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님.. 저런 사람이랑 계속 여행하실건가요..?”


“하아.. 사실은 저도 그것 때문에 고민이 깊어요.. 처음 용사소환을 했을 때는 키도 크고 귀족적인 분위기가 나서 좋았는데.. 그렇게 품위 없으면서도 잔인한 사람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용사의 두 동료들은 용사가 무기를 손질하러 간 사이 한숨을 쉬며 용사의 뒷담을 까고 있다.


소환되기 전 세상에서의 직업을 활용하는 용사의 싸움법은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회 뜨기. 왕국 내 최고의 대장장이에게 부탁해 만든 날카로운 회칼로 비교적 경장갑이거나 가죽이 두껍지 않은 몬스터들을 얇게 썰어버리는 싸움법을 구사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형(도축). 조금이라도 장갑이 두껍거나 오크, 오우거 같이 가죽이 두꺼운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는 더 날카롭지만 단단한 도축용 칼로 몬스터들의 뼈와 살을 깔끔하게 분리해낸다. 그리고는 그 옆에 차고 다니는 품질도장으로 고기의 품질을 체크하고 도장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전생 전에 직업이었던 그에게는 그닥 잔인하지 않았지만 평생 그런 장면을 본 적 없었던 성녀와 마법사에게는 꽤나 불쾌할 만한 싸움법이었다.


“실력은 확실하지만 좀 더 품위있게 싸울 수는 없을까요.. 맨날 전투가 끝나면 피비린내가 내서 구역질이 나는데..”


성녀와 마법사는 그런 용사와의 모험에 질려가고 있었다. 


처음엔 동료들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친절하고 끔찍이 아끼는 그에게 잠시나마 반했던 그녀들이었으나 날이 가면 갈 수록 그와 함께 전투를 치루며 그런 싸움법을 보면서 그에게서 호감을 거둬가는 중이었다.


원래 무기 손질도 그녀들 가까이서 그녀들의 무기까지 봐주며 하곤 했지만 칼 가는 소리가 섬뜩하다는 그녀들의 불만 때문에 멀찌감찌 떨어져 손질하는 것이었다.


“저기.. 성녀님.. 차라리 저 용사에게 말해서 품위있는 모험가 한 명을 더 고용하는게 어떨까요..?”


“으음.. 그러면 좋겠지만 과연 저 용사가 그런걸 납득해줄까요..?”


그 때,


“그러시는 편이 좋으시다면 그렇게 하세요. 저는 상관 없습니다.”


“꺄악..! 요.. 용사님..?”


무기 손질을 끝낸 용사가 복귀한 것이었다.


“진짜?! 한 명더 뽑아도 되는거야?!”


“네. 그래도 왠만하면 전열이 부족하니까 검이나 창을 쓰시는 분으로만 뽑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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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용사 파티에는 전사가 한 명 들어오게 되었다. 귀족가 출신의 남자로 나름 유서깊고 고풍스러운 유파를 사용하는 남자였다.


“오, 그런 일이 있었군요..! 하하, 저였다면.........”


“정말 그렇다니까요! 또 한 번은.........”


하지만 그렇게 그녀들의 희망대로 한 명을 더 고용했지만 파티의 전력은 하나도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약해졌다. 새로 온 동료는 늘 성녀와 마법사와 노닥거리기 바빴고 전투 때도 폼이나 품위를 부리는데 집중해 거의 도움이 안되거나 아예 조금이라도 강한 적이 나타나면 어디론가 사라져있다가 용사가 힘겹게 쓰러뜨리면 나타났다.


“후우.. 겨우 잡았군.. 이 녀석은 1+ 정도..”



“성녀님, 상처가 났는데 치유 마법을 걸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막 몬스터를 잡은 용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노닥거리고 있는 성녀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일순간 분위기가 싸해지더니 성녀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용사님, 심각한 상처도 아니면서 그렇게 분위기를 다운시키셔야 적성이 풀리시는 건가요? 나중에 해드릴테니 그 피비린내나는 몸뚱이 좀 치워주세요..”


“그래, 꼭 그렇게 분탕을 쳐야 속이 시원한거야? 그냥 우리가 없어져 줄까?”


마법사 역시 날선 목소리로 용사를 질책했다. 그러자 그 둘의 말을 잠자코 듣던 전사가 둘을 진정시키며 웃었다.


“자자, 둘 다 그렇게 날서있지 말아요. 후훗.. 분명 실력도 뛰어나고 사교성도 좋은 제게 부러움을 느끼셔서 그러시는 걸거에요. 어렸을 때부터 질투를 좀 많이 받아와서 그런 것 쯤은 잘 알고 있답니다?”


“푸훗.. 그런거였나요?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로하세요. 그렇게 부러운 티를 내지 말고..”


추해..


“죄송합니다..”


용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저렇게 된게 전사의 합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모자라서 저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더 꿋꿋이 몬스터를 잡아나갔다.


 그렇게 용사는 점점 몰려갔다. 싸울 때는 늘 혼자였고 싸우지 않는 세 사람까지 지키느라 몸이 남아나질 않았다. 크고 작은 부상들이 그를 괴롭혔고 그러다가 몸놀림이 둔해져 세 명의 쪽으로 몬스터의 공격이 가기라도 하는 순간 두 명의 여성들에게 멸시또는 폭행을 당하곤했다. 물론 그럴 때 마다 전사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둘을 말리며 용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용사는 가득이나 과묵한데 더욱 말수를 잃어갔다. 늘 굳은 얼굴로 몬스터들을 썰어나갔다.


그런 여정을 한지 어인 2년, 그들은 드디어 마왕성에 도달할 수 있었다.


용사의 한 쪽 눈은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 멀어버렸다. 그러나 성녀는 전사와 데이트를 해야한다며 용사의 치료요청을 거부하였다. 그래서 포션을 담당하고 있는 마법사에게 포션을 요청했지만..


“하아?! 너같은 구역질 나는 오물에게 줄 포션따위 없어! 니가 구해다가 먹든지 죽어버리든지 해!”


욕만 바가지로 먹고 쫒겨났다.


덕분에 용사의 눈은 완전히 멀어버려 시야의 절반을 잃게 되었다.






“용사여,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그리고 ‘수고’했다. 네놈은 오늘 여기서 내 손에 죽는다. 그리고 네가 지키려했던 인간들의 나라를 이 손으로 직접 유린할 것이다!”


공허의 홀, 옥좌에 앉아 있던 마왕이 천천히 일어나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는 마력을 모으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 때..







촤악..


“대분할.”


용사가 빛의 속도로 마왕에게 돌진하더니 정형용 칼을 고쳐잡고 한 방에 마왕에게 칼질을 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마왕의 몸에서 뼈와 살이 깔끔하게 분리되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억!!! 네 이놈 용사!!! 무슨 수를 쓴거냐!!!!”


마검 한 번 휘둘러버지 못한 마왕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와 동시에 마왕의 피가 사방으로 솟구쳤다.


푸샥!!!


“크아아아아아!!”



“너는 등외다.”


용사는 마지막으로 마왕이였던 고깃덩이에 등외 판정 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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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났다. 마왕은 죽었다. 이제 세상에 몬스터로 인해 불안에 떠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미리 그의 부하들은 이미 죄다 회쳐놓거나 도축해놨기 때문에 더 이상 남은 몬스터도 없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하나다. 애초에 돌아갈 수도 없다. 이제 죽을 때까지 조용히 살아가고 싶다. 마왕을 죽인 용사라는 칭호도 필요없다. 


“전사님, 성녀님, 마법사님. 지금까지 부족한 저와 여정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공적은 부디 세 분께서 나눠 가져주세요. 저는 이제 조용히 살아가려합니다..”


전사는 몰라도 나와 좀 더 긴 시간을 보내 온 성녀와 마법사가 조금이라도 아쉬워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지막 희망의 끈은 마침내 그녀들의 말에 의해 끊어지고 말았다.


“어머~ 그나마 최후의 양심은 있으시네요~ 당신같이 마지막에 폼이나 잡으며 막타나 치는 인간에게까지 명예가 돌아간다는 사실에 불만이 컸는데 장말 잘 됐네요.”


“그래그래, 만약 끝까지 그런 말 안했으면 죽여버려서라도 네게 명예가 돌아가지 않게 하려했는데, 그런 수고는 덜었네?”


“둘 다 그런 험한 말 쓰면 된다고 했나요 안했나요?”


전사가 나와는 다르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하자 적대감 넘치던 그녀들의 목소리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네에~ 죄송해요오~! “


“헤헤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


그들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조용히 마왕성을 빠져나와 정처없이 떠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 까진 몰랐다.. 


나를 그렇게도 경멸하고 싫어하던 그녀들이




“용사님.. 용사님.. 어디 계세요..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뭐든 할께요.. 원하신다면 신도 버릴게요.. 몸을 원하신다면 기꺼이 바칠게요..! 그러니.. 그러니까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멍멍.. 용사..님은 이 마법사의 주인님.. 멍멍이는 주인님이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 해.. 그러니까 주인님, 제발 문 좀 열어줘..!”



조용히 살고있는 나를 다시 찾아올 줄은 말이다.





 물론, 일절 대꾸하지 않을거고 눈길도 주지 않을거다. 


“? 스승님, 밖에 누가 온 건가요?”


“여자..? 아는 사람..?”


“아, 그래! 저 년들한테 저번에 스승님께 배운 필살 -5분할 정형-을 시험해봐야겠다!”


“난 에도사키보초(江戸裂庖丁) 써볼래..(장어 손질용 칼)”


내겐 이제 그녀들보다 더 중요한 두 아이들이 생겼고, 그 아이들 또한 그녀들 못지 않게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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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물+ 얀데레 집착 제자물 하나 써본다. 보고 싶은 거 있으면 알려주셈. 괜찮다 싶으면 넣어서 쓰겠음. 참고로