠진 나무천장과 삐걱이는 침대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눈을 감고 누워있다보니, 내가 전이하던 때,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이 떠오른다.

 

초점이 없이 나를 바라보던 보랏빛 눈동자와 희미하게 웃음을 짓던 그녀가.


적어도 다음에 만날때는 사지가 멀쩡하지 못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