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몬드의 밤.

가로등들은 하나둘 불을키기시작했고 나와같이 퇴근한 사람들은 주점으로 모이고 있었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이지 굴뚝 같았으나 이 도시의 수장과도 같은 분의 부름에 응할수밖에 없었다.


인기척이 드문 기사단 본부앞에 도착해 문을 두들겨보았다.

"무슨 용무십니까?"

딱딱하고도 정갈한 경비병의 말투는 정말이지 굳건한 몬드의 치안을 상징하는듯했다. 

단장 대행을 보러왔다고 하니 각진 움직임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겠는 곳이다. 


경비의 안내에따라 내부로 들어가니 정말이지 경이로웠다.

마치 타곤의 솔라리 예배당을 보는듯했다. 

기스하나없는 원목 가구들, 화려한 조명장식들.

역시 몬드라는 곳은 정말 신기한 곳이었다.


전쟁뿐이었던 타곤과는 다르게 정말 이곳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정말이지 가상해보였다.


단장실의 문을 똑똑하고 두들기니 안에서 곧바로 대답을 들을수있었다.


"......들어오세요."


기사단장실로 들어가니 옛날로 돌아간거 같았다.

나약했던 병사시절 죽은 동료들의 원수를 갚고자 성위에게 도움을 요청했을때의 그때. 지금과 상황은 180도 다르지만 화려한 기사단장실이 내게준 인상은 그거였다.


"그..일하던 중에 단장대행님께서 절 첮으신다고 해서.."

내가 머뭇머뭇거리며 말하자 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생각이 났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트레우스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진지하게 말하는거야. 기사단과 일해볼 생각은 없는거야?"

역시 이거였냐. 내가 단호히 거절할려고 입을 열려하는 순간,


"아 물론 힘든 일은 시키지않을거야. 어차피 너도 빵집을 차릴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어디서 그런걸 들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진은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말인데 문서처리..같은거 좀 도와줄수있나?"


"네....?"

단장 대행이라 일이 많은건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평생을 창질만 하던 놈한테 문서작업?

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니 이에 질세라 그녀는 그녀의 말에 박차를 가하기시작했다.


"그거 외에도 혹시 리월에서 오는 사절단의 경비를 좀 맡아줄수있나?"

이거 원 그냥 노예한명이 필요하단거잖아.

"아쉽지만 거ㅈ.."


"하아~정말 아쉽네~ 승낙했으면 빵집 비용의 반정도는 기사단에서 부담을 해줄수있는데 말이야~"

듣고 보니 굉장히 솔깃한 제안이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이곳에서 빵집을 만들만큼의 돈을 벌려면 꽤나 오래걸릴것이다. 

근데 기사단에서 그걸 부담해준다? 내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없다. 


"......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수긍하자 그녀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계약이 끝나는대로 출근하라고 내게 전했다. 

후..백수라이프를 조금 즐겨보고 싶었거늘..


1주일 후, 리월의 사절단(?)의 경비를 맡아달라는 진의 의뢰를 받아 그들을 몬드성 바깥부터 회담장 안까지의 배웅을 맡게되었다. 


리월의 사절단에는 이번에 칠성이라고 불리는 집단의 일원인 옥형성, 각청의 수발을 들게되었다. 

그냥 각청이 움직일때마다 옆에서 따라다니고 멈추라하면 멈추고 에스코트하는것이 전부였다. 

딱히 오는 위협이 없었기에 지루하기짝이 없었다. 


어디 적당한 곳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다.

"난 각청님을 이해할수가없다니까?"


"그니까. 효율 효율 운운거리시는거도 싫고."

듣자하니 자기들의 상사인 각청을 까는 밑에사람들인가보다. 각청 밑의 사람들은 아주 혹사를 당하나보다. 나처럼은 아니겠지만.. 


순간 각청이 박차고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듯 깍듯이 경례를하며 인사했다. 정말 웃기는 장면이 아닐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물러가고 회담도 어느정도 끝나자 이제 그녀를 데리고 그녀가 머물 숙소로 안내해야했다. 


"그럼 이제 숙소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나저나 페보니우스의 기사들 중에 저런 투구를 쓰는사람은 본적이 없는데. 너는 어디서 왔지?"

갑작스러운 각청의 물음에 상당히 당황하였다.


"글쎄요..적어도 이 세계는 아닌거 같습니다만.."

얼추얼버무리니 그녀는 더욱 궁금해졌다는듯 어디서 왔냐고 물었지만 기억을 잃었다는 핑계로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어디인지 모르게 우울한 그녀의 모습은 아마 정신적으로 몰리고 있는거겠지.


"그럼 외지인?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물을게.."


"뭐죠?"


"넌 이 세계의 신들이 앞으로도 우리를 지켜줄거라고 생각해..?"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중요한 질문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난 나만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아니. 신이라는 것들은 그저 자기들의 섭리에 의해 움직이고 천상의 규칙에 의해서만 움직여. 그들은 우리 인간따위야 어떻게되든 전혀 신경쓰지않지."

나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와버렸지만 그녀는 그 부분을 딱히 크게 신경쓰지 않는듯했다. 


"훙미롭네..흥미로워.."

아까의 무언가 우울한 느낌과는 다르게 나를 신기하게 한번 쳐다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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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리월'에 불만을 가진 소녀,

리월 칠성중에 가장 신에대한 경외심이 부족한 소녀의 이름은 각청. 


천 년이라는 역사가 제군을 추종하는 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지만 각청은 늘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인간의 자부심이 있어야 하고 인간의 생각도 똑같이 중요시돼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때문에 그녀는 제군과 다른 의견을 자주 내고 앞장서서 이를 행동에 옮겼었다.


하지만 이에 따라 그녀와 척지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고, 아무리 그녀가 강인하다한들 그녀를 향한 비난을 견디는데엔 한계가 있었다. 


몬드와 리월을 이어주는 도로와 관련된 안건으로 회담에 참석한 각청은 오늘도 사람들과의 크고작은 마찰을 빚고있었다. 그들은 들리지않았다고 믿겠지만 사실 그녀는 모든것을 듣고있었다. 


허나 그들을 벌한다면 자신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것을 알았기에 쉽사리 그들을 건들지 못하였다. 


그녀는 항상 정신적으로 몰려있었다. 인간으로써의 자부심과 리월을 위해야한다는 생각. 이것이 강박이되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던것이다. 


그저 신에게 의지하는 리월을 변화시키고자 했을뿐인데.

아무도 그녀의 생각에 동조하여주지않았다.

그녀는 쭉 외톨이였던것이다. 


"아니. 신이라는 것들은 그저 자기들의 섭리에 의해 움직이고 천상의 규칙에 의해서만 움직여. 그들은 우리 인간따위야 어떻게되든 전혀 신경쓰지않지."


오늘 처음만난 자신의 경비에게 들었던 이 한 마디.

그에 대하여 아는것은 단 한가지도 없지만 처음으로 각청은 그녀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 만난것이다.


자신에게 동조해준 정체모를 남자가 해준 그 한마디가 마치 자신의 인생을 보상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그녀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무엇일까.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있는걸까.


각청이라는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름모를 남자에게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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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쓰고보니까 되게 억지스러운게 많네

좀 이해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